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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된 김정남, 목숨 걸고 북한에 한 '쓴 소리' 재조명

김정남, “저렇게 부패한 시스템은 반드시 붕괴하고 만다. 옛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을 연상케 한다”
  • 2007년 베이징 공항에서 포착됐던 김정남. 사진=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김정남이 생전에 했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백두혈통’ 출신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해 쓴 소리를 한 것이 죽음의 빌미가 됐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김정남 급의 거물급 인사에 대해 테러를 감행하려면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결국 김정남의 발언이 김 위원장의 심사를 건드렸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남의 발언은 일본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특히 김정남과 단독 인터뷰를 하기도 했던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五味洋治) 편집위원은 그와 150여차례 주고받은 메일을 정리해 단행본으로 내기도 했다. 이 책은 국내에서도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바 있다.

이에 실린 김정남의 과거 발언을 보면 △3대 세습 반대 △개혁개방 추진 △원만한 남북관계를 주장하는 등 모두 현재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행보와는 반대되는 길임을 알 수 있다.

김정남은 2010년 “부친은 분명히 3대 세습에 부정적이었다”며 “그러나 현실에선 3대 세습이 강행되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3대 세습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11년 12월에는 “북한의 폐쇄적 경제 시스템으로는 돈벌이를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의 뇌물 문화에 대해 지적한뒤 “저렇게 부패한 시스템은 반드시 붕괴하고 만다. 옛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이 나자 “남한은 공격을 받더라도 확전을 막기 위해 항상 적절한 대응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이러한 약점을 알고 언제 어디서든 유사한 공격을 가해 올 수 있을 것”이라며 교전 상황임에도 북한의 편을 전적으로 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돈과 관련된 말도 구설수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22일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김정남 본인이 자금 수백억원이 있다면서 통일자금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이 탈북자들 사이에서 돌았던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에서 상당한 자금을 갖고 있는 김정남에게 귀국하라고 했지만 그가 거절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탈북자는 “김정남은 북한에서 영향력이 거의 없이 김 위원장에게 실질적인 위험 부담은 없었다”며 “다만 그가 밖에서 하는 말들이 김 위원장의 심사를 건드렸고 결국 아래에서 충성 경쟁이 벌어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고미 위원은 지난 1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남이 자신을 통해 한 발언이 피살의 원인이 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알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이어 “지금 그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 것은 용기”라며 “나름의 결심을 통해 북한의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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