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비리 수사 위해 ‘제 2 특검’ 가능성 급부상

‘우병우 특검법’ 실효성 논란, 우병우 처벌 불가피론

정경유착 비리 척결할 대대적 사정 준비… ‘특혜기업’ 우선 대상,

대통령 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해 내놓은 ‘특별검사법안’ 발의를 두고 현실화 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전 정권 비리 사정이 대대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아 정권 초부터 특검이 정국을 강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의원 45명은 이날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를 묵인ㆍ방조하고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한 ‘우병우 특검법안’을 내놨다.

이들은 법률안 제안 이유서에서 “박영수 특검의 수사가 있었고,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며 “검찰 수뇌부까지 뻗어있는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봐주기 수사·기소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안은 원내교섭단체 중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세 당이 각각 추천한 특검 후보자 3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수사 범위는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검찰에 대한 부당 수사개입 의혹,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표적 감찰 의혹, 외교통상부 등에 대한 인사 개입 의혹과 가족회사 정강과 관련된 의혹,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 등이다.

누구의 심장을 겨누나

‘우병우 특검법’에 대해 일단 반대의 목소리보다는 환영 입장이 더 많다.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측도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와 진실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두 번이나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된 ‘법꾸라지’ 우 전 수석을 특검이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우 전 수석보다 대통령의 업무 파악이 우선인데다 새 정부 과제와 조직개편 과정에서 여러 정당 별 이해관계가 다른 점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을 특검을 통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들이 우 전 수석을 특검으로 수사해 얻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법조계에서도 ‘실제 특검이 만들어져 우 전 수석을 수사할 수 있을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법조계 관계자들은 우 전 수석이 두 차례나 영장이 기각된 과정을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두 번이나 연속으로 우 전 수석의 영장이 기각됐다는 것은 그만큼 큰 죄를 수사팀이 찾아내지 못한 것을 두고 회의론이 적지 않다. 특검이 새로 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수사팀이 털어낸 의혹에서 뭘 더 새롭게 찾아낼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사정기관 주변에서 “검찰이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에 대한 정경유착형 비리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사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적지 않다.

검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사건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수사라인에 올라있는 사건들을 검토해 정경유착 정황이 포착되면 전방위로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전 정권 아래서 큰 이득을 본 기업들의 비리 의혹이 우선 타깃이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가령 이명박 정부에서 특혜를 받은 기업으로 의혹을 받아온 LㆍHㆍC 그룹이 대표적이다.

또한 친박(친박근혜) 의원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K 의원도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K의원의 기업은 비리 의혹이 줄곧 제기됐으나 정치적 이유로 사정기관의 칼날을 피했으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수사 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권력-기업 비리 ‘척폐청산’ 1호

대우건설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현장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에 사용할 예산을 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우건설 측은 서둘러 본사와 무관한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다 경우에 따라 수사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 실리고 있다.

