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심해지는 한국당, 당권은 누가… 洪 등장에 친박 견제 시작

洪, 페이스북 정치로 정치 재개…친박 ‘바퀴벌레’에 비유

정우택 “낙선 후보 자중해야” 홍문종 “낮술 했느냐” 갈등 고조

4갈래로 나뉜 자유한국당, 차기 당권은 누가 차지하나

집안싸움으로 국정 주도권 놓칠 공산 커


오는 6월 말에서 7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집안싸움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용서와 화합을 주장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당권 경쟁과 대선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국내를 잠시 떠난 상태에서도 페이스북 정치를 통해 당권을 노리는 친박계를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고, 이에 정우택 원내대표와 친박계도 홍 전 지사를 겨냥해 원색적인 비난을 거듭하고 있다. 친박계가 당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비박계도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친박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권을 놓고 이전투구식 경쟁만 이어질 경우 제1야당으로서 제대로 된 견제를 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 초반 국정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초반 높은 국정지지율도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친박은 바퀴벌레” vs “낮술 했느냐”

홍 전 지사의 당권 도전에 가장 먼저 의견을 내놨던 인사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다. 그는 대선 패배 이틀 후 한 라디오에 나와 “홍 전 지사가 지금 막 대선에서 떨어졌는데 또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홍 전 지사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홍 전 지사가 ‘대선에서 당선이 안 되면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도 했다. 홍 전 지사의 당권 도전에 견제를 시작한 셈이었다.

그러자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홍 전 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초반의 당 지지율을 놓고 “당 쇄신이 되지 않아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새로운 신 보수주의 정당이 아닌 실패한 구 보수주의 정권세력들의 연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 잔재들이 당을 틀어쥐고 있는 한, 그 잔재들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시동을 걸었다. 17일에는 “구 보수주의 잔재들이 모여 자기들 세력연장을 위해 집단지도체재로 회귀하는 당헌 개정을 또 모의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들 주문대로 허수아비 당대표 하나 앉혀놓고 계속 친박 계파정치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 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다”며 친박세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17일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역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던 사람들은 자중하거나 정계 은퇴를 했다. 그 점을 잘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날 홍문종 의원은 중진의원 회의에서 "홍 전 후보가 바퀴벌레라고 하면서 페북에 썼다니 이게 제 정신인가"라며 비난했다. 그는 또 “그동안 선거운동하며 목이 터져라 그가 당선되는 게 우리가 살고 당이 사는 일이라고 얘길 했는데 바퀴벌레고 탄핵이고 제정신인가 낮술했느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도 “정치 지도자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행동도 해야 한다”며 “외국에 있으면서 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지시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같은 회의에 참석했던 정진석 의원은 친박 비판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진짜 정신 바짝 차리고, 이제는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육모방망이로 뒤통수를 뽀개 버려야 한다”며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이제는 동지에서 적으로 간주해 무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같은 모습에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금 자유한국당에는 세 가지가 없다. 탄핵부터 시작해서 책임지고 물러난 친박이 하나도 없고 대선 패배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없다. 친박이다 비박이다 끊임없이 나오니까 미래도 없다. 책임도 없고 반성도 없고 미래도 없다. 점입가경, 지리멸렬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洪에 힘 싣는 비박계, 친박은 정중동

현재 자유한국당은 세부적으로 보면 친박계, 온건파, 정진석 의원을 위시로 한 충청파, 그리고 원외의 홍준표 전 지사로 갈라져있다. 현재 친박계는 오는 7월로 예정된 전대를 앞두고 지도체제를 다시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하길 원하고 있다. 친박 유기준 의원은 지난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에서 낙선한 사람이 최고위원을 맡을 수 있도록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하지 않고 투표를 해 득표순에 따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방식이다. 집단지도체제로 돌아가면 당대표 낙선자들도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합류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현행 체제에서는 당대표가 ‘준(準) 제왕적’ 권한을 발휘할 수 있다. 동원력을 갖고 있는 친박계로서는 지도부에서 밀려나지 않고 당내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친박계가 지도부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친박 세력 재건을 시도할 수 있고 당내 입지도 넓힐 여지도 생기는 셈이다.

정진석 의원은 반대의견이다. 지난 19일 정 의원은 “우리가 강력한 제1야당으로 책무를 다하기 위해 강력한 지도체제를 구축하는 게 당연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들이 모이면 책상을 치고 싸우던 모습을 국민들이 기억할 것이다. 중진들이 쭉 모여서 무슨 효율이 있었냐. 그래서 단일지도 체제로 바꿨던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초·재선 의원들도 지도부로 진입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홍 전 지사의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낮은 지지율을 단기간 내에 극복해서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됐던 게 아니냐”며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홍준표 후보를 이런저런 표현 때문에 깎아 내리고 하는 것도 사실 볼썽사나운 모습”이라며 홍 전 경남지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친박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내 초선의원 중심으로 거론되는 홍 전 지사 추대론에 대해서는 “추대라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홍준표 후보의 경우 어쨌든 정면승부를 해야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온건파들도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17일 중진회의에서 “우리가 잘해서 24%(홍준표 후보 득표율)를 얻은 게 아니라 보수 표를 가져갈 쪽이 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선거 기간 내내 샤이(shy·수줍어하는) 보수를 얘기했지만 보수가 샤이한 게 아니라 보수 지지층이 우리를 셰임(shame·수치심)한 것이다. 우리에겐 셰임 보수만 남았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나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철 의원도 “문제는 처절하게 드러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다시 복원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대충 봉합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바닥부터, 원점부터 하나씩 하나씩 보수 가치를 통해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쟤네들이 정신 차리는구나’하고 지지를 하나씩 보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친박계가 반성을 비롯해 2선 후퇴 등 특단의 조치를 보이지 않는다면 ‘대선 후보 프리미엄’이 있는 홍 전 지사를 중심으로 비박계가 결집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자유한국당 안팎의 관측이다. 내부갈등으로 국정 주도권 뺏길 가능성 커져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지리멸렬한 내부갈등으로 개혁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문재인 정부에게 정국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5월 3주차 주중집계(15~17일)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기대 전망 조사결과, 전주보다 6.8%p 오른 81.6%(매우 잘할 것-51.1%, 대체로 잘할 것-30.5%)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을 거뒀던 대구경북(21%)에서도 78%의 지지율이 나왔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민주당 지지율도 동반상승했다. 지난주 44.7%에서 이번 주 53.2%로 9%p가량 상승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12.3%에 그쳤다. 국민의당은 7.8%, 바른정당 7.1%, 정의당 6.5%순이었다.

문 대통령이 소통을 통한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가 붙일 경우, ‘박근혜 탄핵’에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문 대통령 정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경우 ‘정권 발목잡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달 이상 남은 전당대회까지 내홍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내부갈등은 봉합하지 않은 채 화살을 문 대통령에게 돌릴 경우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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