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캠프 세 불리기 가속… 영입 인사 돌출 언행, 부적절한 과거 구설수

‘10년의 힘’, ‘국민 아그레망’, ‘더불어국방안보포럼’ 3각 편대 출격

전문가 줄 세우기식 세 몰이 ‘눈총’…안희정ㆍ이재명 “올바른 정당정치 아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서운 속도로 세(勢)를 불리고 있다. 작년 10월, 600여명으로 출범한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참여 인원이 계속 늘어 최근 1000명을 넘어섰다. 전무후무한 규모다. 역대급 싱크탱크로 외형이 커지자 문 전 대표도 고무된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정책공간 국민성장’ 회원의 날 행사에 참여해 “인수위원회가 없는 (조기) 대선에서 저 문재인이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며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확실히 정책 선거를 주도한다고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정책 자문 그룹 ‘10년의 힘 위원회’도 출범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 실장이 공동대표를 맡는 등 37명으로 구성된 ‘10년의 힘 위원회’는 문 전 대표가 추진하는 제3기 민주정부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잇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민주정부의 연속성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국정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참여했다. ‘10년의 힘’은 지난 1월 문 전 대표가 김성진 전 여가부 차관 등을 찾아 “민주정부 10년간 풍부한 국정경험을 가진 장ㆍ차관들이 모여 정책자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후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약 한 달 만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장·차관 60여명이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들은 경륜을 바탕으로 거시적인 정책 대안과 아이디어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는 약점으로 지적되는 안보 불안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22일 ‘더불어국방안보포럼’도 출범시켰다. 당초 자문단 형태였던 이 모임은 육ㆍ해ㆍ공군 장성 출신 40명, 영관급 장교 출신 71명, 부사관 출신 15명, 여군 출신 14명, 민간 전문가 안보 전문가 35명을 포함해 총 180여 명이 참여하면서 포럼 형태로 탈바꿈했다.

지난 16일에는 외교 자문그룹 ‘국민 아그레망’이 발족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피살 사건 등 잇따른 북한발(發) 이슈가 대선에 앞서 북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발 빠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총 25명의 전직 외교관 등이 포진한 외교 자문그룹은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가 단장을 맡고, 방위비협상 대사를 했던 조병제 주말레이시아대사가 간사를 담당한다. 이밖에 주미대사를 지낸 이태식 전 외교부 차관과 6자회담을 이끈 이수혁 전 주독일대사, 라종일 전 국가안보보좌관, 황원탁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추규호 전 주영국대사, 석동연 전 재외동포영사대사, 신봉길 전 주요르단대사 등도 포함됐다.


문 전 대표는 “다음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겪게 될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외교 문제고 하루빨리 제대로 복원시켜야 할 것이 무너진 외교를 다시 복원시키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국민아그레망이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좋은 활약을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 몰이에만 집중한다는 당내 비판도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를 비롯해 자문단 규모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자 당내 대선주자들도 견제에 나섰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일찌감치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선거캠프를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편가르기 경쟁을 하면 당이 분열된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안 지사는 또 “캠프 혹은 선대위란 이름으로 사람을 모으고 편을 갈랐고, 대통령 후보가 되면 캠프 출신이 점령군처럼 당을 접수했다.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임기를 마치면 당은 다시 해체되거나 이름을 바꾸면서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올바른 정당정치가 아니다”며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그래야 정권교체 이후 정부를 운영하는 대통령과 의회를 운영하는 당이 수평적 관계에서 협치를 할 수 있다. 의회정치, 정당정치의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과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안 지사는 자신의 기조를 이어갔다. 안 지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당이 축적해 온 비전과 구체적 실천계획을 학습하고 저의 문제의식을 공유했으면 한다”며 “누가 후보가 되든 정책이 당의 강력으로 나오고 수권 능력을 향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규모가 큰 자문단 등을 꾸리기보다는 당의 정책과 우리의 정책이 부합하는 점을 찾아 공조 방안을 모색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서로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백 명의 자문단이 정책적 자문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일부 후보들이 전문가 줄 세우기를 하고 있는데 후보와 정책적 비전과 철학을 공유한 전문가들이 정책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지사에 비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비판의 수위를 더 높였다. 지난달 23일, 이 시장은 정책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문 전 대표의 자문단 인사 영입 공개를 겨냥해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이 시장은 “당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미리 후보들이 자기 식구들 만들어서 소위 인재영입이라고 하는데, 자기 세력 확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사람은 좋은데 어느 날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 모여서 망가지는 것 다들 봤을 것이다. 과도하게 측근들이 모이는 것은 오히려 정당정치와 민주주의에 조금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 시장은 이어 “당 후보 선정 시 후보 개인의 역량과 비전을 봐야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끌어들였나로 보면 정당정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숫자로 하는 게 아니라 당 중심으로 스마트하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당 중심 선거를 위해 자신의 것은 조금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시장은 지난 1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도 “인적자원을 엄청 가진 쪽이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며 “누가 세력이 많으냐 (정치적) 유산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후보 개인의 역량과 철학, 의지가 검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ㆍ중도ㆍ진보를 가리지 않고 인사를 영입하는 문 전 대표의 움직임에 당 정체성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식의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권할 경우 치열한 자리 다툼으로 집권 초반 잡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박승 ‘정책공간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은 “우리가 염원하는 새 정권이 태어나면 그때 우리는 각자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라며 "교수는 강단으로 가서 일할 것이고, 직업을 가진 분들은 직업 현장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대선 이후 예상되는 논공행상을 경계하기도 했다.

