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ㆍ안철수 포스터 뒷말 무성

安 파격 포스터, “신선함” VS “당명은 어디?”

文, 2002년 이회창 후보와 슬로건 비슷

선거 포스터 징크스 살펴보니…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각 후보들은 선거 포스터도 공개했다. 선거 벽보는 단 한 컷의 사진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잡고 핵심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고도로 함축된 선거운동 수단이다. 각 캠프가 선거벽보에 제시한 슬로건을 보면 이번 대선에서 어떤 전선이 형성될지 엿볼 수 있다.

安 파격 포스터, “신선함” VS “당명은 어디?”

선거 포스터 공개 후 가장 큰 화제를 모은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다. 안 후보는 기존 선거 포스터의 틀을 깨 유권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클로즈업 얼굴 사진 대신 손을 번쩍 든 전신사진을 썼기 때문이다. 경쟁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측근이자 홍보 전문가인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쟁을 넘어 당을 초월하여 디자이너로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후보 벽보 디자인을 보고 사실 좀 놀랐다. 범상치 않았고 선수가 했구나..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가로 면을 꽉 채우며 ‘안철수’를 강조한 것, 전면을 사진 속 초록 배경을 활용, 그리고 강조한 것, 자신감 충만한 젊은 디자이너 감각 같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명을 넣지 않은 것도 어깨띠에 ‘국민’이 있으니 그럴 수 있다. 만세를 부른 사진도 유별나다. 이런 아이디어를 채택한 안후보가 다시 보였다”고 느낌을 밝혔다.

안 후보의 포스터가 공개되자 안철수 포스터가 하루 종일 검색어에 오르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안 후보도 만족하는 모습이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 하는 시도일 거다. 변화하는 모습과 변화 의지를 보여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실력 있는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지 않아서 그렇고, 아무리 창의적인 생각이 나와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그걸 받아주지 않는 닫힌 마음을 가지면 새로운 시도는 무산된다. 이번 벽보를 통해 제 국정운영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아마 1번부터 5번까지 벽보를 보시면 나머지 벽보들은 누가 되든 대한민국이 변함없이 똑같을 거란 상징 아니겠나. 저는 반드시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포스터에 쓰인 안 후보 사진에 인위적인 수정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손혜원 의원은 “처음 벽보를 보는 순간부터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진 속 얼굴은 안철수 후보와 좀 달랐다. 과도한 메이크컵 탓인가 자세히 봤지만 그것도 아닌 듯했다. 더 자세히 봤다. 볼수록 이상했다. 내가 맞았다. 목을 중심으로 몸을 둘로 나눠 얼굴과 몸이 다른 사진일 뿐만 아니라. 얼굴 좌우가 바뀌었다. 평소의 안 후보 같지 않고 어색했던 이유다. 인간의 얼굴은 거의 비대칭이다. 그래서 좌우를 바꾸면 어딘가 이상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은 “무슨 욕심이었을까. 더 잘 생겨보이게 하려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에게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가 있다. 이 경우, 디자이너의 의욕이 과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포스터에 당명이 빠진 것도 논란이 됐다. 공직선거법 제64조에 따르면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선거벽보에는 후보자의 사진, 성명, 기호, 정당추천후보자의 소속정당명, 경력을 기재한다고 명시돼 있다. 선관위도 처음 있는 일이라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포스터 당명 삭제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 19일 TV토론에서 “박지원이 그 당의 실세기 때문에 (박지원 대표 중심의 당 이미지 부각을) 피하려고 한 게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에 안 후보는 “나이키를 나이키라고 쓰느냐. 모든 국민이 다 아시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文, 2002년 이회창 후보 슬로건과 비슷

안 후보에 비해 문 후보의 선거 포스터는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다. 다만 2012년 18대 대선포스터와는 달리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배경은 흰색을 사용해서 인물 사진의 주목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문 후보 포스터에서 이목을 끈 것은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이었다. 지난 15일 문 후보 선대위 한정애 홍보부본부장은 슬로건 채택 이유에 대해 “(국민들) 각자가 꿈꾸는 나라에 대한 생각은 다르지만, 누구나 생각하는 (정상적인) 틀에 들어가는 나라를 함께 만들겠다는 답을 문 후보가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은 나라는 나라다워야 하고 국민은 국민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는 아이답게 놀 수 있는 나라, 엄마는 엄마답게 할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그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말하는 것”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슬로건이 되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슬로건이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나라다운 나라’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한 부본부장은 “당시와 지금이 상황이 같다고 볼 수 없다. 97년 당선된 김대중 정부는 (IMF 사태로) 도탄에 빠지고 부도났던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라며 “정권 말기에 인기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런 정부를 상대로 '나라다운 나라'라고 했던 것과 지금 (탄핵된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나라를 나라답게’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나라를 나라답게’에 이어 나오는 ‘든든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슬로건으로 알려졌다.

선거 포스터 징크스

역대 대통령 선거 포스터에 관한 징크스도 화제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포스터의 얼굴 크기가 작은 후보가 당선된다는 징크스다. 13대 대선부터 선거 포스터에서 얼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게 인쇄됐던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안경을 썼던 후보들이 낙선한 안경 징크스도 있다. 1948년 제헌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치러진 1대 대선에서 이승만은 김구 선생을 이겼는데 당시 김구 선생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3대 대선에서는 역시 안경을 착용한 신익희 민주당 후보가 갑자기 사망해 이승만이 승리를 거뒀다. 이후 정주영 후보, 이회창 후보, 문재인 후보까지, 안경을 쓴 후보들은 모두 패했다. 포스터와는 상관없지만 대선후보 등록 직전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가 승리하는 징크스도 있다. 한달 전 대통령 지지율의 법칙으로 불리는 이 징크스는 투표일 한 달 전에 대세, 앞서 가고 있는 후보가 그대로 당선되고 있는 사례가 역대 6번의 대통령 선거 중 다섯 번이나 있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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