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출신 A씨 검찰 고위 관계자들 재산관리 등 뒤봐줬다.”

檢 핵심 수뇌부 B씨 천만원대 자전거 등 수억 원대 지원받아

검찰개혁 무소불위 권력 수술대 썩은 검찰 도려낸다.

‘최순실 게이트’ 재수사 가능…우병우 라인 도마 위에

문재인 대통령이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추진할 의지를 천명한데 이어 파격적인 검찰인사를 단행하자 이를 두고 여러 추측과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검찰개혁은 사정라인 개혁의 시작일 뿐 머지않아 각 주요부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대대적인 개혁개편이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승진 임명하고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와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최순실 게이트’ 재조사에서 출발하는 것 아니냐고 내다본다.

개혁의 출발과 종착 ‘검찰’

문 대통령은 법무부 검찰국장에 호남 출신인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을 보임했다. 또 문 대통령은 ‘돈 봉투 만찬’ 파문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각각 전보 조치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이번 인사는 최근 돈봉투 만찬 논란으로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이 실시되고 당사자들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에 대해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인사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후 정치적 사건 수사에 있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이어진 점을 감안해 검사장급으로 환원 조치하고 윤 검사를 승진 임명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언급하면서 정치권에 향후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벌써 “문재인 정부는 개혁을 핑계로 전 정권 심판을 하려한다. 이는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에선 윤 지검장의 인사를 두고 정치보복의 의도가 명백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대전고검 검사인 윤 지검장은 지난 18대 대선 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가 정권과 갈등을 빚은 인물이다. 이 사건으로 그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좌천됐으며, 이후 최순실 게이트 수사 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참여한 뒤 화려하게 중앙무대로 복귀했다.

또 법무부 핵심요직인 검찰국장에 호남 출신이 임명된 것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문성우 검찰국장 이후 11년만이다. 연수원 21기인 박 검찰국장은 2015년 대검 형사부장을 지낸 형사통이며,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파견된 전력이 있다.

역대 법무부 검찰국장에 호남 출신이 임명된 사례는 지난 2006년 당시 문성우 법무부 국장이 마지막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9년간 검찰국장에 호남 출신이 임명된 적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검찰 인사 단행은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위한 전단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검찰과 법무부 해당 간부들에게 감찰을 지시한 연장선상에서 이번 검찰 인사가 단행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인사단행은 ‘돈 봉투 사건’으로 인한 공직기강 확립차원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그 내막에는 검찰개혁의 시작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초유의 검찰내부 비리 색출

이번 검찰 인사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는 여러 말이 돌고 있다. 이 가운데 “청와대가 그동안 전례없던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대대적으로 단행할 것”이라거나 “검찰조직의 기본뼈대부터 완전히 다시 바꾸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 주목받고 있다.

또 최근에는 청와대에 검찰의 여러 문제점과 더불어 이른바 ‘스폰서 검사’들에 대한 명단도 보고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정권 때 검찰 최고 핵심 수뇌부에 대해 여러 비리와 관련된 첩보들도 청와대 등에 보고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박근혜 정권 때 이른바 ‘우병우 라인’을 타고 각종 하명사건을 처리한 이들이나 주요 사건을 덮은 이들에 대해서도 세세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청와대로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정황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아직 청와대에 세부 사항이 보고된 것은 아니지만 검찰 소식에 밝은 소식통들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 때 검찰 최고핵심부 인사가 속칭 ‘스폰서’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제공받아 온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이에 해당 내용이 청와대로 전달돼 본격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검찰 주변에서 나오는 관측이다.

이 스폰서 의혹을 사고 있는 검찰 최고위인사 000씨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승승장구하며 승진을 거듭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정부 때 주요사건을 맡아 처리하며 마침내 검찰 최고위급 위치에 올랐고 이후 박근혜 정부 민정라인 하명사건을 비롯해 민감한 사건을 모두 정권의 입맛에 맞게 친박 핵심 실세가 주문하는 대로 충실히 따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의 이런 승승장구 배경에는 조폭출신으로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A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가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A씨는 주가조작 등으로 수차례 검찰조사를 받은 적 있으나 번번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주가조작 관련해 그가 제기한 고소고발은 모두 그의 뜻대로 처리됐다.

A씨는 검찰 내 또 다른 고위직 인사 B씨와 성씨가 같은데 두 사람의 성씨가 흔한 것이 아니어서 검찰 주변과 주식시장에서는 두 사람이 친인척 간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공교롭게도 B씨는 A씨의 스폰을 받았던 000씨의 최측근이기도 해서 A씨-B씨-000씨로 이어지는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돌고 있다.

A씨에 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A씨는 조폭출신으로 주식시장에서 큰 손으로 유명하다. 주식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짧은 시간에 막대한 수익을 내 자신의 조직을 방대하게 키운 인물”이라며 “그런 A씨의 뒤를 000씨와 그 측근인 B씨가 봐주고 있으며, 그런 A씨는 이들 검사뿐만 아니라 다른 검찰 고위인사들의 재산증식과 관리를 맡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000씨는 A씨로부터 천만원대 자전거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가 타고 다니는 최고급 외제승용차도 받았고 해외 나들이 갈 때도 A씨가 일체 경비와 용돈을 부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000씨의 아내가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최고급 승용차는 000씨의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서 누락돼 있다.

