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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대선 막바지, 판세 흔들 ‘세가지 변수’

‘투표율’, ‘부동층 향배’. ‘후보 단일화’ 여부 따라 ‘文 독주’ 흔들릴 수도

투표율…20대 적극적, 60대 감소, 文 후보에 유리

부동층 향배…샤이 보수층 유동적, 후보 단일화 변수

후보 단일화… ‘안ㆍ홍ㆍ유’ 3자, 2자 단일화 최대 관건

대통령 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과 사뭇 다르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어 치러지는 보궐 선거로 인해 전통적인 여야(與野) 대결 구도가 사라졌고, 보수와 진보의 양자 대결 구도도 깨졌다. 오히려 진보와 중도 성향 후보의 후보가 선거판을 지배하면서 야야(野野)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되풀이됐던 지역 몰표 현상이 크게 줄어들면서 영ㆍ호남 지역주의 대결 양상도 달라졌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4월 24∼26일)에 따르면, 보수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ㆍ경북에서 문재인 후보(29.4%)가 오차 범위 내에서 안철수 후보(25.5%), 홍준표 후보(22.9%)와 접전을 벌였다. 한국 갤럽 4월 4주 조사(25∼27일)에서도 문 후보는 이 지역에서 31%를 얻어 안철수(19%)와 홍준표(22%)를 크게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호남에서조차 문 후보(55.3%)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안 후보(31.1%)를 크게 앞섰다. ‘우리가 남이가’ ‘미워도 다시 한번’과 같은 감성적 지역주의 투표가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독주’ 끝까지 이어질 것인가?

여하튼 1987년 이후 한국 대선에서 처음으로 영ㆍ호남에서 1위를 차지하는 대통령이 나올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대선 판도는 기존의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무너졌다. 문재인 1강 구도로 재편됐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44.4%를 기록, 안철수 후보(22.8%)를 21.6% 포인트 앞섰다. 문 후보는 지난 4주간의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안 후보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국 갤럽 4월 4주 조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도는 40%로 안철수 후보(24%)를 압도했다. 안 후보는 4월 3주 7% 포인트, 4월 4주 6% 포인트 등 2주 동안 13% 포인트 하락했다. 문재인 후보는 1% 포인트 하락했지만 최근 평균 지지도 40%를 유지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난 것일까? 안보 이슈가 불거지면서 중도 성향의 안철수 후보가 진보 문재인 후보와 보수 홍준표 후보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JPD 빅 데이터 연구소가 ‘전화(여론조사) 민심’과 ‘포털(사이트) 민심’을 결합해 만든 ‘정치민심지표’에서도 잘 확인되고 있다.

‘전화 민심’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의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주자들의 지지율을 평균 낸 지표다. 여론조사 지지율 50%를 5점으로 환산했다. 반면, ‘포털 민심’은 구글, 네이버, 다음 등 3대 포털 뉴스의 주자별 주간 언급량을 계량화한 수치다. 후보들의 공식적인 대선 등록후보 등록(4월 15∼16일) 이후에 실시한 JPD 4월 3주 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후보는 4월 2주 정치 민심 지표가 4.3 포인트에서 3.6 포인트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와 불과 0.2 포인트 격차로 좁혔지만, 다시 0.9 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4월 2주 전화민심 지표가 3.7 포인트에서 2.9 포인트로 매우 빠르게 하락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심의 변화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전화 민심 속도계의 경우, 안 후보는 86.1로 크게 하락했다. 속도계가 100 이하라는 것은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속도가 낮으면 앞으로 치고 올라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자유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13.0%와 12%로 두 자리 수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4주 연속 상승하며 안 후보와의 격차를 9.8% 포인트로 좁혔다. 보수층이 서서히 결집하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에 힘입어 홍 후보는 대구에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80%가 자신을 지지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는 51.6%를 득표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41.2%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TV 토론에서 선전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7.5%로 크게 상승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7%였다. 만약 심 후보의 지지율이 10%대를 넘으면 ‘문재인 1강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투표율 文 유리, 보수 부동층 안ㆍ홍 갈려