늘어난 입에 조마조마한 문 전 대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거리이자 공격대상이다. 문 전 대표를 지지 선언한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싱크탱크 및 자문단 규모가 매머드급으로 커지면서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문 전 대표에게 걱정거리가 여기에 있다.

문 전 대표가 야심차게 영입했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부인 및 5ㆍ18 관련 발언으로 영입 일주일 만에 캠프를 떠났다. 사태가 가라앉기도 전에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0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것은 정치 권력의 속성이다.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 우리가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정적을 얼마나 많이 제거했나. 합법적인 방식으로 제거한 것도 있었다"며 "김구 선생이 (암살당한 것도) 혐의는 그런 식이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또 김대중 납치사건, 동백림 사건, 김형욱 납치사건 등도 권력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저지른 무자비한 일로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이튿날 “김정남 사건은 권력투쟁의 골육상잔 문제인데, 이를 안보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은 안 된다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정치권력은 기본적으로 잔혹하다. 권력투쟁이라는 것이 그런 속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게 만든 일이나, 김 전 대통령 납치사건 등을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의 해명에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집중공격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세계 유례없는 3대 독재를 위해 고모부와 이복형 등 친족까지도 잔인하게 제거해 버리는 김정은 정권을 대한민국과 비교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정 전 장관은 북한의 암살을 정당화하고 김정은 정권을 민주화 이전의 대한민국 역사와 동일시하는 인식으로 국민을 불편케 하고 있다”고 비판에 동참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반인륜적 만행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은 정권을 동일시하고 있는 정세현 전 장관의 주장은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사태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문 전 대표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국민이 보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남 피살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테러이자 패륜적 범죄행위라는 게 저와 민주당의 단호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근 손혜원 의원의 동영상도 논란이 됐다. 손 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곰과 호랑이의 싸움 누가 이겼을까요?”이라는 제목과 함께 한 편의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곰 vs 호랑이 그 승자는?’제목의 동영상을 소개하며 “긴 싸움 끝에 결국 이기고 마는 우직한 이미지의 곰은 승리를 쟁취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어 “아무리 힘이 세도 참고 있다가 화가 나면 호랑이도 이기고 사자도 이기는 게 곰”이라고 했다. 문재인 캠프의 상징 이미지 ‘곰’을 홍보하기 위해 올린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손 의원이 올린 동영상은 북한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평양 중앙동물원의 동물들을 인위적으로 싸우도록 만들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동물 학대 의혹이 제기된 영상이어서 파장이 커졌다. 평양 중앙동물원은 2001년 ‘세계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 6곳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북한 다큐멘터리’와 ‘동물학대’ 논란이 확산되자 손 의원은 이 동영상을 즉각 삭제했다.

참여 인사들의 과거 행적도 도마에

문 전 대표 지지 인사들의 과거 행적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 전 대표 안보자문단에 이름을 올린 승장래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승장래 전 조사본부장은 군의문사 대표적 사건인 김훈중위 사망사건을 왜곡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훈 중위(당시 25세, 육사52기)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241GP)에서 의문의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제15대 대통령(김대중) 취임식 하루 전날이었다.

당시 군(軍)은 한국군과 미군 수사관이 수사를 하기도 전에 ‘자살’로 결론짓고 대외에 공표했다. 국방부는 현재까지 김훈 중위 사인을 ‘자살’로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국방위원회), 대법원,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3개 최고 국가기관과 국가권익위원회는 자살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김훈 중위 유족 및 관계자 등에 따르면 승장래 전 본부장은 2011년 11월 1일 국방위 서종표 의원에게 “김훈 중위 어깨 부위 무연화약이 자살 사격의 근거”라고 조작된 문서를 제시하면서 권총 자살을 주장했다. 또한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에서 최종 자살에 대한 판결까지 확인됐다”고 허위증언했다.


김훈 중위 유족 등은 승장래 전 본부장이 타살감정서를 ‘자살’로 조작하고, 대법원판결문을 ‘자살’ 증거로 조작해 활용하는 한편, 국회 등에 허위보고를 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한 당사자로 지목하고 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24일 김훈 중위 19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행사를 함께하며 군 의문사에 대한 진실규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역대 대선에서 군 관련 문제가 대선 후보에 크고 작은 변수가 돼 온 것에 비춰 승장래 전 본부장이 문 전 대표 캠프의 안보자문단인 점은 자칫 ‘악재’가 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자문단에 속한 인사들이 친재벌 성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5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문재인 전 대표는 또 다시 재벌공화국을 만들려고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손 의장은 “문 전 대표는 온갖 적폐의 뿌리이자 한국 경제의 성장을 막는 재벌기업의 월급을 받거나 받은 사람을 자문단에 대거 끌어들였다"면서 "문 전 대표가 재벌경제를 극복하고 개혁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국민주권회의 이찬열 대변인은 “문재인 전 대표 자문단 가운데 재벌과 깊은 연관을 가진 인물들을 밝힌다”면서 전날 출범한 문재인 전 대표의 자문단 60여 명 중 재벌그룹과 연관성이 있는 인사 15~6명을 열거하고 그들의 현 직책까지 밝혔다.

이 대변인이 밝힌 명단 가운데 눈에 띄는 인사는 조윤제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과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 대표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이다. 조 소장은 2013년부터 ㈜GS 사외이사 지냈고, 동양종금증권(오리온그룹)과 신한은행, STX중공업(STX그룹) 등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이 전 실장은 제일모직과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삼성, 현대, LG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대표적 재벌과 영합해 거수기로 알려진 사람들만 불러 모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현행 상법상 최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요구하기는 힘든 구조다. 또한 이사회 발언 등 구체적 검증 없이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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