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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배후 의혹, 김원홍 숙청될까?

김원홍 ‘충성 선물’ 역풍 불러…김원홍 숙청 압력, 중국의 영향력 좌우할듯

해임된 김원홍 위기 벗어나려 김정남 암살 초강수 쓴 듯…김정은 사전에 알지 못해

김원홍 통해 이득 봐온 북한ㆍ중국 관계자 관여 의혹…中, 사태 확대 원치 않아

김정은에 국내외 압력 거세져…김원홍-중국 특별한 관계, 숙청 위기 면할 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이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데에 북한 관련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제적 파장이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피살에 여러명의 북한 관계자들이 관련됐다고 발표해 사실상 북한이 벌인 사건으로 인정했다.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피살을 북한 보위성과 외무성이 직접 주도한 국가적 테러라고 밝혔다.

이렇듯 북한 관련성이 속속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강화되고 경직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국내외적으로 김정남 암살을 북한 소행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구체적으로 누가, 왜, 지금 그러한 사건을 감행했는가이다. ‘김정은 지시설’을 전제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억측’ ‘오해’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주간한국>은 지난 2665호(2월 20일 자) ‘김정남 암살, 검은그림자’ 제하의 기사에서 김원홍 전 국가안전보위상이 김정남 암살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김 전 보위상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북한과 중국 관계자들이 합류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김원홍 연금설’ 등 김 전 보위상이 위기에 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주목되고 있다.

‘김정남 암살’의 실체와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김정남 테러한 주체는 누구?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암살 사건을 “북한 김정은에 의해 조직적으로 전개된 국가 테러”라고 규정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 용의자 8명 가운데 4명이 국가안전보위성 소속이고, 2명은 외무성 소속, 나머지 2명은 각각 고려항공과 신광무역 소속”이라며 “북한 보위성과 외무성이 직접 주도한 테러”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평양으로 도주한 리재남(57)ㆍ리지현(33)ㆍ오종길(55)ㆍ홍성학(34)이 ‘암살조’였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김정남 살해 임무를 받은 두 개 팀이 해외에 파견됐다. 그중 1조는 보위성 소속 리재남, 외무성 소속 리지현으로 구성돼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29)을 포섭했고. 2조는 보위성 오정길과 외무성 홍성학으로 구성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5)를 포섭했다.

2개 조는 별도로 활동하다가 2월 초 암살자로 포섭한 외국인 여성 2명을 데리고 말레이시아에서 합류, 13일 암살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리정철(47)과 ‘연루자’로 지목된 북한 대사관의 2등 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영문명 '제임스'로 알려진 리지우(30) 등이 김정남 동향 추적과 암살조 이동을 도운 ‘지원조’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중 리정철과 현광성은 보위성 소속의 해외 파견 요원으로 보이며, 결국 보위성 4명, 외무성 2명 외에 고려항공과 내각 직속 신광무역 소속 직원들이 협력해 김정남 암살을 저질렀다는 게 국정원의 결론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김정남 암살에 관한 분석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허점이 보인다. 베이징의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국정원이 북한 이해에 미흡한 부분이 있고 의도적으로 해석하는 흔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지시 설득력 약해…김원홍의 ‘충성 선물’ 가능성

김정남 암살은 북한의 소행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김정남을 테러한 주체는 누구인가?

국정원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김정은에 의해 조직적으로 전개된 국가 테러”로 규정했다. 김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김정남이 피살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김정남에게는 실질적 힘이 없기 때문에 (암살 배경이) 권력 암투는 아닌 것으로 본다”며 “김정은의 편집광적, 정신병적 태생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국내외 많은 북한 전문가들도 김정은 위원장을 암살의 배후로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등은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의 직접적인 승인이나 동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소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이 지배체제를 확고히 하는 데 김정남을 걸림돌이라고 판단했을 것이고, 계속 계기를 노리다가 기회를 포착해서 그런 조치(암살)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김정은이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을 원천 제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해외탈북자들이나 김정은체제 반대세력에서 김정남을 해외 망명정부 수반으로 하려는 움직임을 알고 김정은이 사전에 제거했다는 주장도 있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36) 국가안전보위성 부상(副相ㆍ차관급)이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최종 결심을 받았고, 말레이시아 현지 공작원과 보위성 직파 요원 등을 동원했다는 대북 정보관계자의 말도 있다. 그에 따르면 2012년 내려진 김정남 살해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명령)가 이번에 결행된 건 태영호 영국주재 전 북한 공사의 탈북ㆍ망명 사태가 작용한 것이라고 한다. 태 전 공사의 김정은 비판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북한 당국이 유일지배 구축에 걸림돌이 될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고, 김정남은 그 1순위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정남 암살을 둘러싸고 여러 해석과 억측이 난무한 가운데 그를 테러한 주체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김정남을 암살함으로써 가장 ‘이득’을 보는 자이다. 이 기준에 근거하면 김정은을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단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북한 내부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비춰 김정남을 암살함으로써 김정은이 얻는 이득은 거의 없다.

가령 김정남 망명정부설이나 김정은체제 구축에 김정남이 위협적인 걸림돌이란 주장도 김정남의 현 위치와 동떨어진다.

