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북관계 의혹에 보수층 집결…뒤처지는 안철수, 마지막 ‘반전 카드’는

‘송민순 회고록’ ‘주적 논란’ 등 안보이슈 부각…문재인 캠프 맹공격

안철수 캠프 네거티브 대응, 전략ㆍ조직 등 총체적 역부족 적색 경고등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 적색 경고등이 켜지면서 대선판세가 서서히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안 후보 캠프에 패색이 짙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생각지도 못한 네거티브 폭탄을 맞아 안 후보에 역전패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두 후보 중 누가 당선 되든 손해 볼 것 없는 일명 ‘꽃놀이패를 쥔 인물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복수의 정치권 소식통들에 따르면 안 후보 캠프의 문제는 ▦전략적인 움직임 부재 ▦캠프 조직의 부실 ▦네거티브 대응력 부재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이는 최근의 여론조사 등을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어 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안 후보는 그동안 언론친화적인 면이 부족해 언론의 주목을 받아오지 못한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존재감이 약할 뿐만 아니라 네거티브 대응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캠프의 분위기 또한 유력후보 캠프와는 거리가 멀다. 상대편의 정곡을 찌르는 전략도 없고 네거티브 전략에 대비한 타 후보들의 네거티브 데이터도 부실하다. 공세를 퍼부을 자료가 있다 해도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대선을 치르는 입장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부족한 면면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국민의당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중간 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쪽도 흡수하지 못하고 ‘나 홀로 영역’을 구축하는 셀프외톨이가 돼 버린 형국이다.

이에 보수진영에서는 “안 후보 캠프의 가장 큰 착각은 홀로 가만있어도 누군가 알아서 다가올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대선막판 역전 드라마는 없다

문 후보가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안 후보와의 격차를 11%포인트 차이로 벌리면서 안 후보 캠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21일 발표한 4월 셋째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문 후보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한 41%를 기록했다. 반면 안 후보 지지도는 전주 대비 7%포인트 하락한 30%로 나타나 두 후보 지지도 격차는 11%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안 후보 지지도는 지난 14일 발표된 4월 둘째주 조사에서 37%를 기록해 40%로 조사된 문 후보 지지도를 3%포인트 격차까지 따라잡은 바 있다. 하지만 홍 후보 쪽으로 보수층이 대거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문 후보와의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안 후보 지지도 하락은 남성(40%→35%)보다 여성(34%→25%), 50대 이상(약 10%포인트 하락)에서 두드러졌다. 또 지역별로는 인천ㆍ경기(38%→28%), 대전ㆍ세종ㆍ충청(42%→29%), 대구ㆍ경북(48%→23%) 지역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홍 후보 지지도는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한 9%로 조사됐다. 홍 후보의 지지율이 오를수록 안 후보의 하락은 더 가속력이 붙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홍 후보 지지자들은 ‘대북 안보’(21%), ‘결단력ㆍ박력’(13%) 등을, 심 후보 지지자들은 ‘정책ㆍ공약이 마음에 든다’(29%), ‘노동자 편’(12%), ‘진보ㆍ개혁적’(12%) 등을, 유 후보 지지자들은 ‘주관ㆍ소신’(26%), ‘정책ㆍ공약이 마음에 든다’(17%)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정가에서는 홍 후보의 지지율이 10%이상 나올 경우 안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이런 구도를 감안할 때 대선 후 문 후보가 당선되고 홍 후보는 영남권과 보수층을 장악하게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안 후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 지지도는 계속 3%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88%는 문 후보, 국민의당 지지층의 92%는 안 후보,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70%는 홍 후보를 각각 지지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이 지지하는 후보는 안 후보 25%, 문 후보 14%로 나타났다.

주요 지지 후보별 계속 지지 의향은 문 후보 65%, 안 후보 68%, 홍 후보 69%, 심 후보 40%, 유 후보 28% 등으로 나타났다.

