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 현실화

‘보수 적자’ 주장 홍준표ㆍ유승민, 보수층에 외면당해

安, 홍준표-유승민과 손 잡을까

김종인ㆍ심상정 캐스팅 보터 가능성 모락모락

19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확정되자마자 지지율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이 확정된 4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30%대를 돌파하며 급등했다. 전주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수개월 동안 지속돼온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층 60%와 기존 보수층을 흡수하며 문 후보를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안 후보가 보수층 지지를 끌어 모으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보수 적자’를 외치고 있지만 TK(대구ㆍ경북)를 비롯해 보수층 전체에서 호응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설상가상 ‘보수 대연합’ 가능성도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홍 후보는 ‘친박 끌어안기’에 나섰고, 유 후보는 연일 홍 후보에 대해 ‘대선 무자격자’라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구도가 급격하게 양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제3지대의 뜨거운 감자,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통합 정부·임기 단축·개헌’을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주간한국>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국면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 현실화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2강(문재인, 안철수) 1중(범보수)’ 구도보다 ‘1강 (문재인) 2중(안철수-범보수 후보)’ 구도 가능성을 더 높게 바라봤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수개월 째 이어져왔고 민주당 경선에서도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선후보로 선출돼 대세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벤션 효과는 미미했다. 대진표가 확정된 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5~6%p 오른데 비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두 배 가량 오른 것이다.

안 후보는 4월 1주차에 실시된 6개 여론조사기관 다자구도 대결에서 지지율 30%를 넘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의 1월 지지율은 6~7%, 2~3월 지지율은 10%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당 경선이 무르익었던 3월 5주차부터 17.4%로 오르더니 대선 후보 확정 이후 단박에 30% 선을 넘었다. (한국리서치 31.8%, 알앤써치 30.9%, 마크로밀엠브레인 34.4%, 리얼미터 34.5%,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34.9%, 리서치뷰 35.1%, 한국 갤럽 35.0%)

다자 대결에서는 문 후보를 이기지 못했지만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앞섰다. 안 후보는 가상 양자 대결을 조사한 3개 기관 중 2개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를 이겼다. YTN, 서울신문이 의뢰하고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조사한 결과에서 안 후보는 지지율 47.0%를 기록해 40.8%의 문 후보를 6.2%p 차이로 앞섰다. 중앙일보가 의뢰하고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안 후보는 50.7%, 문 후보는 42.7%를 얻었다.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8%p다.

안 후보의 지지율 급등 이유는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의 이탈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안 지사 지지층의 63.1%가 경선 후 안 후보에게 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에게 간 지지층은 14.4%에 그쳤다. 이재명 지지층 30.3%도 안 후보를 지지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결과도 비슷했다. 지지 후보를 바꿨다고 답한 안 지사의 지지자 중 59.9%가 안 후보를 택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문 후보를 택한 비율(20.3%)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았다.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도 안 후보 지지율 상승에 한 몫 했다. 중앙일보·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 결과, 안 후보는 TK에서 39.3%를 얻어 문 후보(23.2%)를 큰 격차로 앞섰다. MBN·매일경제·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도 안 후보는 TK에서 36.4%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반면 문 후보는 32.2%를 얻는 데 그쳤다. 대선후보 확정 전에는 TK에서 문 후보(29.7%)가 안 후보(22.9%)를 앞섰다. 당시 14%를 얻었던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 상당 부분이 안 후보에게 쏠린 것으로 보인다. JTBC·한국리서치 결과도 비슷하다. 안 후보는 38.2%로 TK 표심을 가장 많이 끌어 모았고 문 후보는 26.7%에 머물렀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한 주 만에 두 배 가량 급등하면서 대선 지형은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흐름이다. 크게 상승한 안 후보 지지율에 국민의당은 고무된 분위기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비로소 국민의당 입장에선 해 볼만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지지층도 많이 있지만, 특히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많다. 갈 데 없는 유권자들이 이제 한 번 승산 있는 후보가 생겼다고 생각해 안철수 후보한테 대거 지지율을 보낸 것 같다. 원래 우리 지지에다가 현 시점에서 그래도 선택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보수라고 얘기하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 ‘샤이 보수’가 여론조사에서 다 드러났다고 본다. 그런데 빠른 시기에 맥주를 따르다 보면 거품이 막 나오는 것처럼 상당히 거품이 있다. 샤이 보수가 실제로 투표할 것인가 그것이 득표율로 연결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입장에서는 예방 주사”라고 안풍(安風) 차단에 나섰다.

