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비리, 정·경유착, 재벌개혁 3대과제 시나리오 전방위 수사

삼성 외 롯데ㆍCJ 등 재벌 ‘주 타깃’ 대대적으로 손볼 가능성

‘최순실 지원금’ 등 관가의 권력형 ‘기업 봐주기’ 의혹도 사정권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지난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사건 핵심 관련자들의 공소장 작성 등 수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 중 일부에 추가로 뇌물공여 혐의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기업에 대한 정ㆍ경 유착형 비리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사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검찰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검찰 대선 후 명예회복 하나

검찰은 의혹의 장본인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긴급체포 구속 과정에서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최씨를 비롯해 그의 이권 개입을 도운 혐의 등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거둬 비판을 잠재웠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11월 20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던 박 전 대통령을 이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은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게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 내부에서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이 더 이상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 개혁을 통해 권력의 비리를 철저히 수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검찰 내부에 적지 않다.

여론이 이렇다 보니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여러 비리 의혹들에 대해 대선 후 다시 수사해 검찰이 명예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특검의 수사를 인수인계해 권력의 최고 핵심인 박 전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은 남아 있다.

또 국정농단 수사 내용이 검찰에서 특검으로 넘어가고 검찰이 다시 이어받으며 심화하고 확대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 중 숙제로 남은 부분이 있다. 바로 권력형 기업비리 수사다. 가장 재수사 요구가 큰 부분은 기업의 권력형 비리 수사다. 기업수사는 검찰에 여러 숙제를 남겼다.

검찰은 삼성 외 나머지 대기업에 대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통한 뇌물 공여 의혹을 조사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했다. 삼성의 뇌물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기업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수사에서 검찰은 2016년 3월 14일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과 독대한 뒤 정부가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한 것에 주목했다.

기업의 권력형비리 겨냥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이듬해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을 내주기로 하면서 특허권을 찾아왔다. 이와 관련해 이달 2일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67ㆍ사장), 지난달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59ㆍ사장)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검찰은 신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에 오간 대화 내용과 이후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또 검찰은 2015년 11월 면세점 갱신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가 출연금 등을 낸 후 정부의 신규 사업자 공고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된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조사했다.

이에 검찰은 재단 출연 과정 등에 책임을 지고 관여한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재단 출연 경위 등을 캐물은 뒤 관련자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아직 결과를 명확하게 밝힌 것은 없다. 이에 검찰이 수사를 대선 이후로 롯데 수사를 유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 수사를 매듭짓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신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독대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 지와 관련해 신 회장으로부터 직접 진술을 들은 뒤 다음 박 전 대통령 조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수순을 밟았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여러 정황은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으나 이 부분에 대한 입증은 대체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요구한다. 검찰이 빠른 시간 내 확인이 불가한 부분을 뒤로 미룬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정권 교체 후 삼성, 롯데 이외에 뇌물 의혹이 제기됐던 CJ에 이르기까지 재벌을 대대적으로 손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특히 손경식 회장의 경우 관련자 조사를 통해 수사 가능성이 거론된 만큼 이재현 CJ 회장 사면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재단에 출연했다는 ‘사면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추가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아 재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적지 않게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2014년 11월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손 회장을 상대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했으며 관련 내용에 대한 수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수상한 자금 비리 의혹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서 롯데가 낸 출연금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만 적용했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 정황이 드러날 경우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롯데 수사 결과에서 삼성처럼 대가성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향후 추가 수사에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과 관련, 이들 대기업이 건넨 지원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정권 교체 후 삼성이 검찰 수사 1호가 될 수 있다. 검찰은 ‘국정농단’사건 수사 과정에서 삼성의 수상한 해외자금 흐름과 ‘최순실지원금’에 대해 석연치 않는 부분을 적지 않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계열사인 삼성물산이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승계의 발판으로 삼았던 만큼 이른바 ‘이재용 자금창구’ 역할을 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최근 검찰은 삼성물산이 사업을 발주하고 수주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해당 내용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입수한 첩보자료는 삼성물산의 하청업체 인건비지급 관련 내용을 비롯해 해외사업부분 자금 결재 관련 부분 그리고 독점 거래업체와의 과대계상 수법 정황 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삼성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해외 현지법인 자금에 대한 수사도 검찰이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전 정권 비리 관련, 일명 ‘문고리 십상시’에 대해 수사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국정농단 수사가 마무리되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처벌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수사 마무리 직후 조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특검에서 넘겨받은 수사자료도 제대로 뭉개버리고 우갑우(又甲又)는 수사하는 둥 마는 둥 남은 문고리 안봉근 이재만은 애써 외면한 채 국정농단 수사 대단원의 막을 내릴 거랍니다 겁찰이 막 내릴 날도 얼마남지 않은 듯 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해 주목을 끌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