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 60일간 ‘진검승부’…與 ‘구원투수’ 물색…野 합종연횡도

문재인 압도적 독주…백설공부VS일곱난쟁이 본격경쟁 돌입

與, 유력 후보 없어 골머리…황교안ㆍ홍준표 등 ‘특급 구원투수’ 물색 중

野, 내부 경선이 사실상 대선…보수 진영 움직임 따라 합종연횡 가능성도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조기대선 정국이 본격화됐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함에 따라 대선 경선 레이스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대선전략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시선은 분열위기에 처한 여권에 쏠리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유력 후보를 만들어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야권에 비해 주목받는 후보는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탄핵이 결정된 만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등 ‘굵직한’ 잠룡들이 곧 대선 출마 여부가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다.

야권에서는 향후 보수진영의 움직임에 따라 합종연횡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보수진영 대권후보의 행보는 대선판도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야권 후보들은 보수진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연합전선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놓고 여러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여권-야권 한 목소리 다른 뜻

대선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되자 일제히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분열의 종식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위한 동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여야 대선주자들의 광폭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5월 9일 조기대선이 가장 유력해지면서 각 정당 내부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대선지도는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다. 앞으로 각 후보들의 행보에 따라 대선판도가 지각변동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대선주자들의 60일간 진검승부를 놓고 여러 관측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누가 청와대 입성을 위한 벚꽃대선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명확지 않지만 윤곽으로 볼 때 여권에서 승자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권 주변에서는 야권 내부 경선이 사실상 대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초 예정대로 당내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이 결과에 따라 대권이 누구에게 갈지 결정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3인(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60%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당내경선이 사실상 대선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130만명 돌파로 기염을 토하며 일찌감치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지난 3일 후보토론회를 시작한 민주당은 이번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경선 흥행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잠정 확정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월 4일부터 8일까지 최종 결선투표를 진행하고, 8일 대선 후보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앞서 이날(3월10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 절차에 돌입해 호남(27일), 충청(29일), 영남(31일), 수도권·강원·제주(4월3일) 순회투표를 거쳐 4월3일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단 4월3일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득표자를 상대로 4일부터 닷새간 에이아르에스(ARS)와 인터넷 등을 이용한 결선투표를 치러 8일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게 된다.

경선 후보자 텔레비전 합동토론은 14일 지상파 4사를 시작으로 종합편성채널 5개사(17일), KBS(19일), MBC(21일) 순서로 진행한다. 권역별 순회투표를 앞두고는 지역 방송사 주최로 각 1회씩 모두 4차례의 합동토론회가 열린다. 민주당은 경선 선거인단 규모가 250만명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수의 위기 구원투수

야권 대선후보와 관련,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수층 끌어안기 행보가 대선 이슈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에 따라 보수진영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방향에 따라 야권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 전 대표는 헌재 탄핵 결정 이후 대권과 관련 중요 선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 손잡고 무주공산인 중도보수층을 적극 공략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이 경우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외에도 김 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경쟁하면서 보수층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이에 바른정당은 대선레이스를 놓고 대권후보 지지율 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당내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룰’을 놓고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서로 갈등을 겪었지만, 지난 2일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으면서 대선준비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바른정당은 대선 경선룰을 ‘당원선거인단(30%) 국민정책평가단(선거인단‧40%) 여론조사(30%)’로 확정했다. 지난 3일부터 선거예비후보자 신청을 받은 바른정당은 오는 24일 최종 후보를 선출키로 했다.

