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김종, 한 사람은 거짓말… ‘李, 정유라 정말 몰랐나’ 진위 공방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박상진 전 사장과의 전화내용 통해 구체적 증언

김종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에 정유라 직접 언급하며 지원 요구”

김종 전 차관 증언 사실이라면… 이재용 부회장 ‘위증’ 가능성 높아

박상진 전 사장, 박 전 대통령-이 부회장 독대서 “정유라 지원 얘기 한 적 없어”주장

한민철 기자

박근혜(65ㆍ구속기소) 전 대통령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6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추가 위증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자금을 지원한 사실에 대해 ‘대가성’ 여부를 전면 부인하면서, 정유라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지난 2015년 7월 2차 독대 당시 정유라를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며, 정유라라는 인물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재용 부회장의 지난해 11월 6일 국회 청문회 위증과 관련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지난 1월 12일 이 부회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위증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하면서 밝힌 내용은 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당시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뇌물을 요구받고, 삼성그룹 임직원에 지시해 그룹 계열사가 대통령이 지정한 곳에 뇌물을 공여했음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며 “이와 같은 허위 진술에 대한 단서가 발견됐다는 고발 요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구속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죄와 횡령, 재산해외도피, 범죄수익은닉과 함께 국회에서의 위증죄가 추가된 상태다.

이 부회장의 국회 위증죄는 ‘대통령으로부터 뇌물을 요구받았음에도 아니라고 증언 했는가’ 그리고 ‘삼성 임직원을 시켜 대통령이 지시한 곳에 뇌물을 주었음에도 아니라고 말했는가’를 둘러싸고 그 진위를 가리게 됐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국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적 주장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회 청문회 당시 이 부회장이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눈 질의 내용 그리고 지난 18일 <주간한국>이 방청에 참석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서원(최순실) 뇌물수수 혐의 제3회 공판’에서 나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국회 청문회 당시 삼성전자가 최순실 딸 정유라의 승마 관련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독일의 비덱스포츠와 4차례 37억원을 송금하는 컨설팅 용역을 체결한 것에 대해 “반대급부를 요구하며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은 없다”라며 대가성을 전면 부인했다.


동시에 도종환 의원의 “최순실씨를 아셨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 질의에 이 부회장은 “제가 언제 알게 됐는지 기억을 되짚어 보겠다”라고 정확한 답변을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도 의원은 “정유라는 어떤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몰랐다”라고 줄곧 답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열린 최순실 뇌물수수 혐의 3회 공판에 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은 과거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재판부에 상세하게 증언하면서 이 부회장의 청문회 위증 관련 의혹을 증폭시켰다.

“박근혜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에 ‘정유라 지원’ 요구”

특검 측의 신문 내용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23일 16시 30분부터 김종 전 차관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스포츠산업 포럼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박상진 사장으로부터 16시 34분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 전 차관은 그와 전화 연락을 하고 난 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시 박상진 사장이 자신에게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유라 선수를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갔을 때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박 사장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정유라에 지원할 계획으로, 정유라가 현재 있는 독일을 방문해 정유라에 승마 관련 지원 방법을 알아보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이어갔다고 김 전 차관은 진술했다.

삼성 측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에 선정된 뒤 2015년 6월까지도 정유라가 출산으로 승마 훈련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고 판단, 본격적 지원을 미뤄왔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박상진 전 사장의 특검 진술서에서도 적시된 내용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유라를 직접 언급하며 도쿄올림픽까지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에 김종 전 차관은 “그 이야기를 듣고, 의아하고 충격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특검 측은 김 전 차관에 “왜 그렇게 충격적이었는가”라고 신문했다. 이에 김종 전 차관은 “단지 한 선수를 위해 대통령께서 삼성에 직접 요구를 했다니 충격이었고, 그래서 오죽하면 제가 박상진 사장에게 ‘정말이요’라고 되물을 정도였다”라며 “되묻자 박상진 사장은 ‘맞다’라고 답했고, 내용이 충격적이며 대통령 지시사항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 VIP와 이재용 부회장, 정유라, 올림픽 지원이라고 수첩에 메모해 놨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아쉽게도 해당 메모를 해뒀던 수첩을 2015년 7월 말, 최순실씨와 만난 뒤 집에 돌아가는 과정에서 분실했다고 진술했다.

특검 측과 김종 전 차관의 이 신문이 재판장에서 이어지자,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최순실씨는 마치 어이가 없다는 듯 김종 전 차관을 노려보면서 실소를 지었다.

김종 증언 사실로 드러나면, 이재용 ‘위증’ 명백해질 가능성 높아

김종 전 차관이 진술한 박상진 전 사장과의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유라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한 이재용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장에서 위증을 한 것이 된다.

그런데 박상진 전 사장은 특검 측에 2015년 7월 23일 전화 내용에 대해 전혀 다른 내용을 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 측의 신문에 따르면, 당시 박 전 사장은 김 전 차관과 전화통화를 한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대통령 독대 내용은 아시아 승마협회 회장 당선과 올림픽 준비, 말 구입 등에 대한 질책 등이었고, 정유라를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지원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단지 박상진 전 사장은 김 전 차관에게 아시아 승마협회 회장 선거 출마에 대한 상의를 위해 전화를 한 것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3회 공판에서 나타난 박 전 사장의 진술조서 내용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대통령 독대 내용은 ‘(올림픽에 나가려면) 좋은 말도 사고 전지훈련도 가야 하는데 삼성은 아무것도 안한다. 한화보다 못하다’라는 정도였을 뿐, 정유라 지원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김 전 차관은 박 전 사장의 이런 진술 내용에 대해 “그런 말은 기억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아시아 승마협회 회장 선거 이야기는 2015년 3월 16일경 자신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갔던 주제일 뿐, 전화통화에서 나온 내용은 절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과 박상진 전 사장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의 국회 청문회에서의 추가 위증 여부를 둘러싼 7월 23일의 전화내용을 두고 거짓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만약 김 전 차관의 증언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위증한 꼴이 된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 측은 피고인들의 유죄 입증을 위해 김 전 차관의 증언의 신빙성에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신문 내용을 보강해갔다.


한편,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5차 공판에서 특검 측은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청탁 전달 경로를 도표로 만들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 측은 여러 현안들이 발생할 때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세 차례나 독대를 했고, 이에 삼성 미래전략실은 청와대와 그리고 삼성 계열사들은 중앙정부기관과 청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삼성과 대통령 간 뇌물수수 합의에 주장에 대해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간 의사소통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삼성계열사가 선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특검과 보다 첨예한 대립을 예고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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