안 후보 지지율 급등에 대해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야권 지지자 중 상당수는 정권 교체를 위한 대안으로 문 후보를 지지했다”면서 “하지만 ‘안철수로도 이길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구 여권은 물론 구 야권 내에서도 안 후보를 대안으로 찾는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안 후보로 유입된 지지자의 충성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안 후보가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동시에 정체성 공격을 받을 경우 표심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의 판세 전망에 대해 이 대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안 후보는 민주당과 보수진영 양쪽에서 협공을 받게 될 것이다. 안 후보로선 문 후보와 필연적으로 각을 세워야 하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보수층과 협력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 후보에 대한 보수진영의 네거티브 공격도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수 우파는 안철수에게 안 간다. 일시적으로 안희정에게 갔다가 안철수에 갔다가 방황하는 것”이라며 ‘착시현상’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 대표는 “양쪽의 네거티브 공격으로 이런 '새 정치' 이미지가 손상된다면 지금의 지지세는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의 40%와 안철수의 40%는 다르다. 어떤 네거티브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문재인의 40%와 달리 안철수의 40%는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보수 정치권이 궤멸되는 바람에 갈 곳을 잃은 보수층의 표심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거쳐 안 후보에까지 이른 것”이라며 “보수층의 표를 계속 붙잡아 두려면 안 후보는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제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안 후보 지지층은 이미 반기문-안희정을 거쳐 온 유권자들이다. 움직일 데가 없다. 안 후보가 연대론에 흔들리거나 정권 연장으로 비칠 만한 선거 행보를 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층이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홍준표ㆍ유승민, 지지부진 지지율에 골머리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보수 적자’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4일 홍 후보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자유한국당이 보수 우파의 본당이고 바른정당이 떨어져 나간 서자 정당”이라며 “그렇기에 지금 이뤄지는 양상은 좌파들의 대결은 되지 않고, 우파 후보 대 좌파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까지 됐으니 탄핵 원인 행위는 끝이 났다. 끝났는데 다시 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대선판이란 대전제가 생겼으니 이제 함께 가자는 식으로 설득을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후보가 홍 후보의 뇌물 혐의 재판을 문제 삼으며 연대를 반대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기에 대꾸하지 않겠다. 그래도 우리가 큰 집이고 큰 형님인데 동생이 대든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 있냐”며 “오는 15일 대선 후보 등록 전까지 합당이나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지속적으로 연대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홍 후보와는 달리 유 후보 반응은 싸늘하다. 유 후보 측 지상욱 수석대변인은 “서자정당? 핏줄이 다른데 무슨 소리를 하시나. 국민은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다르다는 DNA 검사소견서를 이미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바른정당은 합리적 보수혈통의 적자, 자유한국당은 수구적폐 혈통, 게다가 홍 후보는 불량 돌연변이 혈통이다. 홍 후보는 이제 그만 막말과 말장난으로 흥할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리고 품격있게 사퇴하라. 형사피고인으로서 자숙하면서 재판 준비나 잘 하실 것을 촉구한다”고 비꼬았다.