자유한국당의 2차 분열도 점쳐진다. 자유한국당을 ‘도로친박당’이라고 비판하는 당내 중도세력들이 바른정당으로 이탈할 경우,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보수대연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진영은 황 권한대행과 자유한국당, 김 전 대표와 바른정당의 두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전 대표등 야권후보에 맞서 보수진영에서 누구를 앞세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보수진영을 결집할 구심점으로 김 전 대표와 함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야권이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다. 박 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국정운영 경험과 함께 가장 적절한 ‘보수간판주자’로 꼽히고 있어 향후 급부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국당 내에서도 보수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당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 주변에서 “한국당 측 인사들이 대선출마와 관련해 황 대행과 접촉하고 있다”는 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황 대행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다수 여론조사에서 10% 대의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황 권한대행은 박 전 대통령 탄핵결정 이후 대선출마를 놓고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여기에 보수진영 대권후보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보수색이 뚜렷하고 지지율이 가장 높은 황 권한대행이 보수층 결집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보수진영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북한과 중국 등 대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보수층의 결집이 예상되고 있어 황 권한대행의 출마설은 점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대선까지 6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황 권한대행의 출마가 야권과의 1대1 구도를 만드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실제 대선출마를 결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확정성이 낮은 황 권한대행이 보수후보로 나설 경우, 문 전 대표에게 ‘필패카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일곱 난쟁이의 합종연횡

이번 대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더불어민주당의 ‘집안싸움’이다. 민주당의 경우 이미 대세론을 형성했기 때문에 문 전 대표를 비롯해 누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든 집권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들린다.

변수가 없지는 않다. 특히 중도와 보수 진영의 여러 세력과 잠룡들이 어떻게 합종연횡해 민주당 후보에 대항할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이에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의 시나리오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을 모두 패권세력으로 규정하고 배제할 수도 있다”며 김 전 대표의 행보를 대권 최대 변수로 꼽는다. ‘개헌’과 ‘반(反)패권’을 이번 대선의 핵심 과제로 내걸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헌과 반패권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중간지대에 자리 잡은 기존 정당과 소속 대선주자들은 물론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제3지대’ 인사들에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를 수 있는 두 가지 핵심키워드다.

이에 김 전 대표의 행보에 민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직전 국민의당 소속으로 경선을 준비 중인 손학규 전 의원과 만난 데 이어 지난 9일과 10일에는 각각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오찬을 함께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에도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정 전 의장과 회동해 개헌 논의에 착수한 바 있다. 정 전 의장과는 두 차례나 만났다.

김무성 의원도 지난 9일 최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개헌을 고리로 지금 현재 대권주자들을 다 모아서 개헌을 위한 연대를 1차로 만들어야 한다”며 “친박패권, 친문패권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개헌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따라서 김 전 대표가 제3지대에서 뜻을 같이하는 유력인사들과 개헌을 고리로 ‘빅텐트’를 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후 바른정당 등과 연대해 대선에 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각 정당과 정치세력이 따로따로 대선후보를 뽑은 뒤 단일화 절차를 밟아 민주당 후보에 맞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시나리오에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은 대주주격인 안철수 전 대표가 ‘정치공학적 연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당 차원의 동참이 쉽지 않다. 또 한국당은 청산 대상으로 지목되는 친박계가 여전히 주류 세력이어서 산 넘어 산이다.

이에 민주당과 한국당 등에서 비주류가 탈당해 개헌과 반패권을 고리로 한 제3지대설도 나온다. 걸림돌을 피해 새롭게 헤쳐모이는 식의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손 전 의원 등 국민의당 일각에서도 동참할 경우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외에도 누가 집권하든 ‘여소야대’의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러 정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이 구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이런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두 달도 안 된다는 점에서 개헌 연대나 대연정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말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제 3지대 구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정당별로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을 치르기에도 빡빡한 일정인데 이후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추가로 치르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가장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의 반대로 대선 전 개헌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연대의 고리를 약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의당의 히든카드로 꼽히는 손 전 의원이 김 전 대표와 손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조짐도 최근 나타나 주목을 끈다.

국민의당 대선주자들은 개헌과 연정 문제를 놓고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손 전 의원은 지난 10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궁극적으로 헌법을 바꿔 견제와 균형, 소통과 협치, 권력분점과 국민통합에 입각한 새로운 국가 운영 시스템을 짜야 한다”며 “차기 정부는 개혁공동정부이자 개헌공동정부가 되어야 하고, 제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개혁 대통령이자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국민 통합의 중요성만 강조했다. 연립정부론에 대해서는 “오늘 말씀드리기 적절한 주제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해 손 전 의원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