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뇌부 ‘우병우 수사’ 골머리… 구속 위한 총력 계획수립 소문도

조직 내부 겨냥 부담 가중 ‘검찰개혁’요구에 기류변화 감지

탄핵정국ㆍ대선 앞둔 시점에 야권-검찰-우병우 삼각빅딜 루머 실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검찰에 넘기는 방대한 분량의 수사자료와 함께 미완의 숙제가 어떻게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특검팀이 끝내 구속하지 못한 우병우(50) 청와대 전 민정수석 의혹 수사를 놓고 여러 관측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 전 수석 수사에 대한 대체적인 시각은 회의적이다. 수사 과정에서 현직 검찰 수뇌부를 겨냥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이 불거졌을 당시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 전 민정수석은 이번에도 검찰 수사를 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 전 수석은 당시 검찰 수사 라인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정황이 특검 수사를 통해 일부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윤회 문건 사건은 지난 2014년 11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등과 함께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은 문건이 유출된 것을 가리킨다.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벌어질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이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검찰 수뇌부가 우 전 수석 의혹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수사가 미온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정윤회 ‘문서 유출’ 사건을 수사했던 지휘자가 당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이었고 김진태 전 검찰 총장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그의 검찰총장 승진 결정권을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 실세들이 쥐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가 원칙에 따라 수사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실제로 그의 검찰총장 임명은 김 전 비서실장과 우 전 수석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는 것은 청와대와 검찰 안팎에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특검의 칼날을 피해간 우 전 수석을 제대로 수사할지 의문이다.

본격 수사의 최대 난관

정윤회 문건이 유출됐을 당시 검찰은 문건 내용의 진위보다 ‘문건 유출’ 경위를 캐는데 주력했다.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2014년 1월5일 “대통령 기록물 반출로 국가적 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는 의혹의 핵심인 비선실세 문제가 아닌 문서유출 경위를 집중적으로 수사한 뒤 기소한 것으로 사건의 핵심에서 완전 비켜간 수사를 한 것이다. 당시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검찰 수사에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것은 이 사건 당시 검찰 내부에서 이때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김 총장이 청와대의 압력을 받았다는 말이 확산됐다. “청와대의 실세가 김 당시 지검장에 전화해 상당한 압력을 행사해 수사의 방향을 틀었다”는 소문이 무성히 나돌았다. 김 당시 지검장에 전화한 인물로 우 전 수석이 지목됐으나 소문만 있을 뿐 증거는 없었다.

최근 드러난 내용을 보면 당시 우 전 수석이 전화해 김 당시 지검장을 움직인 것은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우 전 수석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감찰관이 우 전 수석 개인비리에 대해 감찰에 착수하자 이를 방해하고, 검찰과 경찰에 협조하지 말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특검 임명장을 받은 직후였던 지난해 12월 2일 박영수 특검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조사했다. 이때 특검은 김수남 검찰총장도 수사 대상으로 확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검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라고 공언했다. 당시 박 특검은 ‘김수남 검찰총장도 수사 대상이냐’는 물음이 이어지자 “필요하다면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특검팀 수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특검팀 내부에서 우 전 수석 관련 수사를 놓고 이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우 전 수석 수사를 본격적으로 벌인다면 법무부과 검찰 내부를 정면으로 겨냥할 수밖에 없는 만큼 파견검사들이 소극적인 게 아니냐 것이다.

실제로 특검은 우 전 수석 관련 조사를 하면서도 법무부 관련자들과 현직 검사들은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나아가 법리상 입증이 어려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수를 던졌다.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특검팀은 기소하지 않고 수사를 통째로 검찰에 넘기는 일종의 떠넘기기 전략을 선택했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이 대선까지 쟁점화 될 경우 결국 최종적으로 이는 특검과 검찰의 폭탄돌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 “특검이 남의 식구에 칼을 거눌 수 없어 직접 처리하라는 의미로 우 전 수석 사건을 검찰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이에 따라 다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넘겨받는 검찰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시선이 모아진다.