주목을 끄는 것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 ‘꼭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적극 투표 의향자(904명) 중 문 후보 지지는 43%, 안 후보 지지는 30%로 나타나 격차가 13%포인트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이는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안 후보 측의 지지기반 중 일부가 관망층이라고 분석할 수 있어 위기감을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

‘안보이슈’ 결정 변수 되나

안 후보 캠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망이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주적(主敵) 논란’ 등 안보이슈로 정치권이 요동치면서 대선주요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송민순 회고록’에 언급된, ‘참여정부의 북한 입장 사전 확인’ 관련 메모를 전격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실체 없는 메모”라며 즉각 일축하고 나서고 있지만 번지는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송 전 장관은 2007년 참여정부 당시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기권 과정에서 정부가 북한에 입장을 사전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문건을 지난 21일 공개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당시 정부가 유엔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결정하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이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북한에 반응을 알아보자”고 말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송 전 장관이 언론에 공개한 문건에는 ‘남측이 반(反)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건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남측이 진심으로 10·4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선언 이행에 북남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함’, ‘우린 남측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 등이 적혀 있다.

또 문건 하단엔 손 글씨로 ‘18:30 전화로 접수(국정원장→안보실장)’라고 시간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문건은 청와대 문건임을 상징하는 무궁화, 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어 문건의 내용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전 확인된 북한의 입장이 보고됐고, 이후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다고 회고록에 적고 있다.

특히 송 전 장관은 기권 결정을 둘러싼 상황과 관련, 당시 자신이 수첩에 기록한 내용이라며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적힌 메모도 공개했다. 여기서 ‘문 실장’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인 문 후보를 지칭한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최종 결정하기에 전에 북한에 의견을 물었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 ‘아세안+3’ 회의에 참석 중이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 사전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보고한 뒤 노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북한에 반응을 알아보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건은 당시 정부가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청와대가 문건 형태로 정리한 것으로, 문건에는 “남측이 반(反)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파문이 인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선대위 회의에서 “실체도 없는 개인 메모까지 등장했다”며 “얼마나 다급하면 그러겠느냐. 이번 대선에선 색깔론이나 종북몰이, 정치공세가 소용없을 것이라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문 후보와 민주당은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며 ‘기권 결정’을 한 이후에 북한에 통보한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민주당의 불안 현실화되나

문 후보 캠프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분명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07년)11월16일 회의에서 인권결의안 기권을 노 전 대통령이 결정했다는 것”이라며 “11월16일 노 전 대통령이 결정한 후 우리 입장을 북에 통보했을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 후보도 이에 대해 “이 문제의 핵심은 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11월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이라는 방침이 먼저 결정됐느냐, 아니면 결정되지 않고 북한에 먼저 물어본 후 결정했느냐라는 것”이라며 “분명히 말하는데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방침이 결정됐다. 북한에 통보해주는 차원이지, 북한의 방침에 대해서 물어본 바가 없고 물어볼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또 문 후보는 “저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그뿐 아니라 저에 대한 왜곡도 있었다”며 “지난 번 대선 때 NLL 대화록 공개와 같은 제2의 북풍공작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하고 새로운 색깔론이자 북풍공작으로 본다”고 송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입장발표에도 송 전 장관의 문건이 공개되자 안철수 홍준표 등 다른 캠프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문 후보를 향해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홍 후보는 이날 “송 전 장관에 따르면 문 후보는 거짓말을 크게 한 것이 된다”며 “국민들이 그런 거짓말을 하고, 안보 관련해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는 분한테 과연 국군통수권을 맡길 수 있을 것이냐”라고 날을 세웠다.

홍 후보는 얼마 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청와대 메모가 공개돼 문 후보가 거짓말을 크게 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의 김유정 대변인은 “문 후보는 지난 2월9일 한 방송에 출연해서 송 전 장관 회고록에 나오는 대북 결재에 대한 논란은 왜곡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문 후보는 더 이상 대선 정국을 거짓말로 물들이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캠프의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정직하지 않은 대통령은 북핵보다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문 후보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 후보는 최근 한국방송기자클럽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도 “국가를 위태롭게 하고, 계속 말을 바꾸는 세력이야말로 진짜 적폐 세력”이라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이에 맞서 문 후보 캠프는 “기권 결정을 한 이후에 북한에 통보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함과 동시에 송 전 장관의 문건 공개 파문을 ‘색깔론’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한편 송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문 후보가 공개 방송에서 제 책이 혼자만의 기록이고 다른 사람의 기억이랑 다르다고 해서 책을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채 쓴 것으로 그렇게 묘사를 했다”며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썼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문건 공개 이유를 밝혔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