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외나무다리 승부 가능성… 문재인ㆍ안철수 진검승부 펼쳐지나

3자, 4자 대결 모두 文 완승… ‘文-安’ 양자 땐 오차범위

文 대적할 영ㆍ호남 연립정부 전략 성사되면 安 유리

호남이 19대 대통령 결정할 가능성 높아… ‘호남 전쟁’ 치열


19대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각 정당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선 후보들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일찌감치 심상정 대표를 후보로 결정했고, 바른정당은 지난달 28일 유승민 의원을, 자유한국당은 31일 홍준표 경남지사를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로 파죽지세로 경선 4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전북 등 호남권, PK 경선에서 모두 승리하며 총 투표 11만4336표(유효투표수 11만3910표) 중 7만5471표를 획득, 누적 득표율 66.25%를 달성하며 사실상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확정지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 충청권 경선에서 모두 승리하며 본선 진출에 가장 근접해 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경선에서 14만 2343표로 60.2%를, 충청 경선에서 6만 645표로 47.8%, 영남 경선에서 12만 8429표로 64.7%, 합계 33만 1417표. 전체 득표율 59%를 기록하며 1위로 순항 중이다. 4월 3일 전체 선거인단의 56%(121만 명)이 몰려있는 수도권 경선(강원 제주 포함)이 남아 있지만 이 곳 역시 문 전 대표의 지지세가 높은 곳이다. 막판 이변이 없는 한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5당의 대선후보들의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여론의 관심은 문재인이 대세론을 이어갈지 아니면 문재인의 독주를 누가 막을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나 반(反) 문재인 연대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불과 3월 초만 하더라도 양자 대결에서 문 전 대표는 2위와 10%p 이상 차이를 보이며 압도적 1위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달라지는 분위기다. 때문에 이른바 ‘다자필패-양자 승리가능성’ 공식을 놓고 3당(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간 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3당 간 단일화 혹은 연대가 진행된다면 시간이 촉박한 까닭에 여론조사로 후보를 확정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단일화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안 전 대표가 그토록 외쳤던 문 전 대표와의 양자 대결이 성사되는 셈이다.

문-안 양자대결이 펼쳐질 경우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호남이다. 두 후보 모두 호남이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한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경향을 보였던 호남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두 후보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다자 대결 모두 文 압승, 양자는 오차범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문 전 대표는 지난주 3월 4주차 주간집계 대비 0.8%p 반등한 35.2%로 2위 안철수 전 대표(17.4%)의 두 배를 넘는 지지율로 13주째 1위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 대결에서도 마찬가지다. 5자 가상대결에서 문 전 대표는 43.9%로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 3인의 지지율 합(35.1%)보다 오차범위(±2.5%p) 밖인 8.8%p 앞선 선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43.9%는 다자구도 지지율(35.2%)보다 8.7%p 높은 수치다. 대진표가 확정될 경우 현재 지지율보다 더욱 상승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문 전 대표는 3자 가상대결(문재인·안철수·홍준표)에서도 47.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안 25.0%, 홍 12.3%). 안철수 전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지지율 합보다 9.9%p 앞선 수치다. 대결 구도가 압축될수록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조금씩 상승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양자대결은 조금 다른 양상이다. 동아일보가 28, 29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각각 41.7% 대 39.3%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박빙 승부를 벌였다. 격차는 2.4%p다.

