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구속 되면 보수 결집 가능… 야권 대선주자 역풍 우려해 ‘원론적 입장’

여권 주자 ‘불구속 수사’ 주장… 불구속 되면 대선에선 야권 후보 유리

문재인,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보수 대 진보’ 양자 대결 구도 되는 것 가장 경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오는 5월 9일 치러질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선주자와 각 정당들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실제로 구속이 된다면 보수층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 후보들은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여론의 추이를 좀 지켜보겠다는 쪽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라고만 언급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도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비슷한 입장이다. 다만 이재명 성남시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구속수사를 줄곧 주장해왔다.

반면 여권 측은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ㆍ김진태ㆍ이인제ㆍ김관용 등 자유한국당 대선경선 후보들은 전직 대통령 예우와 도주우려 및 증거인멸의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 수사를 선호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불구속 수사 및 기소가 맞고 법원에서 나중에 유죄판결을 내리면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되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선지형을 이끌어 가고 있는 야권 측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동정론이 형성돼 보수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구속 수사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이 상황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대 진보’ 구도가 펼쳐지고 친문 패권 프레임이 전면에 부각될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반면, 불구속 수사로 진행될 경우 보수층 결집보다 더한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2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에 ‘찬성한다’는 의견(매우 찬성 60.9%, 찬성하는 편 11.4%)은 72.3%로, ‘반대한다’는 의견(매우 반대 16.0%, 반대하는 편 9.1%) 25.1%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TK(찬성 39.2% vs 반대 55.6%)를 제외한 수도권, 호남, 충청, PK에서 찬성 의견이 70%대로 집계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직후인 3월 10일에 실시한 MBNㆍ매일경제 의뢰 조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69.4%,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와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의 합이 27.4%인 것과 비교하면 구속 수사 의견이 2.9%P 상승했다. 박 전 대통령 검찰 조사 이후 구속 수사 요구가 더 높아진 것이다.

이런 여론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의 명분 면에서 야권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구속여부에 상관 없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는 4월부터 최순실, 김기춘, 이재용 등 관련자들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월호 인양 문제도 있다는 점도 대선 국면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이슈라는 분석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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