이제 남은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투표율이다. 지난 대선에서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각각 68%와 70%였다. 40대는 75%로 전국 평균(75.8%)과 비슷했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각각 82%와 80%였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 2030세대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 의향층’의 비율이 지난 2012년 대선때보다 훨씬 높았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4월 16일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82.8%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대선 당시 같은 시기에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 보면 20대의 적극 투표참여 의향이 18.5% 포인트 증가한 반면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7.1% 포인트 감소했다. 그래서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문 후보의 경우, 적극적 투표층만을 대상으로 지지도를 조사하면 안 후보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둘째, 부동층의 향배다. 특히, 샤이 보수층이 안철수와 홍준표 중 누구에게 누표할지가 관건이다. 조선일보ㆍ칸타퍼블릭 조사(4월 21~22일)에서 부동층은 21.3%로 2주 전(14.5%)과 1주 전(20.6%)보다 더 높아졌다. 특히 역대 선거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뚜렷한 편이었던 50대 이상 고 연령층과 대구ㆍ경북(TK) 지역에서 부동층이 더 많아진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이들 부동층으로부터 반문재인 정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끌어낼 수 있느냐가 변수다. YTNㆍ서울신문 여론조사(4월 17일)를 토대로 ‘샤이’(shy) 부동층의 규모를 분석했다.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 중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지만 현재는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약 20% 정도였다. 이들이 샤이 보수층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에서는 그 규모가 9.4%인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23.7%로 높았다. 샤이 보수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들이 투표장에 갈 확률이 상당히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수가 수세에 몰려 있는 정치적 환경 때문에 본인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지만 선거 막판에 샤이 보수는 끝까지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아니라 끝내는 표심을 드러낼 수 있는 유권자들이다.

2012년 대선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 당일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한 사람이 3.3%, 1∼3일전 7.5%, 선거 1주일 전 12.3% 등 유권자의 20% 이상이 1주일 전까지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었다.

한국 갤럽 4월 4주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32%, 문재인 지지자의 26%가 “상황에 따라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부동층들이 선거 막판에 불거질 후보 단일화 등의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후보 단일화, ‘文 독주’ 막을 유일책

셋째, 후보 단일화다. 바른 정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다수 의원이 유승민 후보에게 안철수ㆍ홍준표ㆍ유승민 후보간 3자 단일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4월 26일 JTBC가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 후보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홍준표 후보도 “안 한다”고 응답했고, 안철수 후보도 “그럴 일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3당 후보 단일화를 적폐연대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국 대선에선 선거 막판에 항상 후보 단일화 또는 연대 이슈가 늘 등장했다. 그러나 3당(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 셈법이 너무 달라 단일화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국민의 당은 “정치인에 의한 인위적 연대를 거부한다”면서도 통합 정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당은 유승민ㆍ조원진ㆍ남재준 등 보수 후보들이 합치자고 주장한다. 이런 와중에 안철수 후보는 4월 28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김 전대표가 줄곧 주장했던 3년 임기단축 개헌론에 대해서도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서 결정이 되면 전적으로 거기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개헌과 공동 정부를 매개로 선거 막판에 한국당, 국민의 당, 바른 정당간 연대를 모색할 지도 모른다.

일단 후보 단일화의 흐름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손을 잡는 소(小)단일화다. 바른 정당 김무성 전 대표와 국민의 당 박지원 대표가 물밑에서 접촉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하나는 홍준표-안철수-유승민이 결합하는 대(大)단일화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현재보다 5%∼6% 정도 하락하고, 반대로 홍준표 후보의 그 지지율만큼 상승하면 두 후보간에 우열을 가르기 힘들게 된다. 역대 대선에서 보듯이 선거 막판 1강 2중 구도가 만들어지면 역설적으로 후보 단일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다. 하지만 ‘진보-중도-보수 3자구도 필승론’을 주장하고 있는 홍 후보가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실제로 홍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안철수 후보는 페이스 메이커다. 다음 주부터는 문재인하고 (저하고) 양강 구도로 바로 간다”고 "라고 주장했다. 만약 홍 후보가 보수 후보 단일화만 받아들이고 안 후보와의 연대를 거절하면 소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입장을 같이했기 때문에 적폐 연대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바른정당 수도권 출신 의원들(54.5%)이 유승민 후보를 강도 높게 압박할 경우 안ㆍ유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수 도 있다.

그럴 경우, 진보 후보 2명(문재인ㆍ심상정), 중도 후보 1명(안철수), 보수 후보 1명(홍준표)이 격돌하는 구도가 만들어 진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샤이 보수층의 고민이 깊어 질 것이다. ‘지더라도 보수 정당 후보를 찍을 것인지’ 아니면 ‘문재인 후보와 경쟁할 수 있는 안철수 후보 중심으로 다시 결집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이들 샤이 부동층으로부터 반문재인 정서를 얼마나 설득력있게 끌어낼 수 있느냐가 변수다. 선거는 그야말로 연대의 예술이다. 따라서 대선은 끝난 것이 아니다. 누가 마지막으로 후보 단일화에 불을 당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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