지난달 3, 4일 실시한 두 사람의 양자 대결 결과와 비교하면 문 전 대표는 44.3%에서 2.6%p 떨어진 반면 안 전 대표는 28.6%에서 10.7%p 올랐다. 안 전 대표의 상승세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경선에 떨어질 확률이 커지면서 안 지사 지지층이 안 전 대표 측으로 옮겨왔다는 분석이다. 안 지사 지지자 가운데 안 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하면 문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19.7%에 그친 반면 안 전 대표로 옮겨가겠다는 응답은 33.3%였다(응답율 13.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여론조사업체인 에스티아이와 미디어오늘이 지난 28일 1000명의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48%, 안 전 대표는 42%를 기록, 양측의 격차가 6%p에 불과했다 (응답률 7.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인터넷언론사 쿠키뉴스가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양자대결 시 문 전 대표가 44%, 안 전 대표가 40.5%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격차는 3.5%p에 불과했다. 안 전 대표는 양자대결에서 갈수록 격차를 좁히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1주차 양자대결에서 문 전 대표는 46.5%, 안 전 대표는 34.4% 지지로 10%p 이상 차이를 보였으나 3월 마지막주 조사에서 3.5%p까지 격차를 좁힌 것이다. 다자대결 조사에서 10% 초중반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치고 있는 안 전 대표에게는 반가운 결과다.

연령별로 보면 문 전 대표는 19~29세 55.1%, 30대 62.4%, 40대 55.1%, 50대 37.5%, 60세 이상 18.1%로 대부분 연령대에서 우세를 보였다. 안 전 대표는 19~29세 32.9%, 30대 24%, 40대 34.5%, 50대 47.1%, 60세 이상 58.1%로 높은 연령층일수록 지지율이 높았다. 50대와 60세 이상의 경우 안 전 대표가 우세를 보였다. (응답률 3.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물론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간 후보 단일화를 거쳐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을 따져 봐야한다. 하지만 본선에서 문재인·안철수 간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될 경우 상당한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지율부터 끌어올리자는 안철수ㆍ유승민 속내

이번 19대 대선에서 단일화 움직임은 각 당에서 대선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잠시 소강상태다. 단일화 1단계로 여겨졌던 ‘보수 대연합’부터 불투명하다.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유승민 의원이 단일화 원점 재검토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현실적인 장애물을 감안해 국민이 공감하는 단일화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단일화의) 첫 번째 기준은 국민의 요구와 명령이 얼마나 강하느냐다”라고 말한 것이다.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먼저 했다. 지난 21일 광주 당원 간담회에서 “패권주의에 반대해온 광주의 통합정신이 '국민에 의한 연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29일 대한노인회 대구연합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연대에 대해 “국민들이 결정해주실 것이다. 이제는 정치인이 판을 만들고 국민이 따라갈 때가 아니다. 국민들이 길을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도 말했다.

최근 일련의 발언들로 인해 ‘대선 전 연대’ 가능성 관련 설왕설래가 오고가자 안 전 대표는 30일 “국민들께서 저를 승리하게 만들 것이다. 국민들께서 투표로 선택해 주실 것이다. 총선 때도 국민들이 뜻을 모아서 우리 국민의당을 세워준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연대 불가’를 외쳤던 기존의 입장에서 변화한 것은 분명하다.

박지원 대표 역시 "정당은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라며 연대론에 부정적인 안철수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당 경선이 종반으로 치닫자 연대론을 서서히 꺼내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지난 28일 “선거기간이 좀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다당제에서 멜팅팟(Melting pot)처럼 연정이 되는 게 아니고 샐러드볼처럼 각 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제 맛을 유지하면서 통합적인 그런 '샐러드 연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본다”고 발언, 각 당이 정체성을 유지하며 손을 잡는 연정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 의원과 안 전 대표의 발언 가운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단어는 ‘국민’이다. ‘국민의 요구와 명령’, ‘국민에 의한 연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지지율이다. 3당(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유력 후보의 지지율 합이 문 전 대표 지지율보다 10% 안팎에서 뒤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연대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현재보다 국민의 지지가 높아져 3당 후보들의 지지율 합이 문 전 대표보다 앞선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대를 통해 대선 레이스에서 이탈하는 정당은 큰 후유증을 앓을 것이다.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은 존립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도 감안한다면 쉽사리 후보 단일화나 중도 사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연대에 대해 자신감도 은연중에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29일 “경선에서 후보가 확정되면 거기에 따라 국민의당 중심으로 집권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힘을 합치실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상태에서 지지율이 높은 자신에게 무게중심이 쏠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좌파가 정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의 지지율이 현 상태에서 머물 경우 기댈 곳은 자신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편, 3당 간 단일화 논의는 4월 첫째 주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협상과정에서 이견이나 진통 때문이 아니라 선거보조금 때문이다. 후보 등록일은 4월 15, 16일이지만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하는 날은 18일이다. 선거보조금을 받고 사퇴해도 정당은 반납할 의무가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대선 당시 통합진보당이다. 당시 이정희 후보가 2차 토론회 이후 사퇴했지만 통합진보당은 반납할 의무가 없는 27억 원의 선거보조금은 고스란히 챙겨 먹튀 논란을 빚었다. 이번 대선에서 의석수 등에 비례해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은 총 420여 억 원으로 더불어민주당 124억 원, 자유한국당 119억 7000만 원, 국민의당 86억 6000만 원, 바른정당 63억 4000만 원, 정의당 27억 6000만 원 등을 받을 예정이다.

