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한 번 문재인” VS “이번엔 안철수”

정권교체에 승산 있는 후보에 전략적 몰표 주 가능성 높아

文 부인 호남에 공 들여…安 부인 호남 출신, ‘호남 사위’ 강조

이번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지역은 호남이다. 산술적으로 호남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10%에 지나지 않지만, 수도권 민심을 견인하는 힘이 있다. 문재인-안철수 대결구도에선 유연한 전략적 투표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공들인 쪽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작년 추석 이후부터 문재인 비토 현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매주 화요일 혼자 호남을 방문해 스킨십을 이어가는 중이다. 김 여사는 백반 집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꺼려질 수 있는 대중탕도 방문해 남편인 문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호남에서는 “문 전 대표보다 김 여사가 더 인기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안 전 대표는 호남 경선에서 '호남 사위'를 강조한 바 있다. 부인 김미경 교수가 순천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자란 이력을 내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민심은 어떨까. 문 전 대표에 대한 시선은 둘로 갈린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이라며 문재인을 찍겠다는 시민들과 “맘에 안 들지만 후보로 나오면 찍겠다”는 시민들로 나뉜다.

광주 송정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김 모(57)씨는 “정권 교체하는 게 시민들의 목표다. 선택권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문재인을 찍겠다”고 밝혔다. 안경점에서 만난 김모(47) 씨는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며 “세 후보 중 안희정이 제일 맘에 들지만, 될 사람이니 문 전 대표를 찍겠다”고 했다. 젊은 층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인기가 높다. 학생 최 모(35)씨는 “어른들은 문 전 대표에 대해 반감이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촛불집회에서 선명한 모습에 신뢰감이 더욱 쌓였다. 같은 지역이라도 어른들과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세대 간 분리가 일어나고 있는 조짐이다.

호남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조금씩 점점 올라오고 있는 분위기다. 회사원 최재성(58) 씨는 “안철수가 (여론조사에서는) 맨날 문재인에 밀리는데 바닥 민심은 그렇지 않지라”라며 “당 대표주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투표장에 직접 가 안철수를 찍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 지지층은 반문 정서도 강했다. 이태무(46)씨는 투표를 마친 후 “문재인은 정계 은퇴 발언 등 광주 시민을 향해 너무 많은 도발을 했다”며 “문재인 독주를 막기 위해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세론만큼이나 반문 정서도 팽배한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설명이다.

호남 민심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박구용 전남대 교수는 “문재인은 50대 이하 젊은층에서 지지가 높고, 안철수는 50대 후반 이상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 지지세가 견고하다”며 “현재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세가 대략 2대1 정도의 분포를 보이지만 점차 양자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두 당의 경선에서 보여준 균형이 본선에서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본선에서는 전략적 투표를 통해 한쪽에 몰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도 “홍준표 경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 후보가 본선에서 최소한 20% 이상을 확보할 경우엔, 당분간 정권교체 이슈는 지속될 것”이라며 “호남은 문재인과 안철수 중에 정권교체에 더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