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칼끝, 우병우 우선 겨냥… 대기업 총수, 정치권 실세 사정권에

대기업ㆍ공기업 실세연루 비리 수사 대선 폭탄 소문 무성

대선판 뒤흔들 여ㆍ야권 핵심인사 비리 수사 놓고 고심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지난달 31일 새벽 구속되면서 검찰의 다음 행보에 정ㆍ관ㆍ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구속시한인 오는 19일까지 보강 수사를 마치고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게 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신병을 확보한 이상 검찰로서는 추가 조사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과 관련된 여러 추가 비리 수사도 속전속결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사건을 재판에 넘기기 전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3개 혐의를 더 탄탄하게 입증하기 위해 추가 진술을 받아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사 시기는 다음 주 초가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 예우를 고려해 무리하게 조사를 강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용두(龍頭) 잡은 검찰의 시선

검찰이 기소시기를 가급적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내달 17일부터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주말을 넘겨 다음 달 3∼4일께 구속 후 첫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를 서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내달 초까지는 기소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거부할 개연성도 있다고 보고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일단 여러 차례 준비기일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관련 사건들 모두 2∼3차례 공판준비를 거친 까닭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혐의 전반을 부인하고 있어 공판준비만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정식 공판에 돌입한 이후에도 증거조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번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진상 규명 작업이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일이라는 구속기간 동안 검찰은 새로운 혐의를 추가로 밝히기보다는 그동안 수사를 통해 드러난 범죄사실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일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이라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결백 주장을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대면조사에 이어 전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서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결백을 호소한 바 있다. 따라서 구속기간 동안 검찰과 팽팽한 신경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기소 이후 변호인과 함께 공판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이 검찰 다음 타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차 수사의 초점도 우 전 수석으로 맞춰지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특수본은 우 전 수석과 관련된 의혹 수사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허술한 구조 등을 밝히기 위해 해경 서버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우 전 수석이 수사 방해를 목적으로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 규명에 대해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당시 수사를 지휘한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현재 부산지검 2차장검사)의 진술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실세 향한 칼날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나 삼성 외 대기업을 둘러싼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우 전 수석 비리 의혹을 밝히는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특검 기간 중 박영수 특별검사는 수사 기간 종료를 앞두고 검찰을 겨냥해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적 있다. 그만큼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등 정부 부처 인사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자신의 측근을 특정 보직에 끼워 넣는 등의 전횡을 일삼은 정황도 포착됐다는 전언이다.

또 우 전 수석 주도로 민정수석실이 청와대 요구에 따르지 않은 공무원을 감찰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우 전 수석이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추진된 ‘스포츠 4대 악 신고센터ㆍ합동수사단’의 요직에 측근을 앉히려 한 혐의, 우 전 수석 주도로 민정수석실이 청와대 요구에 따르지 않은 공무원을 감찰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관련 수사 진행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개인비리와 연결된 다른 정권 핵심인사들의 비리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우선 검찰은 우 전 수석 비리 의혹과 관련, 가족회사 정강을 통해 서초동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50억원의 출처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또 우 전 수석에게 억대 자금을 넘긴 M투자자문을 압수수색하고 서모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해경이 세월호 참사 때 구조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관해 광주지검이 2014년 수사했다. 이때 우 전 수석이 철저한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 있는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어 검찰이 조만간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게가 실린다.

최근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제 마지막으로 우병우 한 명만 남았다”며 ”검찰이 우병우를 빨리 소환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 당시 우 전 수석을 몰아붙였던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은 “현 검찰이 우병우 과오를 단죄하고 검찰 내부를 단속해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 따라 검찰 내부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완전히 바뀌었다”고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예상했다.

검찰ㆍ정치권 소식통들뿐만 아니라 각 대선캠프 관계자들 사이에 검찰이 우 전 수석 수사와 더불어 박근혜 정권 핵심 실세들의 여러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심지어 검찰 주변에서 “친박 핵심 A의원 B의원을 비롯해 청와대 C행정관 그리고 D장관 등 여러 인물에 대한 비리 첩보를 검찰이 입수했으며 이들 중 일부가 우병우 비리 의혹뿐만 아니라 낙하산 인사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A의원이 공기업 인사 등에 개입하면서 여러 이권을 챙겼고 이 과정에 우 전 수석도 일부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소환 줄구속 임박 소문

우 전 수석 수사와 더불어 검찰은 SK, 롯데, CJ 등 삼성 외에 다른 대기업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등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하고 이들 기업이 출연한 자금에 대해 뇌물죄 적용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총수 사면, 면세점 인허가 기회 등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재단 출연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다른 총수들도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만약 이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총수들이 면죄부를 받을 경우 법적용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어 특별한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한 뇌물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순실씨나 이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 재판에서 검찰이 유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다른 총수들에 대해서도 ‘특별선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현직 판사인 한 법조계 인사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만으로 유죄판결이 날 것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며 “하지만 영장청구 과정에서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검찰 측의 소명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최씨나 이 부회장 등은 다소 힘든 방어지점에 서 있다고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묶인 최순실씨, 뇌물공여자로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 등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하지 않았다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공모 관계에서 핵심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는 것은 향후 치열하게 진행될 법정 공방에서 검찰이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기업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솜방망이’ 처벌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SK와 롯데를 뇌물죄 공범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SK와 롯데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각각 출연한 111억원과 45억원을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못 이겨 낸 돈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 주변에서 “삼성을 제외한 다른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는 생각보다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생각지도 못한 진술이 나올 변수가 아직 많을 뿐만 아니라 법 적용 형평성문제가 거론된다. 무엇보다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삼성도 비슷한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가 보강 수사 후 다시 재청구해 받아들여진 전례가 있어 “검찰이 이들 기업 수사를 철저하게 하지 않을 경우 고의적으로 수사를 봐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기업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영장 발부에 확실히 도움이 될 만한 피의사실만 담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수사 방향을 예측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도 SK와 롯데 등 대기업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 기업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이들 기업이 분명한 대가성을 가지고 재단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확신한다.

SK는 재단 출연 외에도 반도체 사업 대규모 투자 약속 등 최 회장의 광복절 특사 성사를 위해 박 전 대통령과 모종의 빅딜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업 투자나 채용 규모 확대 등은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뇌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롯데의 경우는 SK보다 위험해 보인다. 1차 재단 출연 외에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를 놓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되찾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 수사 과정에서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온다면 박 전 대통령 기소 단계에서 추가될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증가하고 SKㆍ롯데도 삼성처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 특수본은 측근이었던 고영태(41)씨의 이권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고씨와 고씨의 측근인 김수현(37)씨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녹취 파일을 근거로 최근 김모 전 인천본부 세관장과 이 세관 소속 이모 사무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고씨가 측근들과 나눈 대화가 녹음된 이른바 ‘고영태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고씨가 K스포츠재단 등을 장악하려고 ‘기획 폭로’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녹음 파일은 고씨의 측근인 김수현씨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통화 내용 등을 녹음한 것으로 파일 수는 2391개에 달한다.

녹음 파일에는 고씨가 최순실씨 등을 통해 세관장 인사에 개입해 모종의 대가를 요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화가 들어있다.

또 녹음 파일에는 또 고씨의 측근들이 ‘미얀마 K타운 사업’과 관련해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정황도 담겨 있다. 최씨는 삼성전기 임원이던 유재경씨를 미얀마 대사로 추천한 뒤 미얀마 K타운 사업에서 이권을 챙기려 했던 것으로 박영수 특검팀 수사에서 드러났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