‘반문 연대’ 명분 영ㆍ호남 연립정부 대두

연대 및 단일화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을 당사자들에게 명분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연대의 구심점이 될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이 가장 강력한 연대 명분이었던 '반문'에 대해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에는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정치권에서 '반문·비문 연대'를 제외한 연대의 명분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안이 ‘영·호남 연립정부’다. 정국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연정'과 정치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영호남 통합'을 결합한 개념이다. 수권 후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위해서는 원내 제1당인 민주당조차 필연적으로 '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연정'을 연대의 명분 중 한 가지로 내세우는 동시에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통합'을 전면에 앞세우겠다는 의도다.

연립정부 수립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지난 23일 문화일보가 발표한 영호남 지역별 대선 여론조사 결과 영남 지역은 61.9%, 호남 지역은 58.2%의 유권자가 연정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대연정’ 선호 비율은 영남이 42.4%, 호남이 35.9%로 나왔다. 동아일보가 28,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 연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45.9%, 반대는 37.1%로 나타났다. 찬성 의견은 50대(54.3%)와 60대 이상(55%), 대구·경북(54.2%)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57.3%)과 중도층(52%)에서 연정 찬성 의견이 높았다.

반대 의견은 30대(50.9%)와 40대(43.2%)에서 많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집권 가능성이 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50.9%가 연정에 반대했다. 반면 바른정당(73.6%), 국민의당(62.6%), 자유한국당(57%) 지지층은 찬성 의견이 더 높았다.

‘반문 연대’의 1차 명분이었던 개헌이 무산된 상황에서 ‘영·호남 연립정부’는 좌파 집권을 막기 위한 좋은 명분으로 떠오를 수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하고는 침묵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지난 30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중도 통합론은 계속 얘기해왔고, 좌파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며 “심지어 중도의 안철수까지 통합해서 새롭게 정권을 세워야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복의 길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단일화 불가를 외치던 김진태 의원도 입장을 바꿨다. 김 의원은 '중도세력과 연대하면 선거를 지원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안철수 의원을 지원유세하고 다닌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라면서도 "당 차원에서 이뤄지면 고민해보겠다"라고 답했다. 강성 친박 의원이 안 전 대표를 지원하는 묘한 상황도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선택은 사실상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에게 달려있다. 만약 안 전 대표의 다자구도 지지율이 10%대 답보상태에 머문다면 판세를 뒤집기 위해 ‘영·호남 연립정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다자구도에서 지지율 20%를 넘긴다 해도 연정 카드는 유효하다. 당선 가능성이 멀어진 후보 측에서 연정을 매개로 안 전 대표에게 단일화 협상을 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있다. 바로 호남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만약에 국민의당의 안철수 의원이 보수후보와 단일화했을 때 과연 호남에 있는 유권자분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것은 지금 예측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호남이 19대 대통령 결정할 가능성↑

