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 非文’ 양자구도 최후 승부수?… ‘비문연대’ 구도 따라 대선판 달라져

대선 양자 대결이냐, 4자 대결이냐… 2002년 대선-1987년ㆍ2007년 대선 재현?

보수대연합 통해 ‘4자구도’ 가능성… 변수는 제3지대 빅텐트와 충청 민심

‘文 대세론’ 지속, 대권에 근접… 안희정 ‘노풍’ , 홍준표 보수 대안, 안철수 연대 축 주목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5월 9일로 확정됐다. 투표일이 당장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각 당은 탄핵정국에서 대선정국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은 당내 경선일정을 확정지었고, 국민의당은 경선룰 협상이 막판 진통 중이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를 일찌감치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이미 후보를 확정한 정의당을 제외한 가운데 제일 먼저 경선에 돌입하는 곳은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17일을 시작으로 31일 전당대회를 통해 최종후보를 발표하기로 했다. 바른정당은 19일 광주 정책토론회를 시작으로 경선에 돌입, 28일 대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은 17일 예비경선을 통해 6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3명을 추린 후, 25일 광주·전남·제주 경선을 거쳐 4월 4일 대전에서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까지 2차 국민경선 선거인단을 모집 후 22일 투표소 투표를 시작해 오는 4월 3일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경선 1위 득표자가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를 거쳐 4월 8일 최종 후보자를 뽑는다. 경선일정을 보면 4월 4일, 늦어도 8일에는 대선 후보들의 진용이 짜여 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본선 레이스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치열한 수(數)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될 경우 ‘文 대 非文’ 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을 높게 본다.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불출마 선언 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7.1%를 기록했다. 2위 그룹(안희정 16.8%, 안철수 12.0%, 이재명 10.3%)과 20%p 이상의 격차를 나타내며 지지율 40%에 육박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후보 독주 흐름이 4월 중순까지 이어진다면 후보 단일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를 통한 구도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민주당, 범보수 연합(자유한국당+바른정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4자구도 혹은 민주당 후보, 범보수·중도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사실상 양자구도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각 당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후보 확정 후 펼쳐질 구도에 대해 예상해봤다.

민주당, 경선 흥행과 토론회 분위기 고조 중

‘경선이 곧 본선’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후보 간 경쟁력이 높은 민주당은 여유 있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경선 룰을 확정지은 민주당은 탄핵 인용 전에 이미 토론회를 시작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선거인단 모집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16일 기준, 184만 명이 선거인단에 신청했고 21일 마감을 고려하면 최소 200만 명, 최대 2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1차 선거인단 모집 결과 선거인단 약 163만 명의 지역별 편차가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나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캠프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5일, 민주당은 “권리당원과 전국대의원 19만 5572명, 국민일반당원 143만 3453명 등 총 162만 9025명이 선거인단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강원·제주가 69만 6419명으로 전체 신청 선거인단 중 53%을 차지하고, 호남권(전남/전북/광주)은 27만 4934명로 21%로 나왔다. 뒤이어 영남권(경남/경북/부산/대구/울산)은 21만 2961명(16%), 충청권(충남/충북/대전/세종)은 13만 7664명(10%)으로 집계됐다.

지역적 기반인 충청 지역 선거인단 비율이 가장 낮은 10%를 기록하자 안희정 지사 측은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안 지사 측은 당초 1차 선거인단 모집에서 30만 명 정도를 목표로 삼았다. 예상보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선거인단 수치에 당황한 안 지사 캠프는 조직 라인에 2차 선거인단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문재인 캠프 측은 특히 강세인 수도권과 호남에서 선거인단 비율이 높게 나오자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시장 측은 공을 들이고 있는 호남이 두 번째로 높은 선거인단 비율을 차지하자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지역 정가에선 “이 시장이 밑바닥 조직들을 피라미드처럼 선점해 나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경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오차범위고 내 접전을 벌이고 있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문 전 대표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YTN과 서울신문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15일 전국 성인 남녀 1029명에게 실시, 이날 공개한 각 정당별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가 35.7%로 1위, 안희정 지사가 32.8%로 2위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12.4%로 조사됐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 문 전 대표 58.3%, 안 지사 23.0%, 이 시장 13.2%로 문 전 대표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전국 성인남녀 4280명 중 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문 전 대표 지지율은 34.3%, 안 지사 지지율은 32.8%로 나왔다. 하지만 경선에 선거인단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따로 조사했을 때 문 전 대표 지지율 54.8%, 안 지사 지지율 22%로 격차가 벌어졌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ㆍ바른정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경우 안 지사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바른정당 지지층의 89.2%는 안 지사를 뽑겠다고 응답했다. 국민의당과 한국당 지지층의 안 지사 지지율 역시 각각 67%, 41.8%에 이른다. 반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바른정당 3.1% △국민의당 13.2% △한국당 5.5%에 불과하다.(여론조사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우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바로 본선에 직행할 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문 전 대표이든, 안 지사이든 누가 나와도 상대 후보를 큰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표심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