최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해 말 경기남부경찰청으로부터 대우건설 직원 및 협력회사 5명, 공무원 1명, 브로커 1명 등 7명의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송치받아 4개월가량 수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지만 최근 대우건설의 비자금 조성 등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건설 본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 개입 정황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아직까지 나타난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대우건설 본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우에 따라 대우건설 임원급 수사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검찰 등 사정기관은 CJ그룹에 대한 사정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57)의 실ㆍ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총 50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 김승수(55) CJ제일제당 중국총괄 부사장이 뒤늦게 재판에 넘겨져 수사 확대 신호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이 회장 등과 공모해 57억2800여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로 김 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김 부사장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회장실 상무 및 부사장으로 각각 근무하며 그룹 계열사 재무 관리, 이 회장의 국내외 실·차명재산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는 등 이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2005년부터는 CJ제일제당 중국총괄 부사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3년 CJ그룹 비자금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김 부사장의 혐의를 파악해 입건했지만, 그가 중국에 있어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해 말 입국한 김 부사장을 상대로 최근 조사를 진행한 뒤 법원에서 이미 유죄가 인정된 혐의에 대해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CJ그룹 459명 임직원 명의를 차용해 개설한 636개 증권계좌로 이 회장의 CJ 주식을 관리했다. 김 부사장은 2003∼2004년 사이 이 같은 이 회장의 차명주식을 관리하면서 수십억 원 대 양도차익과 배당 및 이자소득이 발생했는데도 관할 세무서에 양도소득, 종합소득 과세표준 신고를 하지 않고 2003귀속년도 및 2004귀속년도 합계 30억 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자금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소액 현금 입·출금, 주식 매각대금을 이용한 묻지마채권, 무기명채권, 미술품 구입 등의 방법으로 차명계좌의 재산이 이 회장 소유인 사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또 김 부사장은 2003∼2004년 회계장부 조작 등을 통해 CJ 법인자금 170억여 원을 현금으로 빼내 비자금으로 만들면서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에서 해당 금액을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2003귀속년도 및 2004귀속년도 합계 26억여 원의 법인세를 내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이에 검찰은 해당 사건에서 누락된 자금을 추적해 사건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6200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운용하면서 1600억 원 상당의 횡령·배임·조세포탈을 저지른 혐의로 징역 2년6월 확정 판결을 받았으나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재판부는 250억 원대 조세포탈 혐의, 110억 원대 횡령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수감 기간 중 상당 부분을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인 샤르코 마리투스(CMT)와 만성신부전증을 이유로 병원 생활로 채웠다.

보수정권 전방위 수술대

이명박 정부 비리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지난 2월에는 시민단체가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거론되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대목도 수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2010년 신한지주 고위층 간 내분으로 불거진 ‘신한사태’ 당시 위 사장의 위증 및 위증 교사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당시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당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었던 위 사장이 검찰의 진술과 법원의 증인과정에서 진상을 은폐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위 사장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변호사 비용을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위증했다”며 “라 전 회장이 권력 실세에게 전달했다는 ‘남산 자유센터 3억원’의 진실을 은폐ㆍ조작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 전 사장을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대부분의 혐의는 사실상 무죄로 밝혀졌다”며 “윗선의 불법행위를 감추고자 신 씨를 무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지만 정작 라 전 회장 등 핵심 관련자들은 법의 심판을 피해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위 사장을 신한사태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위 사장의 차기 은행장설에도 강력히 반발했다. 위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때 돌연 사퇴의사를 밝히며 차기 은행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어 이번 고발과 검찰의 움직임이 행장 선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2010년 9월 2일 신한은행은 전임 은행장인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며 공식 보도자료를 내 파장을 일으켰다.

은행이 현직 지주 사장을 고소하는 사상 초유 이른바 ‘신한사태’가 터지면서 정치권과 관련된 ‘신한 비자금’이 수면위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모았다.

그로부터 6년6개월이 지난 9일.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신상훈(69) 전 사장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심과 마찬가지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의 지시에 따라 2억6000만원의 경영자문료를 횡령했다는 혐의만 인정했다.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로 결론 냈다.

이백순(65) 전 신한은행장은 재일동포 주주로부터 기탁금 5억원을 받은 혐의(금융지주회사법 위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이로써 신한사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마무리됐다.

2010년 신한사태 당시 72세였던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그해 2월 4연임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장(1991~1999년)을 포함해 20년째 집권 중이었다. 그는 2010년 8월 차명계좌를 이용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넸다는 혐의(금융실명제법 위반)가 재차 불거지며 금융 당국의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몰렸다. 이 상황에서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 주도로 신한은행은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후 시민단체와 재일동포 주주까지 소송전에 가세하며 빅3(라응찬·신상훈·이백순)가 모두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당시 수사에서 이백순 전 행장이 남산 주차장에서 여권 관계자에게 돈이 든 가방을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검찰이 이 부분은 수사를 하지 않아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