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급상승 ‘安風’, ‘文 대세론’ 흔들어
보수표 향배 따라 안철수 대권 운명 달라져
문재인 지지층 안정적이나 확장성 낮아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2강(문재인, 안철수) 1중(범보수)’ 구도보다 ‘1강 (문재인) 2중(안철수-범보수 후보)’ 구도 가능성을 더 높게 바라봤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수개월 째 이어져왔고 민주당 경선에서도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선후보로 선출돼 대세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벤션 효과는 미미했다. 대진표가 확정된 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5~6%p 오른데 비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두 배 가량 오른 것이다.
안 후보는 4월 1주차에 실시된 6개 여론조사기관 다자구도 대결에서 지지율 30%를 넘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의 1월 지지율은 6~7%, 2~3월 지지율은 10%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당 경선이 무르익었던 3월 5주차부터 17.4%로 오르더니 대선 후보 확정 이후 단박에 30% 선을 넘었다. (한국리서치 31.8%, 알앤써치 30.9%, 마크로밀엠브레인 34.4%, 리얼미터 34.5%,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34.9%, 리서치뷰 35.1%, 한국 갤럽 35.0%)
다자 대결에서는 문 후보를 이기지 못했지만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앞섰다. 안 후보는 가상 양자 대결을 조사한 3개 기관 중 2개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를 이겼다. YTN, 서울신문이 의뢰하고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조사한 결과에서 안 후보는 지지율 47.0%를 기록해 40.8%의 문 후보를 6.2%p 차이로 앞섰다. 중앙일보가 의뢰하고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안 후보는 50.7%, 문 후보는 42.7%를 얻었다.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8%p다.
안 후보의 지지율 급등 이유는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의 이탈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안 지사 지지층의 63.1%가 경선 후 안 후보에게 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에게 간 지지층은 14.4%에 그쳤다. 이재명 지지층 30.3%도 안 후보를 지지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결과도 비슷했다. 지지 후보를 바꿨다고 답한 안 지사의 지지자 중 59.9%가 안 후보를 택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문 후보를 택한 비율(20.3%)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았다.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도 안 후보 지지율 상승에 한 몫 했다. 중앙일보·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 결과, 안 후보는 TK에서 39.3%를 얻어 문 후보(23.2%)를 큰 격차로 앞섰다. MBN·매일경제·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도 안 후보는 TK에서 36.4%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반면 문 후보는 32.2%를 얻는 데 그쳤다. 대선후보 확정 전에는 TK에서 문 후보(29.7%)가 안 후보(22.9%)를 앞섰다. 당시 14%를 얻었던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 상당 부분이 안 후보에게 쏠린 것으로 보인다. JTBC·한국리서치 결과도 비슷하다. 안 후보는 38.2%로 TK 표심을 가장 많이 끌어 모았고 문 후보는 26.7%에 머물렀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한 주 만에 두 배 가량 급등하면서 대선 지형은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흐름이다. 크게 상승한 안 후보 지지율에 국민의당은 고무된 분위기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비로소 국민의당 입장에선 해 볼만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지지층도 많이 있지만, 특히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많다. 갈 데 없는 유권자들이 이제 한 번 승산 있는 후보가 생겼다고 생각해 안철수 후보한테 대거 지지율을 보낸 것 같다. 원래 우리 지지에다가 현 시점에서 그래도 선택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보수라고 얘기하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 ‘샤이 보수’가 여론조사에서 다 드러났다고 본다. 그런데 빠른 시기에 맥주를 따르다 보면 거품이 막 나오는 것처럼 상당히 거품이 있다. 샤이 보수가 실제로 투표할 것인가 그것이 득표율로 연결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입장에서는 예방 주사”라고 안풍(安風) 차단에 나섰다.
안 후보 지지율 급등에 대해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야권 지지자 중 상당수는 정권 교체를 위한 대안으로 문 후보를 지지했다”면서 “하지만 ‘안철수로도 이길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구 여권은 물론 구 야권 내에서도 안 후보를 대안으로 찾는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안 후보로 유입된 지지자의 충성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안 후보가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동시에 정체성 공격을 받을 경우 표심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의 판세 전망에 대해 이 대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안 후보는 민주당과 보수진영 양쪽에서 협공을 받게 될 것이다. 안 후보로선 문 후보와 필연적으로 각을 세워야 하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보수층과 협력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 후보에 대한 보수진영의 네거티브 공격도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수 우파는 안철수에게 안 간다. 일시적으로 안희정에게 갔다가 안철수에 갔다가 방황하는 것”이라며 ‘착시현상’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 대표는 “양쪽의 네거티브 공격으로 이런 '새 정치' 이미지가 손상된다면 지금의 지지세는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의 40%와 안철수의 40%는 다르다. 어떤 네거티브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문재인의 40%와 달리 안철수의 40%는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보수 정치권이 궤멸되는 바람에 갈 곳을 잃은 보수층의 표심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거쳐 안 후보에까지 이른 것”이라며 “보수층의 표를 계속 붙잡아 두려면 안 후보는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제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안 후보 지지층은 이미 반기문-안희정을 거쳐 온 유권자들이다. 움직일 데가 없다. 안 후보가 연대론에 흔들리거나 정권 연장으로 비칠 만한 선거 행보를 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층이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인회 기자
보수표 향배 따라 안철수 대권 운명 달라져
문재인 지지층 안정적이나 확장성 낮아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2강(문재인, 안철수) 1중(범보수)’ 구도보다 ‘1강 (문재인) 2중(안철수-범보수 후보)’ 구도 가능성을 더 높게 바라봤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수개월 째 이어져왔고 민주당 경선에서도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선후보로 선출돼 대세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벤션 효과는 미미했다. 대진표가 확정된 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5~6%p 오른데 비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두 배 가량 오른 것이다.