유 후보도 직접 연대 불가를 주장했다. 그는 “홍 후보는 대선 출마 자격이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과 단일화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 돼 버린다. 때문에 단일화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내가 분명하게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그 자체가 전혀 변한 게 없다. 홍 후보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그런 정당, 그런 후보하고 무슨 단일화 이야기를 하겠느냐. 바른정당을 시작한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후보의 연대 불가 방침에도 홍 후보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친박 끌어안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지난 4일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필승 결의대회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그것은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용서한다는 뜻”이라며 “TK(대구·경북)는 다시 뭉쳐서 5ㆍ9 홍준표 정부를 만드는 것이 박근혜를 살리는 길이다”고 역설했다. 이에 화답하듯 친박계도 홍 후보 돕기에 나서고 있다. 같은 행사장에 친박계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과 조원진 의원이 참석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최 의원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구속까지 됐는데 지금 친박, 비박이 어디 있나. 보수 적자 후보인 홍 후보의 당선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왔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최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결의대회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튿날 열린 부산·경남 필승 결의대회에는 친박계 유기준·박대출 의원이 참석했다. 당초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전제로 ‘친박 청산’을 내건 유 후보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두 후보 간의 치열한 ‘보수 적자’ 논쟁에도 보수층의 반응은 냉랭하다. 여론조사 상으로 두 후보의 전국 지지율 합이 15%가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MBN·매일경제·리얼미터의 4월 5일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9.2%, 유 후보는 3.0%에 그쳤다. ‘보수의 성지’ TK(대구·경북) 지지율은 홍 후보가 15.5%, 유 후보가 6.5%로 나왔지만 안철수(36.4%) 후보와 문재인 후보(32.2%)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4월 4~5일 실시한 중앙일보·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TK 지역에서 홍 후보 지지율은 15.2%, 유 후보는 3.4%로 홍 후보가 한 발 앞서 있지만 지난달 조사와 비교할 때 두 후보 모두 TK 지지율은 답보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조사에서 홍 후보는 15.8%, 유 후보는 5.8%였다. TK지역에서 비호감도가 높은 문재인 후보의 23.2% 지지율은 보수 후보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TK 민심이 지금처럼 단결되지 않는 모습은 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이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대구에서 70.69%를 득표했고, 15·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7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69.4%의 지지를 받았다.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구에서 80.4%를 득표했다. 마음 기댈 곳 없는 TK 유권자도, 지지율 답보 상태의 홍준표, 유승민 후보도 혼란스러운 것이 현재 상황이다.

安, 홍준표-유승민에게 손 내밀까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를 이루면서 비문연대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6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와의 연대설에 대해 “박근혜 정부를 출범시키는데 역할을 한 사람들은 이번에 책임져야 한다”며 연대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이어 그는 “유 후보는 탄핵 반대세력이나, 반문연대로 아닌가”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거 이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지금 정권을 꿈꿔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유 후보 이외 타 후보와 연대 가능성도 없느냐는 질문에 안 후보는 "예, 그렇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자강론을 유지해가며 자체 경쟁력으로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낮은 지지율에 머물고 있지만 홍준표, 유승민 의원도 같은 입장이다. 홍 후보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는 우리와 같이하기 힘든 호남 2중대 정당”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국민의당은 민주당에서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떨어져 나온 호남 2중대 정당이다. 민주당과 색깔이 똑같고 정치 성향도 같다. 그래서 국민의당과는 연대할 수도, 연대하지도 않겠다”고 연대에 대한 확고한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유 후보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의 연대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유 후보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독자 노선을 통한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홍 후보는 형사 피고인으로서 이번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 제가 홍 후보라면 양심상 출마는 꿈도 꾸지 않는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기대했는데 인명진 위원장이 한 것은 당 이름 바꾸고, 당원권 정지가 전부다. 새로운 보수를 하겠다고 탈당한 저희가 단일화를 한다는 것은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철수 후보 뒤에는 박지원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대북 송금사건의 주범이고, 대북 송금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고, 그 핵과 미사일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국민의당은 사드배치를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이어 “안 후보는 그런 당 후보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국가 안보에서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국민의당과 단일화를 할 수 있는지 매우 회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그러면서 “단순히 합쳐 선거에 이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이끈 보수가 낡고 구태의연하고, 경제·안보 지키지 못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며 “어렵고 복잡할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원칙과 명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철수ㆍ홍준표ㆍ유승민 후보의 단호한 입장 표명에도 비문연대 가능성은 남아있다. 안 후보 지지율 상승세가 꺾일 경우에 한해서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6일 안 후보 지지율 급등세에 대해 “보수정당 지지자들도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 후보에 대한 비호감과 실망, 반(反)문재인과 안철수 대안론 등이 주요인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하면서 “안 후보의 상승세는 길게 2주일, 짧게는 열흘 정도 조정기를 거치면 다시 지지율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 시점 안 후보 지지세는 상당 부분 국민의당 지지층 외곽에 기반하는 것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불확실성 또는 변동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우 원내대표의 예상대로 안 후보 상승세가 꺾이고 문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다면 안 후보 입장에서는 비문연대 카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친박과 손잡은 홍 후보의 상황을 고려하면 안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유 후보가 속한 바른정당 뿐이다. ‘48:52’ 싸움에서 부족한 2~3%의 지지율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 막판 전격적으로 바른정당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주변상황은 나쁘지 않다. 유 후보가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있어 걸림돌로 거론한 부분은 외교안보,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반대 당론이다. 그러던 와중에 안 후보가 돌연 사드 배치 찬성으로 입장을 뒤집었다. 안 후보는 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당 당론은 사드 반대인데, 안 후보는 찬성이냐 반대냐’는 패널 질문에 “사드 배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제 대선 기간이다.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당내 여러 생각을 함께 논의해서 대선 후보의 생각대로 설득하고 당이 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당론 수정 계획도 언급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사드 배치 논란 때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지난 2월 “국가 간 합의는 다음 정부에서도 존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안 후보의 이 같은 주장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하면 논의해볼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가장 극명하게 갈렸던 사안인 ‘사드 배치’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볼 경우 연대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6일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언주 의원의 발언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 의원은 민주당 탈당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정치적 철학과 노선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정치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번뇌하는 보수 쪽의 바른정당 분들도 비슷한 심정일 것”이라며 "대선 경선에서도 바른정당이 '스탠딩 끝장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정치가 굉장히 눈에 보이지 않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바른정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의원은 또 “바른정당이 뛰쳐나왔으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고, 국민의당이 있었으니 야당이 다수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협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러한 구조에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희망이 있다”고도 밝혔다.

