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대결…검찰 “끝까지 간다” VS 박측 “증거 없어”

박 전 대통령 수사 협조에 다양한 해석, “자신감 vs 악화 우려”

檢, 대선 전 고강도 수사… 속전속결 마무리 계획 회의론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마침내 시작되면서 창과 방패의 대격돌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재확인되거나 새롭게 드러날 부분에 대해 정ㆍ관ㆍ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소환 방침을 천명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5일 오전 신속하게 소환 날짜를 못 박으며 ‘속전속결’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그동안의 조사거부 입장을 접고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모종의 결심을 한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당초 박 전 대통령 측이 “변호인단이 이제 막 꾸려진데다 방대한 혐의 내용이 담긴 기록 검토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순순히 수사에 응하겠다고 의사를 밝혀 그 배경을 두고 이 같은 말이 분분하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측에 대비할 기회를 충분히 줘 불응명분을 제거함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박 전 대통령 측이 일단 협조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최근 청와대의 증거 파기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미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상당부분 입수했으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대통령에서 피의자로

박 전 대통령 측이 순순히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응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 아니냐”고 추측한다. 반면 검찰조사에 불성실하게 응할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대면조사를 무산시킨 전례가 있다. 이에 검찰이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주고 조사에 착수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 측은 출석을 거부하기 힘들어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박 전 대통령이 끝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검찰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와 관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최고 핵심부를 파고드는 만큼 검찰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특검에서 넘어온 자료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앞서 조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기에 수사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 단계에서 영상녹화ㆍ녹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무산시켰으나 피의자 신분인 현재는 이마저 거부할 권리를 잃어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예상보다 빨리 박 전 대통령 소환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은 조사를 미룰 이유나 명분이 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8개 범죄사실은 이미 작년 10∼11월 1기 특수본 수사를 통해 상당부분 조사가 진행된 상태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넘어온 433억원대 뇌물수수 등 5개 범죄사실도 검찰 수사를 보강한 것으로 이미 대면조사가 가능할 정도로 검찰이 핵심을 파악했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와 함께 검찰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수사가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5월 9일로 예상되는 대선 일정을 감안해 검찰이 수사 일정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은 늦어도 4월 초까지는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정해지고 19일부터는 공식 유세가 시작될 계획이다. 이에 수사가 지연돼 4월로 넘어갈 경우 대선 정국과 검찰 수사가 뒤엉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때문에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는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선 앞둔 검찰의 고민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늦어도 4월 초까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마무리한 뒤 곧바로 재판에 넘기는 수사 일정표를 짜고 있다.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전에는 수사를 마무리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의 시각은 다르다. 그동안 봐주기 수사 비난과 더불어 김기춘ㆍ우병우 친위대 논란에 이르기까지 검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은 만큼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수남 검찰 총장에 대한 조직장악력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정권이 바뀔 경우 어떤 식으로든 검찰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수사 등 결과에 따라 검찰에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미 검찰 내 지휘부에서는 “향후 검찰개혁에 대비해 이번 수사를 신중히 마무리해야 한다”며 위험한 속전속결수사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조사에서 의외의 결과를 끌어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고 바로 밝힌 배경에는 적극적인 소명이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1기 특수본 조사와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요청을 거부했지만 결국 피의자로 입건됐기에 박 전 대통령 본인이 각종 혐의에 관한 입장을 직접 해명에 나설 경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 주변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그동안 혐의를 피하기 위해 각종 증거폐기에 주력했다면 검찰이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도 향후 법적 다툼 의지를 직접 드러낸 상태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자택에 도착해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발언한 부분도 검찰수사 때 꺼낼 나름의 방어전략이 있다는 추측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이다.

뇌물 수수 혐의를 포함해 지금까지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의 자신감은 변호인단 입장에서도 엿보인다.

