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당 친정체제 구축, 朴 친문파 교감…차기 서울시장 후보 전초전 ‘후끈’

추미애, 한양대 동문 출신 당 요직에

박원순, 대선서 문 대통령 밀고 장차 지원 기대

어벤저스급 서울시장 경선되나

대선이 끝나자 정치권의 눈은 내년 6월 지방선거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수도 서울의 차기 수장자리를 놓고 민주당 내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재선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도전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서울시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당직개편을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지난 15일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하고 자신의 대학 후배인 이춘석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앉히는 등 당직자 교체를 단행했다.

이번 당직 개편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양대 출신의 약진이다. 추 대표 포함 6명이 한양대 출신이다. 문 대통령 측근인 김태년 의원을 정책위의장, 김병기 의원을 특보단장에 임명하기는 했지만 한 대학 출신이 6명이나 포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가운데 출마가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임종석 전 의원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가면서 문 대통령이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올 초 민주당 안팎에서는 당시 문 후보 측에서 서울시장 후보에 특정인을 점찍어 놨는데 그 인물이 임종석 당시 후보 비서실장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당시 박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친문 세력이 다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사람을 정해놨다는 얘기에 대해서 “그런 얘기를 확실히 들었다, 서로 다 알고 있지 않냐, 그쪽에 간 어느 분의 관계된 사람들이 다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세력이 지원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박 시장 3선 도전에는 큰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연일 박 시장과 관련된 인물을 중용하면서 박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당권에 이어 서울시장 도전에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추미애 대표, 3선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박원순 시장, 차기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민주당 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매력적인 대권 직행 코스, 서울시장

서울시장은 인구 1000만 명이 사는 도시의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소통령’으로도 불리는 서울시장은 전국 지자체장을 대표하다 보니 상징성이나 프리미엄도 상당하다. 또한 서울시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보다 ‘큰 일’을 맡겨도 되겠다는 정치적 신뢰감을 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비록 불출마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대선에서 출마를 고려했던 것도 시정을 통해 일정 수준 지지율을 확보했고 ‘국정’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기 때문이다. 조순 전 시장의 경우 대선 때마다 출마 여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을 역임하며 버스전용차선 도입, 청계천 복원 등 굵직한 성과를 내며 대권의 초석을 닦은 바 있다.

서울시장은 유력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매머드급 도시의 대표라는 점에서도 비중이 크다. 2016년 서울시 예산은 27조 5037억 원에 달할 정도였다.

서울시장은 지난 1962년 제정된 '서울특별시 행정에 관한 특별조치법' 이후 국무위원급으로 지위가 격상돼 다른 자치단체장과 달리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 국무위원들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서울시장은 약 1만5000명의 서울시 소속 지방공무원과 정무부시장 임명·해면권도 갖고 있다. 서울시장의 또 다른 권한은 서울시 산하 투자,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시 산하 투자, 출자·출연기관은 21개다. 이들 기관의 수장을 시장 측근들을 기용, 역량을 쌓을 기회를 부여해 훗날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秋-朴, 서울시장 놓고 전초전 시작되나

막대한 권한과 예산이 주어지는 서울시장 자리에 추미애 대표가 관심이 있다는 얘기는 지난 대선 전부터 있었다. 그러다 지난 15일 전격적으로 당직 개편을 단행하자 추 대표가 차기 서울시장 등 향후 정치 행보를 준비하기 위해 내부 인적 기반을 준비해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동문인 한양대 출신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이 같은 주장들은 힘이 실리고 있다. 당 사무총장에 발탁된 이춘석 의원은 한양대 법대 83학번으로 법대 77학번인 추 대표의 과(科) 후배다. 유임된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과 유영민 디지털소통위원장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85학번이다. 대변인으로 당직에 복귀한 김현 전 의원은 한양대 사학과 84학번이다. 당 대표 직속 정무조정실장에 임명된 강희용 전 당대표 메시지 실장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90학번이다. 여기에 최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에 앉히면서 추 대표의 의도가 명확해졌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추 대표는 이미 서울시장에 도전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내 경선에서 당시 박영선 의원에게 패했다. 서울시장은 5선에 당 대표를 하면서 정권교체를 이룬 추 대표로서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자리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 행보를 위해 ‘자기 사람 심기’에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 여당으로 체질강화와 역량 강화를 위한 당직 교체라는 명분은 이해한다”면서 “안규백 사무총장 등 선거 승리에 공헌한 인사들을 갑작스레 교체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안 총장의 경우, 당직자 출신 3선 의원으로 대선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당사 매입을 주도했고, 당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맡아 선거 전반을 관리한 몇 안 되는 ‘개국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선 임기를 진행 중인 박원순 시장은 3선 도전 여부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제가 가야 할 길이나 비전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올해 말까지는 결론을 내려고 생각 중”이라며 연말에 공식입장을 내놓을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박 시장은 3선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사업을 구상하고 시민들을 위한 완성도 있는 시정 결과물을 내놓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정의 지속성이 중요한 가치”라고 말하는가 하면 미세먼지 대책 관련 답변에서 “시민의 제안과 주도로 미세먼지가 개선되면 내년에 잘했다는 평가도 듣고 3선도 되고…”라며 3선 도전 의중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 측과 박 시장이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암묵적인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차기 서울시장 후보 내정설’에 오르내렸던 임종석 전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가면서 친문 세력의 박 시장 지원 가능성도 모락모락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박 시장 측근들을 청와대 요직에 중용하면서 박 시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임종석 비서실장,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연구원장 출신 김수현 사회수석,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출신의 조현옥 인사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김 수석과 조 수석이 이미 참여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본 사이라 ‘박원순계’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박 시장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기용하면서 박 시장의 주가도 오르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19일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사에 박 시장을 임명한 것은 국정에 중용한다는 의미로 차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박 시장의 3선은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서울시의 비전과 가치에 대해 공감과 관심을 표한 바 있고, ‘자치분권’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정책 방향이 비슷한 ‘중앙정부’와 가장 큰 ‘지방정부’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만큼 국정 운영은 수월할 수 있다. 박 시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년 수당’ 등 각종 정책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박근혜 정부로서는 부담이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두 사람의 오래된 인연도 한 몫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시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대선 불출마에서 대해 “민주당 내외 이렇다 할 정치세력도 부족했다. 대통령 예비 주자로 잠시 뛰어보며 ‘이번에는 아니구나’ 마음이 섰다”고 밝혔다. 3선에 도전한다면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친문 세력의 도움을 받는다면 수월하게 민주당 후보로 3선에 도전할 수 있는 셈이다. 나아가 차기 대선도 고려하고 있는 박 시장에게 경선과정에서 친문 세력과 인연을 맺는다면 당내 정치세력을 구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벤저스급 서울시장 경선되나

박영선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받아 통합행보를 보이며 문 대통령 당선에 적잖은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박 의원은 현재 법무부장관 하마평에 올라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입각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장에 도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미 도전한 바 있다. 박 의원은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와 경선에서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등을 꺾었다. 그 뒤 시민사회 진영 박원순 후보 등과 함께한 야권통합경선에서 패해 서울시장의 꿈을 접었지만 박 후보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당선에 앞장섰다. 여기에 이재명 성남시장의 서울시장 출마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지난 대선 경선에 버금가는 흥행이 펼쳐져 본선 승리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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