또한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김종인 전 대표 시절 비서실장 지낸 박용진 의원, 당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이철희 의원을 등 ‘김종인계’와 비대위원ㆍ당 정책위의장으로 중용됐던 변재일 의원 등 비문계 의원들의 합류도 안 지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과연 2002년 광주 경선의 ‘노무현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 황 대행 사퇴 뒤 유일한 대안은 홍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15일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이인제, 원유철, 홍준표, 안상수, 김진태, 조경태, 김진 등 현재까지 자유한국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총 9명이다. 단일후보를 결정한 정의당을 포함한 원내 교섭단체 4당 가운데 가장 많은 후보를 배출한 셈이다.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은 10% 초·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당 지지율에 근접한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는 보수 후보로 분류된 황교안 권한대행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황 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안으로 홍준표 경남지사가 급부상했다. 홍 지사는 당 내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 중 유일하게 여론조사 후보군에 포함돼있다. 황 대행이 불출마하자 홍 지사 지지율은 두 배 가량 뛰었다. 1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홍 지사는 전주 대비 3.6%p 오른 7.1%를 기록, 보수 후보 1위 자리에 올랐다. 리얼미터는 황 대행 지지층의 32.4%를 흡수하며 보수 진영의 확실한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경선 과정에서 홍 지사의 독주에 예상되는 대목이다. 홍 지사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이 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기에 닥쳤을 때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방문하던 곳이다. 갈 곳 잃은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보듬어 확실한 보수 진영 1위를 자리매김하겠다는 홍 지사의 전략으로 읽힌다.

홍 지사 출마에는 변수가 있다. 정치자금법 재판이다. 2심에서 무죄판결이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남았기 때문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이를 지적했다. 유 의원은 지난 16일 “홍준표 지사가 출마하는 것은 자유인데, 그분의 경우에는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았다. 왜 출마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홍 지사 측은 “대법원 판결도 무죄로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국민의당, 경선룰 협상도, 지지율도 지지부진

국민의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이다. 이 가운데 경선룰을 놓고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 간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현장투표와 여론조사 비율, 결선투표제 내용의 대선 후보 경선룰을 확정했음에도 마지막 선출일을 두고 안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안 전 대표는 민주당 후보 선출일인 4월 3일 하루 전인 2일에 후보를 확정해 민주당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 전 대표는 흥행을 위해서 충분한 토론과 경선기간을 이유로 4월 9일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가 이를 중재해 지난 15일, 4월 4일로 결정했고 손 전 대표는 수용했지만 안 전 대표가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경선룰을 놓고 두 후보 간 지지부진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당 밖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 지지율은 10% 초반을 기록하고 있으며,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대 안팎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2~3%를 오르내리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남경필 2파전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2파전 싸움으로 경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5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입당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의 진정한 가치를 정치적 매개물로 이용하려는 분들과는 뜻을 같이 할 수 없다”며 “그동안 함께 준비해왔던 동반성장의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창당까지 고려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8일 경선 일정을 시작하는 바른정당은 4곳의 지역 정책토론회를 거쳐 28일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바른정당은 ‘국민대표선거인단 40%·당원투표 30%·여론조사30%’ 으로 경선룰을 채택했다.

보수대연합을 통한 4자구도 형성?

선거는 구도의 싸움이다. 어떤 구도가 형성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와는 다른 선거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현 시점에서 각 당의 경선이 마무리되는 4월 초가 되면 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에서 결정된 다섯 명의 후보가 본선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다. 5자구도로 대선이 치러진다면 당 지지율과 후보 개인들의 지지율을 감안할 때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서울신문과 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15일 전국 성인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5개 정당에서 현재 1위를 기록 중인 대선주자들끼리 가상 대결할 경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42.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8.4%,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10.4%,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5.3%, 심상정 정의당 대표 4.1% 등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집권을 반대하는 세력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후보 단일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단일화 경우의 수는 보수후보 연대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의 연대다. 현재 두 정당 지지율의 합은 15%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두 당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홍준표 지사와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 합은 10%에 턱걸이하고 있다. 만약 보수 정당 후보 간의 연대가 이뤄진다면 시너지 효과로 인해 지지율 20%선까지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 분석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본지와 인터뷰한 홍 지사는 “대선을 앞두고는 통합이 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당대당 통합까지 염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 의원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유 의원은 지난 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보수진영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힘들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엔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번 대선을 치러 볼 만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탄핵 인용 이후 다소 입장이 달라졌다. 유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합동 기자회견에서 보수후보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친박 세력 청산을 내세웠다. 그는 자유한국당과의 단일화에 대해 “탄핵에 반대하고 아직도 정치세력화 하는 친박들, 그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고는 만약 그 사람들 지지를 받아서 되는 후보라면 단일화는 다시 생각해봐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일축했다. 이어 "홍 지사가 출마하는 것은 자유지만 탄핵찬반 등에 대해서 어떤 세력의 지지를 받아 출마할 것이냐 그게 문제가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자유한국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대선 후보의 친박 세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한 것이다. 바른정당으로서는 친박 세력과의 갈등으로 인해 당을 떠난 상황에서 친박 세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라면 연대 및 통합 명분이 없다는 의미다.