이병호 국정원장도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지지세력 자체가 없었다”면서 “김정남이 북한을 떠나 해외를 떠돈 지 이미 오래라 김 위원장의 체제 장악에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때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하는 것은 북한의 정변사태에 그를 대안으로 옹립하기 위해서라거나 김정남과 가까운 장성택(김정은의 고모부, 2013년 12월 처형)이 중국과 손잡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으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김정은 지시설’의 근저에는 김정은이 북한의 실질적 지배자이고 그의 말이 곧 법이라는 인식이 자리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체제를 이해하지 못한데 따른 오류이다. 김정은이 북한 체계상 최고지도자이지만 백두혈통을 포함한 모든 권력의 집합체인 노동당의 힘 있는 일원일 뿐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김정남의 죽음과 김정은은 관계없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김정은 지시로 김정남이 피살됐다는 주장은 북한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서 백두혈통을 없애는 것은 김정은이라도 하기 어렵고 더구나 형을 살해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남이 북한의 해외자금과 관련해 일정 역할을 하고 나름의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김정은이 경계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김정은 집권 초기 김정남에 대한 여러 말들이 돌아 사석에서 김정남에 대해 불만을 나타낸 적이 있지만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은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핵ㆍ미사일 개발로 세계를 위협하면서 김정남의 존재는 미미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김정은이 여러차례 김정남 암살을 시도했다는 주장에 대해 “김정은의 지시가 아니고 과거 김정남을 불편하게 여겼던 것을 의식한 내부 세력의 충성 경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김정남 암살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김정은에게 바친 ‘충성 선물’로 보인다”며 “김정은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 소식에 김정은은 격노했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강한 불만을 나타내자 이를 무마하는데 전력했다고 한다.

북한의 최고 실세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남 피살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 출생(광명성절) 75주년 행사에 불참한 것을 비롯해 10여일 넘게 자취를 감춘 것은 중국 측에 ‘김정은이 김정남 암살과 무관하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극비리에 방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원홍 통해 이득 본 북ㆍ중 관계자 관여 의혹

김정남 암살의 배후와 관련해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김정남 암살을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김정남이 피살된 곳이 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인가 하는 점이다.

김정남 암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는 가운데 올 초 해임된 김원홍 전 국가안전보위상이 유력한 배후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보위성 소속 인물이 가장 많이 관여한 것과 이들이 말레이시아로 움직인 시점이 김원홍 전 보위상이 해임된 때와 비슷한 시기인 것도 수상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김정은체제에서 막강 실세였던 김원홍이 추락의 위기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김정남 암살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는 분석이다.

김원홍은 올 초 보위성의 고문 등 인권유린과 함께 월권과 부정부패 등의 혐의로 해임됐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원홍의 위기’는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 가속화됐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부를 축적하면서 경제력과 힘을 갖추면서 북한 체제에서 그들의 비중이 확장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김정은이 지난해 노동당 창건 71주년인 10월 10일 “인민앞에 무한히 겸손하여야 한다”, “인민의 참된 충복이 되어야 한다”며 인민을 강조한 것이나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나를 굳게 믿어주고 한마음으로 지지해주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자책 발언을 내놓은 것 등은 그만큼 북한 주민(인민)의 ‘힘’이 커진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에 따르면 노동당은 주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이 보위성이 강제징수하는 금액을 넘어서고 주민들의 김정은체제에 대한 정서도 고려해 보위성을 대신해 주민을 직접 상대하는 시스템을 추구하면서 걸림돌이 되는 보위성을 흔들었다. 김원홍 아들의 부패를 비롯해 보위성의 비리를 척결하면서 김원홍은 최종 타깃이 됐고 결국 올해 초 해임됐다.

소식통은 위기에 처한 김원홍이 이를 만화하기 위해 김정은이 평소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던 김정남을 제거해 일종의 ‘충성 선물’을 바쳤다고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점이다. 다시말해 김정남의 동선(動線)을 정확하게 알고 기다렸다가 테러를 가한 것이다.

우선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 들린 것은 사업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을 비롯해 김정남을 잘 알고 있는 정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누군가 ‘사업’을 이유로 김정남을 말레이시아로 불러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정남이 북한과는 ‘사업’을 이유로 접촉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중국 측 관계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베이징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중국 측 관계자가 김원홍을 통해 북한과의 경제 거래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일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정남의 동선과 관련해서도 김원홍과 연결된 중국 관계자들이 알려주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소식통은 “김정남은 장성택 처형 후 북한과 연락을 하지 않았고 거취를 숨겨왔다”며 “그의 동선을 가장 정확하게 아는 것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즉, 김원홍을 통해 북한과의 거래에서 이득을 보는 중국 관계자들이 김정남의 동선을 사전에 김원홍 측에 전해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기 상황… 김원홍 숙청론 대두, 중국 영향력 좌우할 듯

김원홍은 올 초 보위성의 월권과 부정부패 등의 혐의로 해임됐지만 숙청하지 않고 근신 취지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종래 고위 관료 숙청시 무자비하게 처형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로 소식통은 김원홍을 통해 북한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득을 보는 중국 관계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해왔다. 다시말해 김원홍을 통해 북한 시장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 관계자들이 그들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김원홍의 숙청을 막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원홍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김정남 암살이라는 초강수를 쓴데 대해 백두혈통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김정은에게 강하게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선 김원홍을 숙청해야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디이다.

그러나 김원홍과 연계된 중국 관계자들로 인해 그에 대한 숙청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은이 김정남 암살로 국내외 압박을 받고 있지만, 북한에 영향력 있는 중국과 김원홍이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어 그를 제거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방어해준 것이 중국인 점에서 김원홍 숙청이 불발로 그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이라는 국제적 범죄를 축소 수사하고 북한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지 못한 데는 중국이 북한을 위해 말레이시아 화교 자본을 앞세워 정부를 압박한 특면이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 가까운 김원홍을 제거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에 따라 김원홍이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며,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전후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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