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승계 ‘특단 조치’ 핵심라인 사정 대상에… 삼성물산 수사 압박

대선캠프 공공의 숙제 ‘재벌개혁’ 1호 삼성 지목

미래전략실ㆍ삼성물산 외 계열사 고위인사 고강도 사정 계획

무늬만 미전실 해체, ‘이재용맨’ 등 핵심인사들 계열사로 수평이동

검찰, 물산-미전실 움직인 핵심 정ㆍ관계 로비 의혹 추적

검찰이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과 관련한 ‘비선실세’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공소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추가하자 향후 검찰의 행보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다음 정권에서 삼성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게 나돌고 있다. 현재 주요 대선주자 캠프들은 “정권 교체 후 무조건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그 1번이 삼성이 될 것”이라고 뜻을 같이하고 있어 삼성에 대한 전방위 사정이 주목된다.

현재 삼성 내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정권이 바뀌면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을 독려하는 게 순서처럼 돼 있기 때문에 삼성을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 근거다.

하지만 삼성의 전망과는 달리 검찰뿐만 아니라 공정위, 감사원, 금감원 등 전방위에서 삼성 조사를 위한 사전준비작업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검찰은 삼성이 그동안 법무팀 변호사 등을 통해 정ㆍ관계 로비를 시도했다는 첩보까지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추적 중이다.

이에 검찰 등 사정기관이 삼성 내부 전관인사들과 그들의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상당부분 입수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실제로 사정기관들은 하명 등에 따라 2007년부터 진행돼 온 삼성 로비 인맥지도를 확보해 이를 기초로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보수진영 인사들 중 삼성 로비를 받은 이들에 대해 조사를 추진 중”이라거나 “삼성과 관계된 전관 인사들과 그들의 주요연락처를 파악하고 기초조사를 마친 상태”라는 말들이 입을 모은다.

삼성 ‘최순실게이트’ 수렁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 등의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들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추가하는 걸 허가한다고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영재센터를 장씨가 설립했다는 대목 또한 최씨가 설립한 것으로 변경했다. 최씨와 장씨는 영재센터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두고 다퉈왔다.

이들은 영재센터를 내세워 삼성을 압박해 후원금 약 16억원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돈을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향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의 수백억원 규모 뇌물 중 일부로 규정하고 이 같은 혐의로 박 전 대통령 등을 기소 또는 추가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 혐의 재판은 별건으로 진행 중이다. 혐의가 같은 재판들은 향후 한 사건으로 병합될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에 대한 신문과 이들의 최후진술, 검찰의 구형 등 절차를 거쳐 심리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공소장 변경 등의 사정을 감안해 절차를 미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사건과 함께 선고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오늘 결심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앞서 26일에는 삼성전자가 ‘비선실세’ 최순실(61)씨와 조카 장시호(38)씨가 설립ㆍ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가 업체 등록을 하기 전에 후원금 지급을 결정하고 계약서도 직접 작성했다는 정황이 공개돼 지원금 출처를 놓고 추가 수사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날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재판에서 특검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영재센터 직원 김모씨와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2015년 9월25일 삼성전자 모 차장은 김씨에게 ‘시간 절약을 위해 (후원금 지급) 계약서를 저희가 작성했습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어 삼성 측에서 영재센터에 보낸 계약서 초안을 놓고 “수정이 필요 없으면 도장을 찍어 퀵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특검은 “보통 후원을 받는 쪽에서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보내면 후원하는 쪽과 협의를 해 계약서를 완성하는데 계약서 초안을 삼성전자에서 먼저 작성해서 보내준 것은 이례적이다”면서 “후원이 25일 당시 아주 서둘러 이뤄졌다는 사안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30일 삼성전자 모 과장이 영재센터 김씨에게 “금일 오전 중으로 업체 등록을 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는 메일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도 특검은 “당시 영재센터는 업체 등록도 안 돼 있는 상태로 후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업체등록을 해야 하기에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등록 전에 후원금 지급 결정이 미리 이뤄졌다는 의미다.