전통적으로 호남은 역대 대선에서 한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경향이 뚜렷했다. 17대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호남에서 약 80%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번 민주당 계열 후보는 득표율 약 90%를 달성했다. 15대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광주에서 97.28%라는 경이적인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밑거름이 됐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호남은 2012년 대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90% 안팎의 몰표를 보내주며 지지를 보냈지만 작년 20대 총선에서는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이번 경선에서 60.2%의 지지를 보내주며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국민의당과 본인의 정치 기반이 호남이다. 문 전 대표와 2배 이상 차이가 나던 호남 지역 지지율 격차는 10%대로 좁혀졌다(30일 리얼미터 발표, 호남 지지율 문 41.6% 안 24.9%). 호남 쟁탈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전국 대비 호남 선거인 수, 즉 투표권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18대 대선 기준 10.3%에 불과했다.(광주 2.8%, 전북 3.7%, 전남 3.8%) 이에 비해 영남(PK+TK)은 26.1%에 달한다. (부산 7.2%, 대구 4.9%, 울산 2.2%, 경북 5.4%, 경남 6.4%) 지난 대선에서 영남 선거인수가 호남의 2배가 넘는 상황이었다. 호남에서 9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도 영남 지역에서 60% 득표율보다 낮은 득표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례로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전남에서 103만 표 이상, 8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부산에서 60% 득표율에 그쳤지만 얻은 득표수는 132만 표에 달했다. 같은 곳에서 문 후보는 40% 득표율로 88만 표를 획득했다. 88만 표는 득표율 92%를 기록한 광주(82만 표)보다도 많은 득표수였다.

19대 대선 선거인 명부는 오는 4월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작성되지만 지난 4년간 영호남에서 인구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8대 대선 기준으로 절대적 수치로 보면 호남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호남표가 중요한 이유는 표가 분산될 가능성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28, 29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은 이번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고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자 대결 시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44.1%의 지지를, 안 전 대표는 37.7%의 지지를 받는 등 역대 대선에서 나타났던 호남 민심의 쏠림 현상이 사라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호남에 남아 있는 반문(반문재인) 정서와 호남 다수당인 국민의당의 존재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호남 몰표 현상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호남 몰표가 사라진다는 것은 각 캠프 선거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 전 대표 측 입장에서는 야권 후보에게 쏠렸던 몰표 중 30~40%만 이탈한다는 의미다. 이는 120만~140만 표를 뺏긴다고 볼 수 있으며 절대적 표 차이 이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격차가 컸던 2007년 대선을 제외하고 역대 대선에 1,2위 격차는 100만 표 미만이 2번, 200만 표 미만이 3번이었다. 1997년 김대중, 이회창 후보의 격차는 39만 여 표, 2002년 노무현 이회창 후보는 57만 여표였다. 2012년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격차는 108만 여 표였다. 호남 이탈표가 당선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호남 몰표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참여정부 초대 정무수석 출신 유인태 전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호남의 전략적 투표를 예상했다. 유 전 의원은 “물론 과거같이 한쪽에 일방적으로 몰아주지는 않더라도 호남은 나중에는 될 사람 밀어줄 것이다. 구도가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굡箚?밝힌 것이다.

