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에 이어 문재인까지… 최측근 2명 대통령 당선시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막전막후 선거 진두지휘

2012년 대선 당시 ‘보이지 않는 손’ 비판도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 가능성

친노 좌장인 7선의 이해찬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거 전문가다. 1988년 13대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1997년 대선에는 DJ캠프 기획본부 부본부장, 초대 서울시장 선거 때는 조순 캠프 선거 대책본부장을 맡아 승리로 이끌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에서도 선대위 기획본부장을 맡아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와 선거 전략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히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여론조사 추이는 정확도가 매우 높았다는 평을 얻었다. 다들 반신반의하고 있을 당시 노 후보의 승리를 일찌감치 예상했던 유일한 사람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는 5공 광주사태 청문회 당시 정호영 특전사령관에게 호통을 쳤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직선적이고 고집 있는 성격이다. 그러나 권위를 좋아하지 않아 하위 직원들의 조언도 기꺼이 수용하는 면도 갖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호흡이 잘 맞았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 의원은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유세현장을 누비며 문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도왔다. 이 과정에서 “방심하면 안 된다. 극우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며 특유의 성격으로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지자에게는 열렬한 환호를 받지만 상대 진영에서는 심한 저항을 받기도 한다. 이 발언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문 후보가 당선이 되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상왕이 된다”며 견제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문 대통령과 알고 지낸 이 의원은 18대 대선에서는 2선에 물러나있었다. 당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 측이 정치 쇄신의 모습을 보이라며 당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퇴를 거부하던 이 의원은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사퇴를 선언했고 선거 과정에서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했다. 이 의원은 한 팟캐스트에 나와 이 같은 사실을 상기시키며 “선거를 많이 치러 봤기 때문에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 잘 안다. 지난 번(18대 대선)에는 뒤로 빠져있었지만 이번에는 공동선대위원장이다. 걱정하지 마시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당 대표로서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른바 ‘문이박 연대설’(문재인, 이해찬, 박지원이 각각 대선후보, 당대표, 원내대표를 맡기로 합의했다는 설)로 친노계파가 당내 주요권한을 모두 독식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다. 당시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민주당 경선은 당권을 잡은 세력이 외곽의 친노세력과 함께 막후에서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진행되고, 그에 대한 당내 일각의 반발이 갈수록 거칠게 표출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이라며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담합으로 만들어진 부실 후보’, ‘가짜 국민참여경선으로 뽑힌 엉터리 후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2명의 최측근(노무현,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탄생시킨 이 의원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실세 중의 실세’로 막후에서 인사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막역한 관계로 문 대통령이 안팎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이 이의원이 친노(친노무현)의 좌장으로 문 대통령이 흔들리는 것을 막고, 마침내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실질적인 힘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의 멘토 역할은 물론, 최고의 방패이자 공격수로 문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평가한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의원을 문 대통령이 장악한 민주당과 이제 막 출범한 문재인호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사람들이 주축인 당과 정부에서 ‘힘’을 가진 채 조용히 문 대통령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 입각할 가능성은 낮다. 이 의원은 선거 유세에서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당에 남아 당정 간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도록 책임지고 당으로 돌아가겠다”며 못 박았기 때문이다.

대신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20대 국회 하반기에 국회의장에 도전할 가능성은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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