반면 삼성 측은 “일반적으로 계약서 초안을 먼저 작성하면 유리한 방향으로 기본 틀을 잡을 수 있다. 전혀 이례적이지 않다”면서 “특검이 결코 그런 일이 없는 것처럼 설명하는데 실제 실무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사단 겨냥 움직임

아울러 “해당 메일에서 말한 ‘업체 등록’은 삼성전자 내부 회계시스템상 업체 등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날 삼성이 굉장히 서두른다고 하지만 추석 전날이라 연휴 전에 업무를 끝내고 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특검은 “이00 상무로부터 빨리 금액을 집행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서둘러 집행했다는 실무자들의 진술이 있었다”며 반박했고, 삼성 측은 “삼성이 후원금을 지급하면서 다른 통상 경우보다 빨리 계약이 체결되고 후원금이 지급된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추석연휴 날짜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고 맞섰다.

또 특검은 영재센터를 운영한 장씨가 삼성에서 후원금을 받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며 장씨와 영재센터 이규혁 전무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후원이 이뤄질 무렵인 2015년 9월 23일 장씨는 이 전무에게 “우리 돈 주다간 삼(삼성)이 조사받겠다”고 했고 이 전무는 “삼성에서 스폰 못 받아?”라고 묻는 부분이 있다.

또 같은 달 25일 장씨는 “삼(삼성)을 상대로 하려면 이렇게 가다간 다들 징역가게 생겼어”라며 “기획도 이런 식으로 가다간 삼성한테 회수 통보받는데 문책하고 검찰조사 받고 이건 아니지”라는 메신저를 보냈다.

특검은 “장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통해 그 의미에 대해 추가로 입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권 교체 후 삼성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검찰 등 사정기관에서 미완의 숙제로 남겨놓고 있는 삼성 수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물산의 내부 비자금 조성 의혹이 거론된다.

삼성물산 수사로 승계 영향받나?

검찰은 지난 1월 1조원대 규모의 이문1구역 재개발사업 관련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가락시영 재건축 사건 못지않게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사업규모는 가락시영의 절반 수준이지만 국내 최대 철거업체가 연루돼 있어서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도균)는 당시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ㆍ횡령 혐의로 이문1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과 조합장 김모(69)씨 자택, 철거업체 삼오진건설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합장 김씨는 조합 상근이사로 근무하던 2010년 5월 철거업체로 들어온 삼오진건설과 짜고 용역비를 40억원가량 부풀려 떼먹은 혐의 등을 받는다. 조합 옆에서 사업 추진을 돕는 컨설팅업체도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문1구역은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257-42번지다. 이번 재개발은 약 1조원을 들여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허물고 기반시설과 함께 아파트 40개동 2904세대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원 수는 1527명이며 시공사는 업계 1위 삼성물산이다.

조합과 함께 최우선 수사대상에 속한 삼오진건설은 국내 최대 철거업체다. 2005년 설립 이후 10대 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2013년 ‘’철거왕‘ 이금열(47) 다원그룹 회장이 구속된 후에는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철거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삼오진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지난해 8월1일 현재 275억여원이다. 2위 참마루건설(170억여원)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시공능력평가액이란 업체의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다.

검찰은 삼오진건설이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여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삼성물산 리베이트 혐의를 다른 하청업체들 전반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이 건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은 물론 다른 조합 임원이나 협력업체들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구조상 리베이트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물산의 하청업체들 중 일부 업체들의 진술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산 내 여러 사업부분에서 광범위하게 리베이트와 업체 로비가 이뤄진 정황과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대선 이후 본격 수사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긴밀한 관계라고 파악하고 있으며 이에 최 사장 등 이 부회장 측근들에 대한 내사를 마무리하고 이들에 대한 여러 첩보와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삼성미래전략실에서 근무했던 이 부회장의 측근들 중 일부가 삼성물산으로 이동했으며 이들은 이 부회장-최 사장 연결고리에 포함되는 사람들로 보인다”며 “대표적으로 미전실에서 물산으로 이동한 A씨 등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음에도 삼성 윗선의 비호를 받는 인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합병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물산은 회사채 상환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연금의 적극적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손발이 묶인 삼성물산이 임직원 대폭 정리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까지 나온다.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에만 7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하반기까지 합하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1조원이 넘어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삼성물산의 보유자금 규모와 신용등급 등을 감안할 때 이 규모의 회사채 현금상환은 삼성물산에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향후 경기 불확실성과 자금회전 둔화 등을 고려하면 위기감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없지 않다. 여기에 사정기관의 전방위 수사까지 더할 경우 삼성물산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2014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이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