유 전 의원이 호남의 전략적 투표 이유로 단일화 이슈를 꼽았다. 그는 단일후보로 안 전 대표로 나올 경우에 대해서 “(단일화를 하려면) 자유한국당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 그러면 호남은 문재인에게 확 쏠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조건 문재인은 안 된다? 안철수가 반문재인을 기치로 자유한국당하고 손을 잡는 순간, 그 당의 의원들과 지역 민심이 어떻게 되겠나. 안철수가 단일화 연대를 하고 호남에서 지지율이 빠지면 그나마 있는 10%대 지지율도 반 토막 날 수 있다. 안철수가 연대를 하려면 국민의당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과 매우 괴리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때문에 유 전 의원은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안철수는 호남 민심을 외면하는 합종연횡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당의 입장에선 대선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도 있는데, 이번 대선에서 보수당과 단일화를 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국민의당 후보들은 어디 가서 명함이나 내밀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보수 세력이 속한 단일화는 호남 민심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사실상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시간상 단일화가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노무현과 정몽준은 2012년 11월 25일 단일화 성공했다. 대선을 25일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단일화 합의, 협상 등 단일화 성공에 이른 시간까지 ㉭훌玖?40여일이 걸렸다. 대선을 37일 앞둔 현 시점(2017년 4월 3일 기준)에서 2~3단계에 거친 단일화는 문 전 대표에게 화력을 집중하는데 방해 요인이다.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무산될 경우 단일화는 물론 문 전 대표 추격도 실패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가운데 한 명에게 몰표로 힘을 실어주거나 표심이 분산될 가능성은 모두 존재한다.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오든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선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호남이 19대 대통령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허인회 기자

2017 대선 호남 민심은…



“미워도 한 번 문재인” VS “이번엔 안철수”

이번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지역은 호남이다. 산술적으로 호남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10%에 지나지 않지만, 수도권 민심을 견인하는 힘이 있다. 문재인-안철수 대결구도에선 유연한 전략적 투표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공들인 쪽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작년 추석 이후부터 문재인 비토 현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매주 화요일 혼자 호남을 방문해 스킨십을 이어가는 중이다. 김 여사는 백반 집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꺼려질 수 있는 대중탕도 방문해 남편인 문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호남에서는 “문 전 대표보다 김 여사가 더 인기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안 전 대표는 호남 경선에서 '호남 사위'를 강조한 바 있다. 부인 김미경 교수가 순천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자란 이력을 내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민심은 어떨까. 문 전 대표에 대한 시선은 둘로 갈린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이라며 문재인을 찍겠다는 시민들과 “맘에 안 들지만 후보로 나오면 찍겠다”는 시민들로 나뉜다. 광주 송정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김 모(57)씨는 “정권 교체하는 게 시민들의 목표다. 선택권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문재인을 찍겠다”고 밝혔다. 안경점에서 만난 김모(47) 씨는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며 “세 후보 중 안희정이 제일 맘에 들지만, 될 사람이니 문 전 대표를 찍겠다”고 했다. 젊은 층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인기가 높다. 학생 최 모(35)씨는 “어른들은 문 전 대표에 대해 반감이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촛불집회에서 선명한 모습에 신뢰감이 더욱 쌓였다. 같은 지역이라도 어른들과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세대 간 분리가 일어나고 있는 조짐이다.

호남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조금씩 점점 올라오고 있는 분위기다. 회사원 최재성(58) 씨는 “안철수가 (여론조사에서는) 맨날 문재인에 밀리는데 바닥 민심은 그렇지 않지라”라며 “당 대표주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투표장에 직접 가 안철수를 찍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 지지층은 반문 정서도 강했다. 이태무(46)씨는 투표를 마친 후 “문재인은 정계 은퇴 발언 등 광주 시민을 향해 너무 많은 도발을 했다”며 “문재인 독주를 막기 위해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세론만큼이나 반문 정서도 팽배한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설명이다.

호남 민심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박구용 전남대 교수는 “문재인은 50대 이하 젊은층에서 지지가 높고, 안철수는 50대 후반 이상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 지지세가 견고하다”며 “현재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세가 대략 2대1 정도의 분포를 보이지만 점차 양자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두 당의 경선에서 보여준 균형이 본선에서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본선에서는 전략적 투표를 통해 한쪽에 몰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도 “홍준표 경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 후보가 본선에서 최소한 20% 이상을 확보할 경우엔, 당분간 정권교체 이슈는 지속될 것”이라며 “호남은 문재인과 안철수 중에 정권교체에 더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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