변호인단은 “변호인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 등 제반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이 신속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변호인단이 ‘진실’을 강조한 부분과 ‘검찰수사 협조’ 언급은 표면적으로 혐의부인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전략이 이미 세워졌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백과 진실의 모호한 경계

박 전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검찰과 팽팽한 신경전이 연출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와 더불어 손범규ㆍ정장현ㆍ채명성ㆍ위재민ㆍ서성건ㆍ황성욱 변호사 등을 변호인단에 포함시켰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나가기 전 여론 조성 차원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도 관심사다. 검찰 소환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이 호소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가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보수층 감성을 자극할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보다 메시지를 통해 직접 보수결집 호소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전인 지난 1월 23일 설 명절을 맞아 현충원을 찾아 시선을 끈 바 있다.

친박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에서는 검찰 조사가 박 전 대통령에게 일종의 ‘수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지지층 사이에서 동정론이 들끓어 검찰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고 고강도 조사가 몰아칠 경우 친박보수 진영의 집단돌출행동이 우려되기도 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 쪽의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으로부터 받은 433억원대 뇌물수수 의혹과 미르ㆍ케이(K)스포츠 재단을 통한 강제 모금,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청와대 문서 유출 등 4가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질의 내용을 전면 부인할 것에 대비해 그동안 확보한 증거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심부름꾼이었던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각 기업과 정부 부처 조사를 통해 확보한 진술 등이다.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핵심 공모자들과 대질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의 433억원대 뇌물 의혹은 혐의가 인정됐을 때 최소 10년형에 이를 정도로 형벌이 무거워 박 전 대통령 쪽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3차례 독대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두 재단과 최씨 등에 433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은 지난 6일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독대 과정에서 (최씨 딸) 정유라씨를 언급한 사실이 없고,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적용한 최씨와의 ‘경제공동체’ 주장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재산상 이해관계를 같이 하지 않고 완전히 분리된 경제 주체”라고 반박했다.

팽팽한 진검승부

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 된 재단 강제모금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은 정반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사익을 챙기기 위해 두 재단을 세우고 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의 돈을 뜯어냈다고 봤다. 재단의 핵심인 이사진이 최씨의 지인들로 채워졌고 정작 돈을 낸 기업들은 배제된 사실 등이 근거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은 “문화ㆍ체육 진흥을 목적으로 재단을 세웠고 기업들에 돈을 내도록 강요하지 않았으며, 최씨가 관여된 사실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등 일부 기업이 출연을 거부하는 등 강요가 아니었고, 공익법인 자체가 공적 자산이라는 점에서 사익 추구 의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쪽은 특검 수사로 구체적인 진상이 드러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기춘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했지만, 박 전 대통령 쪽은 “청와대 비서실과 문체부 등에 작성 지시를 내린 적도 없고,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핵심 내용은 부인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정부 인사안, 대통령 말씀자료 등 총 180건의 문건을 전자우편을 통해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범죄 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연설문 유출만 인정하고 정부 인사안 등 비밀 문건은 관련 없다고 강조한다. 연설문 작성 등에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최씨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며 다른 문건들은 유출 지시도 하지 않았고 유출 경로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대통령이 (최씨의) 공범이라는 증거는 정말 차고 넘친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이라 조사 과정의 녹음ㆍ녹화가 가능한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신문은 부장검사급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고 수행원과 따로 조용히 식사 및 휴식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검찰은 수사를 위해 이원석(48ㆍ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한웅재(47ㆍ연수원 28기) 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박 전 대통령 대면 조사를 맡는 등 일명 ‘특급선수’를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이 부장검사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사건 등 굵직한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대표적 특수통이다. 한 부장검사는 지난해 10월∼12월 특수본 1기 때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중점적으로 조사한 특수본의 주축이다.

최정예 수사 요원이 포진한 특수1부, 첨단범죄수사2부(이근수 부장검사) 검사들이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지원한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고 노승권 1차장검사가 부본부장을 맡은 30여 명 규모의 특수본은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급의 화력을 자랑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