이 의원이 기자들에게 “안철수 후보와는 몇 달 전부터 탈당에 관해 논의했으나 안 후보로부터 그 것이(탈당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길인지 알기에 신중하게 결정하라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것처럼 안 후보와 이 의원의 관계는 긴밀하다. 바른정당에 대해 호평한 이 의원이 바른정당과의 연대 과정에서 안 후보에게 어떤 조언을 할지 주목할 만하다.

김종인ㆍ심상정 캐스팅보터 가능성 모락모락

대선 막판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접전 상황이 펼쳐진다면 양 진영은 자신들의 이념, 사상, 정책 등이 비슷한 후보들에게 연대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후보가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이다. ‘대한민국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김 전 위원장은 “각 정파의 유능한 인물들이 힘을 모으는 통합정부가 답”이라면서 “저의 출마와 선거운동은 통합정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출마로 인해 김 전 대표가 추진해온 ‘통합연대’를 고리로 후보자 간 이합집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募?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은 1.7%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오르고 문-안 접전 구도가 펼쳐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김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안 후보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단 안 후보는 김 전 대표와의 연대에 선을 그었다. 그는 '대선 전 김 전 대표와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전 대표도 출마했다. 저는 이제 함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면서 "그런 일(연대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득표율 1~2% 차이로 당선이 결정되는 박빙 구도로 전개된다면 한 표가 아쉬운 안 후보가 도움을 요청할 것이고 김 전 대표는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종인계’로 분류됐던 이언주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도 안-김 연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이 의원은 “생각은 안 해 봤지만 만약에 내 역할이 필요하다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 문제는 본인들이, 당사자들이 결정하실 부분이니까 내가 지금 말씀드리기는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변수다. 현재 심 후보의 지지율은 2~4%대다. 낮은 지지율에 머물고 있지만 심 후보는 “지난 대선 때 내 정치인생에서 중도사퇴는 마지막이라고 한 적 있다. 심상정의 사퇴는 촛불시민의 사퇴다. 촛불시민들이 부여한 사명을 완수해 낼 책임이 있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문-안 양강 구도가 초박빙으로 흘러갈 경우, 진정한 정권 교체를 원하는 진보 지지층에서 심 후보의 사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갤럽이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심 후보를 지지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로 다른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타 후보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심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오지 않을 경우 심 후보로서는 중대 결심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 기사에 인용된 모든 여론조사는 응답률과 통계 보정 방법 등 조사 관련 상세 사항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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