‘친박’이라는 걸림돌만 제거된다면 최소한 양당의 후보 단일화 및 연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1987년 13대 대선 당시 1노 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과 같은 4자구도가 30년 만에 재현된다. 재집권을 꾀하는 보수 진영이 계산하는 구도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진보와 중도에서 표를 나눠 갖고 보수 재집결을 통해 보수 진영은 표를 최대한 끌어 모아 대역전승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일명 ‘어부지리’ 전략이다.

유사한 상황이 1987년 13대 대선이다. ‘6월 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이뤄낸 시민들은 정권교체를 확신했다. 그러나 민주화의 두 축이었던 김영삼-김대중의 생각은 달랐다. 서로가 본인이 대통령이 될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김대중 당시 민주당 고문은 김영삼 당시 총재와 결별을 선언하고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다. 여기에 김종필은 구 공화당 세력을 등에 업고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후계자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도 대선에 나와 4자 구도가 연출됐다. 민주화 세력은 분열됐고 이틈에 노태우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당시 후보별 득표율은 노태우 민정당 후보 36.6%,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 28.0%,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 27.0%,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 8.1%였다.

홍 지사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하고 있다. 그는 “87년 대선 구도처럼 우파 한 사람, 중도 한 사람, 좌파 두 사람으로 4자 구도를 만들어서 대선을 치르면 우파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단 우파의 대표는 박근혜 정부와 철저히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공과를 안고 간다면 재집권 못한다”고 전망했다.

1987년 대선보다 2007년 대선 결과가 재현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0년 전 대선과 유사한 득표율 배분으로 대통령이 결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4자 구도였다. 정치 상황도 비슷했다. 여권은 분열했고 야권은 대통합민주신당을 탄생시켰지만 열린우리당 창당 때부터 시작된 갈등의 골은 깊었다. 여기에 문국현 후보는 중도 스탠스를 취하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결과는 이명박 후보 48.7%, 정동영 후보 26.1%, 이회창 후보 15.1%, 문국현 후보 5.8%이었다.

당시와 현재가 다른 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선 판도가 진보 쪽으로 기운 상황이라는 것, 지지율 1위가 보수가 아닌 진보 진영 후보라는 것, 야권이 분열됐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50%를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 보수 연합 후보, 국민의당, 정의당 등 4자 구도로 대선이 진행될 경우 현재의 지지율로 봤을 때 1987년 대선보다 2007년 대선 결과처럼 2위 후보와 상당한 격차를 내며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 반 문재인, 양자대결?

정치권에선 대선 막바지에 가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반(反)문재인’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자에서 4자(민주당, 국민의당, 범여권, 정의당)로, 다시 3자로 대결구도가 좁혀지는 시나리오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사실상 양자구도를 의미한다. 민주당 후보로 문 전 대표가 결정될 경우, 반문 세력이 구상하는 가장 최종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홍준표 지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국민의당과의 관계에 대해 묻자 “정치는 유동적이라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유승민 의원도 지난 15일 “기본적으로 국민의당, 한국당 양쪽에 다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해 전향적인 입장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비슷한 의견이다. 박 대표는 지난 14일 “4당제라 대연정은 필요하다. 그건 나중에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다가 막판에 비박(비박근혜), 비문(비문재인)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지금 그러한 것(제3지대 단일화)을 얘기해 자기 당 지지층으로부터 버림받는 게 훨씬 많아 아직은 자기 당 정체성을 갖고 후보경선에 매진할 때”라며 선을 그었다. 당장의 단일화 논의는 시기상조이지만 때가 되면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철수 전 대표는 연일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자) 대결구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가 필연적이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의 장애물은 ‘시간’이다. 경선일정 및 선거운동 기간이 워낙 짧기 때문에 여론을 수렴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여론조사에 기댈 공산이 크?