안 후보는 4월 1주차에 실시된 6개 여론조사기관 다자구도 대결에서 지지율 30%를 넘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의 1월 지지율은 6~7%, 2~3월 지지율은 10%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당 경선이 무르익었던 3월 5주차부터 17.4%로 오르더니 대선 후보 확정 이후 단박에 30% 선을 넘었다. (한국리서치 31.8%, 알앤써치 30.9%, 마크로밀엠브레인 34.4%, 리얼미터 34.5%,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34.9%, 리서치뷰 35.1%, 한국 갤럽 35.0%)
다자 대결에서는 문 후보를 이기지 못했지만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앞섰다. 안 후보는 가상 양자 대결을 조사한 3개 기관 중 2개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를 이겼다. YTN, 서울신문이 의뢰하고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조사한 결과에서 안 후보는 지지율 47.0%를 기록해 40.8%의 문 후보를 6.2%p 차이로 앞섰다. 중앙일보가 의뢰하고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안 후보는 50.7%, 문 후보는 42.7%를 얻었다.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8%p다.
안 후보의 지지율 급등 이유는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의 이탈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안 지사 지지층의 63.1%가 경선 후 안 후보에게 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에게 간 지지층은 14.4%에 그쳤다. 이재명 지지층 30.3%도 안 후보를 지지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결과도 비슷했다. 지지 후보를 바꿨다고 답한 안 지사의 지지자 중 59.9%가 안 후보를 택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문 후보를 택한 비율(20.3%)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았다.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도 안 후보 지지율 상승에 한 몫 했다. 중앙일보·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 결과, 안 후보는 TK에서 39.3%를 얻어 문 후보(23.2%)를 큰 격차로 앞섰다. MBN·매일경제·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도 안 후보는 TK에서 36.4%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반면 문 후보는 32.2%를 얻는 데 그쳤다. 대선후보 확정 전에는 TK에서 문 후보(29.7%)가 안 후보(22.9%)를 앞섰다. 당시 14%를 얻었던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 상당 부분이 안 후보에게 쏠린 것으로 보인다. JTBC·한국리서치 결과도 비슷하다. 안 후보는 38.2%로 TK 표심을 가장 많이 끌어 모았고 문 후보는 26.7%에 머물렀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한 주 만에 두 배 가량 급등하면서 대선 지형은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흐름이다. 크게 상승한 안 후보 지지율에 국민의당은 고무된 분위기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비로소 국민의당 입장에선 해 볼만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지지층도 많이 있지만, 특히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많다. 갈 데 없는 유권자들이 이제 한 번 승산 있는 후보가 생겼다고 생각해 안철수 후보한테 대거 지지율을 보낸 것 같다. 원래 우리 지지에다가 현 시점에서 그래도 선택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보수라고 얘기하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 ‘샤이 보수’가 여론조사에서 다 드러났다고 본다. 그런데 빠른 시기에 맥주를 따르다 보면 거품이 막 나오는 것처럼 상당히 거품이 있다. 샤이 보수가 실제로 투표할 것인가 그것이 득표율로 연결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입장에서는 예방 주사”라고 안풍(安風) 차단에 나섰다.
안 후보 지지율 급등에 대해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야권 지지자 중 상당수는 정권 교체를 위한 대안으로 문 후보를 지지했다”면서 “하지만 ‘안철수로도 이길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구 여권은 물론 구 야권 내에서도 안 후보를 대안으로 찾는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안 후보로 유입된 지지자의 충성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안 후보가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동시에 정체성 공격을 받을 경우 표심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의 판세 전망에 대해 이 대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안 후보는 민주당과 보수진영 양쪽에서 협공을 받게 될 것이다. 안 후보로선 문 후보와 필연적으로 각을 세워야 하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보수층과 협력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 후보에 대한 보수진영의 네거티브 공격도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수 우파는 안철수에게 안 간다. 일시적으로 안희정에게 갔다가 안철수에 갔다가 방황하는 것”이라며 ‘착시현상’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 대표는 “양쪽의 네거티브 공격으로 이런 '새 정치' 이미지가 손상된다면 지금의 지지세는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의 40%와 안철수의 40%는 다르다. 어떤 네거티브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문재인의 40%와 달리 안철수의 40%는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보수 정치권이 궤멸되는 바람에 갈 곳을 잃은 보수층의 표심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거쳐 안 후보에까지 이른 것”이라며 “보수층의 표를 계속 붙잡아 두려면 안 후보는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제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안 후보 지지층은 이미 반기문-안희정을 거쳐 온 유권자들이다. 움직일 데가 없다. 안 후보가 연대론에 흔들리거나 정권 연장으로 비칠 만한 선거 행보를 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층이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