명운을 건 진검승부

현재로선 수사가 용두사미형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 전 수석 조사를 하려면 현직 검찰 수뇌부까지 사정권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고,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우 전 수석은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다. 이처럼 상황이 달라진 만큼 검찰 수사가 원칙대로 진행될 수도 있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검찰은 정윤회 문건 관련 의혹부터 다시 들여다 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 뇌물혐의에 대한 수사 일체가 검찰로 넘어가게 되는 만큼 수사를 넘겨받을 가능성이 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추측도 적지 않다.

최근 검찰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고 논의 중이지만 큰 아웃라인은 지난번 특수본 쪽으로 가닥잡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특수본 재가동이 유력하다.

특수본은 지난해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한 바 있다. 기존 특수본이 아직 해체하지 않고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 연속성의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특수본의 구체적인 수사팀 구성은 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판단하고 한웅재 부장검사(형사8부) 등 기존 특수본 인력에다 검사들을 충원해 사안별로 팀을 꾸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동훈 부장검사(44·사법연수원 27기) 등 특검에 파견됐던 검사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높다.

검찰은 수사자료 인계가 완료되는 3일 이후 본격적인 수사팀 구성 논의에 들어가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가 예정된 이번 주 중 구체적인 수사팀 규모 등 수사계획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많은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해 국민적 지지를 받은 만큼 성역 없는 수사 촉구는 검찰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검찰이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그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검찰 내 ‘우병우 사단’에 대한 비판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검찰 내부 및 법무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검찰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이번 검찰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모든 의혹규명의 중심에 있음에도 한차례의 대면조사도 받지 않았다. 3월 중순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의 신분이 변할 경우, 소환조사 등 강제수사도 가능해진다.

명분 찾기 희생양 될 수도

이와 함께 검찰 수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부가 결정된 직후 본격화 할 전망이다.

검찰은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최소 한달 안에 수사를 끝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 수뇌부는 이미 특수본이 다시 맡아 수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검사가 지휘를 맡고 형사8부(한웅재 부장검사),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 첨수1부(손영배 부장검사)에 더해 첨수2부(이근수 부장검사)가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또 최씨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한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부서에는 검사들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검으로부터 수사기록이 넘어오자마자 곧바로 기록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검찰이 특검에 사건을 넘길 때는 1톤 트럭으로 한대 분, 2만페이지였으나, 특검 수사를 거치면서 3배 수준인 6만 페이지로 분량이 확연히 늘어났다.

검찰은 해당 기록 검토에 최소한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인 검찰 수사 개시 시점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직후인 다다음주 초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예상 시나리오는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결과일이 오는 7~8일 전후 결정되고, 전례에 비춰 이로부터 이틀 내지 사흘 뒤 탄핵심판 결과 인용 혹은 기각 여부가 판가름나는 수순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가 검찰 수사 일정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이미 한 차례 박 대통령을 최씨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한 바 있고, 사실상 대면조사만 남겨놓고 있어 수사를 늦추기 여려운 처지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면 전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대통령을 상대로 빨리 수사하라는 국민적 여론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5월 쯤으로 예상되는 조기대선 정국을 맞게 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사법적 판단을 빨리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이달 중순 전후로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본격 돌입해, 적어도 다음달까지는 국면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검찰은 특검으로부터 크게는 'SKㆍ롯데 수사,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 박 대통령 조사'라는 3가지 과제를 넘겨받았고, 속도전에 돌입할 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본에 다시 수사를 맡기는 것보다 새로운 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일부 검사들은 “민정수석은 관례적으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와 수시로 연락해 업무를 상의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이 지난해 검찰 간부들과 통화한 것을 일일이 문제 삼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를 넘겨받아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검찰이 또다시 의혹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수사 출발 단계에서부터 문제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더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삼성을 제외한 남은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검찰이 손 댈 것으로 보인다. SKㆍCJㆍ롯데 등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 가운데, 대가관계가 드러난 기업들이 우선적인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