투표용지 인쇄 전 단일화에 합의해야 하는 현실적 고려도 필요하다. 공직선거법 관리규칙 제 71조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의 경우 투표용지는 후보자등록마감일 13일 후에 인쇄한다. 다만, 인쇄시설의 부족 등 선거관리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그 날을 변경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자 등록은 4월 16일에 마감하므로 4월 30일부터 투표용지를 인쇄한다. 늦어도 4월 29일에는 단일화에 성공해야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후보 등록 후 인쇄 전 후보 사퇴가 이뤄질 경우 통상 투표용지의 기표란에는 ‘사퇴’라는 문구가 기재된다. 인쇄 후 사퇴가 발생할 경우 투표소마다 후보 사퇴로 인한 변동 공고문을 게재할 뿐이다. 양자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 당 후보가 확정되는 4월 둘째 주부터 약 3주간의 시간만 남을 뿐이다.

단일화 시기를 실기한 대표적 사례가 2010년 6·2 경기지사 선거다. 당시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는 투표용지 인쇄 이후 단일화에 합의했다. 심 후보가 중도에 사퇴했지만 유 후보는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두 후보의 표차는 19만 1580표. 그러나 무효표도 18만 3387표나 쏟아졌다. 심·유 후보가 단일화를 했지만 투표용지는 이미 인쇄된 상태였고 단일화 사실을 모른 유권자들이 심 후보에 기표한 표들이 모두 무효 처리된 것이다. 반대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와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후보는 투표용지 인쇄 개시 이틀 전에 단일화에 합의해 결과적으로 승리했다. 당시 단일화 협상에 참여한 노 후보 측 인사는 “투표용지 인쇄 전에 단일화를 성사시키려고 하루에도 수십 번 상대 후보 측 캠프와 밀고당기기를 이어갔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도 후보 단일화에서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명분 없는 단일화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몇 년간 ‘야권 연대’를 통해 증명됐다. ‘보수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보수 후보 연대는 가능성 있다. 하지만 양자 대결로 가기 위해서는 보수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 간의 단일화가 필수적이다. 표면적으로 양 측은 지지기반을 토대로 ‘영·호남의 결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반문연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두 지역은 또 일정 부분 반문 정서도 강한 편이다. 성공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면 문 전 대표에게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지지율 상승이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대선 막판으로 갈수록 문재인을 막아야 한다는 합리적 보수층이 막판에 안철수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연대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이 포함된 후보 단일화를 호남 민심이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표의 확장성을 강조하다 집토끼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국민의당 지지율은 호남에서 민주당에게 3배 이상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 민주당은 62.2%, 국민의당은 19.6%를 기록했다. 후보별 지지율을 봐도 문 전 대표는 40.5%, 안 전 대표는 18.0%이었다. 안 지사는 6.7%에 그쳤다. 국민의당과 당 내 유력 후보인 안 전 대표가 쉽사리 보수 후보 연대에 손을 잡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 시각도 있다. 큰 폭의 지지율 반등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우선적으로 양자 구도를 만들어 국민의 선택을 받는 방법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변수는 제3지대 빅텐트와 충청 민심

또 다른 변수는 정당정치권 밖에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지난 8일 민주당을 탈당한 김 전 대표는 '제3지대 빅텐트'를 표방하며 반 패권과 개헌을 고리로 비문(비문재인) 진영 규합을 주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김 전 대표와의 협력에 긍정적이다. 바른정당 입당을 포기한 정운찬 전 총리도 김 전 대표와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후보로 문 전 대표가 선출된다고 가정했을 때 김 전 대표의 구상대로 ‘제3지대 빅텐트’가 결성된다면 그 파괴력은 미지수다. 하지만 민주당과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달리 방법이 없는 다른 정당들이 돌파구로 김 전 대표와 손잡을 확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여론의 반응은 냉랭하다.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11~12일 남녀 유권자 2천46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2.2%포인트)에 따르면 김 전 대표의 탈당과 반패권 개헌연대의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63.2%로 가장 많았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는 40%가 넘는 응답층에서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답했다.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던 충청 민심도 중요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민주당 경선 가상 결선투표 결과는 오차범위 내 박빙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이나 적극 투표층에서는 문 전 대표가 큰 폭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민주당 후보는 문 전 대표로 결정될 확률이 조금 높다는 것이 정치권 분석이다. 이 경우 안 지사를 지지해왔던 충청 민심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3자 혹은 양자 구도로 본선 레이스가 전개된다면 보수적 성향이 다소 높은 충청 민심이 보수 연합 후보를 택할지 국민의당을 택할지 문 전 대표를 택할지는 예측 불허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자 구도일 때 보수 연합+국민의당 후보에게 충청 민심이 쏠린다면 선거 결과는 알 수 없게 된다. 현재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충청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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