이 인사는 이에 대해 “이는 이 승용차가 A씨가 소유한 법인명의로 등록된 차랑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000씨와 그 측근인 B씨는 “전혀 사실무근인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고 A씨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B씨는 A씨에 대해 “같은 성씨이기는 하지만 집안과 전혀 관계없는 모르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000씨의 최측근이 전하는 말을 들어보면 A씨와 000씨는 사석에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A씨와 000씨가 만날 때 000씨의 최측근인 B씨도 동석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검찰개혁 포석

이번 검찰 인사를 분석해 보면 윤석열 선발등판, 돈 봉투 사건 확대가 갖은 의미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문책과 개혁 의지 그 자체다.

호남 출신ㆍ기수 파괴 인사 발탁도 이를 통한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이 검찰 핵심보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호위무사’ ‘칼잡이’로 명성을 날리고도 박근혜정부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에 참여한 뒤 ‘한직’에 머물던 윤석열 검사를 승진발탁한 것은 그 속에 앞뒤 가리지 않고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윤석열 검사는 사법연수원 23기이지만 직제상 그 아래인 노승권 1차장은 21기이다. 검찰 인사개혁에 고삐를 죄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검찰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기수역전 인사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추가 설명이 뭐가 필요하겠느냐"며 말을 아끼면서 개혁의지를 거듭강조했다.

장차관 후속인사가 이어지면 법무부와 검찰에 문재인정부 초반 인사폭풍이 일 수 있다. 또 이영렬 지검장, 안태근 국장을 해임 등 강력한 인사조치를 하지 않고 좌천성 전보를 낸 것은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할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은 검찰 내 최고 핵심요직이다. 70만~100만원의 돈봉투가 오고간 만찬 자리가 대통령의 감찰 지시를 초래했고 결국 검찰 수뇌부 물갈이로까지 이어지자 검찰 내부는 크게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동시에 정권이 바뀌면 이번엔 수술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분석도 무성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를 검찰개혁의 신호탄이 아닌 공직기강확립으로 접근했다. 문 대통령도 “이 문제는 국민들이 김영란법 위반의 소지가 없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니 공직기강 차원에서 한번 알아보자는 뜻"이라고 했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등이 공석인 상태에서는 검찰개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검찰개혁으로 불길이 옮겨 붙게 된 것은 바로 돈봉투 만찬 때문이다. 여론이 들끓자 지금이 개혁의 적기라고 판단, 검찰 수뇌부에 대한 인적쇄신을 단행하며 검찰개혁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 검사를 서울지검장으로 파격 발탁한 것은 문 대통령이 얼마나 강력한 검찰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검찰 내에서 중요시하는 선후배 기수를 5단계나 건너뛴 인사를 단행한 점을 두고 검찰 조직에 보낸 인적쇄신 예고장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임자인 이 차장검사는 사법연수원 18기지만 윤 지검장은 23기 출신이며 서울중앙지검에서 일선 수사를 지휘하는 1ㆍ2ㆍ3차장도 모두 윤 지검장보다 선배이거나 동기다.

검찰에 동기나 후배 기수가 총장이 되거나 고검장 등으로 승진하면 스스로 물러나는 용퇴 관행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윤 검사의 임명은 그 의미가 명백하다.

또 일각에서는 윤 지검장이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에 나서는 동시에 검찰 내 이른바 ‘우병우 사단’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공약 1호’인 적폐청산특별조사위(이하 적폐특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중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적폐특위를 두기로 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런 방침을 바꿔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통해 적폐특위를 곧 가동하기로 했다. 또 청와대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일자리 관련 공약들도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 제·개정이 아닌 즉각 시행할 수 있는 대통령 업무지시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적폐청산특위는 대통령 공약 1호이고, 촛불 정신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가동해야 한다”며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에서는 야당 반대로 관련 법률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국회 입법보다는 대통령 업무지시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적폐특위를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호중 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적폐특위에 대해 “최순실 국정 농단이 가능하게 됐던 정경유착, 부정부패, 반칙, 특권 등이 가능했던 관행과 시스템을 조사하고 분석해 대안을 만들겠다”며 “당연히 법 제정을 통해 설치돼야 한다”고 했었다. 민주당은 적폐특위의 권한에 대해선 수사권 대신 조사권을 부여하기로 했었다.

적폐특위를 업무지시를 통해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둘 경우 국회에서의 논쟁 없이 즉각 가동할 수 있지만 강제수사ㆍ조사권 등 권한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 농단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친 전반적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 부정축재 재산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알아볼 것”이라며 “조사에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검ㆍ경(檢警)에 고발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공약집에서도 적폐특위에 대해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국가 귀속 추진 등 후속 조치 및 관련 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한다”고 적혀 있다.

적폐특위는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방위 사업 비리, 공익법인 대기업 유착, 고위 공직자 회전문 인사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