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부친 친일ㆍ인민군 전력, 安 조부 친일 시비… 의혹뿐 확인 안돼

대선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양강대결로 진행되면서 두후보에 대한 검증의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정상적인 검증 외에 네거티브 공방도 치열하다. 최근엔 가족 문제가 검증과 의혹의 대상으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문 후보 부친의 행적과 안 후보 조부의 이력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문 후보 부친의 친일과 인민군 전력 의혹과 안 후보 조부의 친일 여부가 초점이다.

문재인 후보 부친 친일ㆍ인민군 의혹

문재인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 내 ‘허위사실 신고센터’에 가장 많이 접수된 내용은 ‘아들 5급 공무원 특혜 채용 의혹’과 함께 ‘부친 인민군 장교설’이다. 문 후보 부친 문용형씨가 6ㆍ25 전쟁 때 인민군 상위로 지내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는 것으로 문 후보가 공산주의자의 후손이라는 주장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불교특위 조직지원팀장으로 활동한 김 모씨는 그해 12월 자신의 지인 94명에게 ‘인민군 상위 문용형의 아들 문재인 후보’, ‘대선 후보 직계 존속임에도 정확한 자료가 없는 문용형. 실체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상위로 지내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인민군 포로’ 등의 내용이 적힌 문서 사진을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2013년 6월 판결에서 “문 후보의 부친이 북한군에 복무하거나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수용된 사실이 없다”며 “피고인이 공표한 허위사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후보 개인에게도 정신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문 후보 부친의 친일 논란도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불거졌다. 문 후보는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함경도 명문 함흥농고를 졸업한 아버지는 북한 치하에서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했다.…유엔군이 진주한 짧은 동안(1950.10~12월) 시청 농업과장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후보 부모는 함경남도 흥남의 문씨 집성촌인 ‘솔안마을’ 출신이다.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때 피란을 와서 거제 포로수용소 인근인 경남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에 정착했다. 그 곳에서 문 후보가 태어났고, 7살 때 부산 영도로 이사했다. 부친 문용형씨는 고향에서 ‘수재’라는 소리를 듣던 인물이었다. 함경남도 명문이던 함흥농고를 졸업한 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흥남시청 농업계장ㆍ과장을 지내기도 했다.

문 후보 부친의 친일 전력 의혹을 주장하는 측은 당시 농업관련 공무원들은 곡식을 수탈해 일제에 제공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공무원이었던 문 후보 부친도 일제에 협력한 것 아니냐는 논리다.

‘조선일보’는 2012년 9월 17일자 기사에서 문용형씨가 함흥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40년부터 흥남읍(현재 함흥시 흥남구역)에서 농업계장 및 농업과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1940년은 창씨개명 강요가 시작된 해로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공ㆍ사 기관에 취업할 수 없으며 현직자에 대해서도 해고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권에서 문제삼거나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문 후보 부친의 친일 행적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친일 인사를 선정하는 민족문제연구소 측도 “친일인명사전 수록 기준은 한 가지만 보는 게 아니라 해당인의 직위, 직무, 지속성, 자발성,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선정한다”면서 “일제치하 생계형 말단 공무원까지 친일파로 몰아가는 것은 총체적 친일파론”이라고 설명하며 섣부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안 후보 조부 친일 시비

안철수 후보 조부인 고 안호인씨의 친일 전력 의혹이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안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직후인 2011년 9월 안 후보 부친 안영모씨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라는 이름은 저희 부친이 지으셨어요. 아버지는 일본강점기에 금융조합에서 일을 하셨어요. 그 시대에도 교육을 많이 받으신 편이라 부산상업학교를 졸업하셨는데, 그때는 일본인이 지점장을 하던 시절이라 해방된 후에야 농협 지점장을 지내셨죠”라고 자신의 부친을 소개했다.

이 인터뷰가 나가자 안 후보의 조부 친일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안영모씨가 밝힌 금융조합은 총독부 감독 아래 화폐정리 사업이나 토지조사, 세금수탈을 도맡았고, 전쟁물자를 공출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안 후보 부친이 ‘일본인이 지점장을 하던 시절이라 해방 뒤에야 지점장을 했다’고 말한 부분을 보면, 상당한 고위직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안 후보 캠프 금태섭 상황실장은 “현재로선 안 후보 할아버지께서 일본강점기 금융조합에서 일했는지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안 후보 할아버지께서는 경남 사천 쪽의 ‘조선미창’에서 퇴직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도 “친일인사 명단에서 ‘안호인’이란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일제시대 금융조합에서 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일제에 협력했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부친인 안영모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있다. 안씨가 박 전 대통령을 알게 된 것은 군의관 시절로 전해진다. 안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56~1963년 경남 밀양 15육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했는데, 1960년 초 부산군수기지사령부 사령관에 부임한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외국에서 들여오는 의료 장비 및 약품 등을 군에 보급하는 일을 부산 군수기지사령부에서 맡았고 이를 총괄 담당하던 박 전 대통령과 밀양 육군병원 군의관이었던 안씨가 자연스럽게 알고 지냈다는 게 안씨 지인들의 설명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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