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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MB 정조준

MB정권 4대강 사업ㆍ방위산업ㆍ자원외교 비리 타깃…관련 정ㆍ관ㆍ재계 전방위 수사

文 대통령, 4대강 정책감사 시작으로 MB국책사업 손볼 준비

박근혜 정부, 사자방 비리 의혹 들추다 덮어버려

숨죽이고 있는 담합 건설사들…4대강 비자금도 밝혀지나

문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사자방 척결의지 수차례 보여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 22일 “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의 정합성·통일성·균형성에 얻어야 할 교훈을 찾는 것”이라며 “물론 명백한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그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이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왜 환경 문제와 수자원 확보 사업이 균형 있게 추진되지 못했는지를 감사를 통해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방산비리 관련 의혹을 파헤칠 뜻도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국회 주요 인사를 예방하는 자리에서 “안보실 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할 생각”이라며 ▦국방개혁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한ㆍ미 동맹 강화 등에 관한 TF구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실장은 “국방 개혁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 방위력 강화”라며 “그 과정에서 방산 비리가 하나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것은 넘어가고 그런 상황이 또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방산비리를 콕 집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도 방산비리를 국정기획위 주요의제로 상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국정기획위 정례브리핑에서 “(방산비리) 수사를 하는 일은 청와대나 검찰에서 하는 일”이라며 “(국정기획위는) 현장에서 그런 조사를 해온 팀들과도 만나서 의견을 나누면서 제도 개선책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지, 환경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어떤 게 있는가를 깊이 있게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하며 문재인 정부 5년 청사진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의 수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산비리를 하루간격으로 언급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과 ‘방산비리’에 대해 면밀히 재검토할 계획을 발표하자 국민들의 시선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4대강 사업’은 MB 정권의 최대 역점사업이었고, ‘방산비리’ 역시 MB정권에서 많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MB정권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이었던 ‘자원 외교’도 재조사 수순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4월 30일, 서울 신촌 유세에서 “이명박 정부에서의 4대강 비리, 방산 비리, 자원외교 비리도 다시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이 있다면 환수하겠다”며 이명박 정부를 정조준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사자방’(4대강 사업 비리, 자원외교 비리, 방산 비리)에 대해 개혁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데에는 이 사업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어왔고 국민여론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9.5%가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 25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4대강 사업 정책감사’에 대해 응답자 중 78.7%가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25일 리얼미터 발표)도 전주보다 1.4%p 오른 83%를 기록하며 긍정적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 하에 개혁 동력을 확보했다는 판단에 ‘적폐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의 개혁 강공 드라이브는 1차적으로 이명박 정부 국책사업을 겨냥하고 있지만 그 파장은 박근혜 정부까지 갈 공산이 크다. ‘4대강 사업’, ‘방산비리’, ‘자원외교’는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감사원 감사 및 검찰수사를 진행한 사안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다른 내용이 밝혀질 경우 ‘전면 재소사’를 통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당시 관련자 처벌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최근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지난 2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이 의원은 김기춘 비서실장 취임 후 4대강 사업 진상규명에 관한 청와대의 뜻이 사라졌고 묻혀버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핵심인사가 사건을 덮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방산비리’, ‘자원외교’ 조사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별다른 결과물이 없었다.

검찰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2013년 ‘4대강 사업’에 대해 건설사 입찰 담합에만 집중했다. ‘방산비리’, ‘자원외교’ 수사는 비리 의혹 인물들을 무혐의 처분하거나 기소했지만 상당수 관련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아 부실 수사 의혹이 지적됐다. 규모가 큰 국책사업에 참여한 대기업과 정치권의 유착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정책감사가 개인의 비리ㆍ위법 사항을 찾아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 정부에 대한 색깔 지우기로 보는 시선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런 생각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책감사 결과에 따른 전면적인 재조사가 이뤄질 경우, 당시 정책 입안자와 집행자는 물론 검찰·대기업 등 다양한 갈래로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보복” vs “정책 결정ㆍ집행 과정 따져야”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정책 감사가 발표되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종합적인 치수사업”이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세 번에 걸친 감사원 감사 끝에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고,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며 수계별로 제기한 4건의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정부 총리실 4대강 사업 조사 종합 평가 위원회에서 주관한 전문가 종합평가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 바 있다”있다며 “정부는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전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고 확보한 물을 잘 관리해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책감사가 정치보복의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 23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예상하고 있었다. 대선기간 중에 문재인 캠프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서 일하던 사람들 몇몇 사람으로부터 저희가 이야기를 들은 것들이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면 4대강부터 시작하겠구나, 예상을 하고 있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 도중에 불행한 일을 겪었지 않았나. 그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환경단체의 반응은 다르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나 빠른 시간 내 큰 규모로 집행된 사업이다 보니 무리한 의사 결정 과정 혹은 현장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계셨다”라면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혹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청와대 방침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감사의 주안점은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위법ㆍ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 추진 1년 만에 착공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존재했다.

실제로 4대강 사업은 2008년 1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4대강 살리기 추진’을 의결한 후 2009년 6월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국토부는 곧바로 한국수자원공사에 사업내용을 통보했지만 2개월 후인 8월 수공은 국토부에 ‘수공사업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돌연 수공은 이사회를 열어 사업시행계획을 원안대로 의결했고 2개월 후인 11월 국토부는 사업시행계획을 승인해 4대강 사업은 착공을 시작했다. 수공의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윗선의 압력이 있었는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수공은 4대강 사업 진행을 위해 채권을 발행해 사업비용 8조원을 조달했고 수공의 부채는 급증했다.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전 수공의 부채는 1조9000억 원에 불과했으나(부채비율 19.6%) 4년간의 공사 끝난 2014년 부채는 13조 4000억 원(부채비율 112.4%)으로 5년여 만에 11조 5000억 원이 늘어났다.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의 비효율적인 지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검사도 4대강 사업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2009년 1월 기획재정부가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 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기 때문이다.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4대강 사업의 핵심인 준설 및 제방보강 등의 재해예방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채 생태하천ㆍ자전거도로ㆍ댐 등의 사업에 대해서만 예비타당성 조사가 실시됐다.

환경영향평가도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계절별로 생물상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가 기본적으로 4계절 조사로 진행돼 통상 1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는 6개월 만에 끝났다. 특히 금강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용역 착수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보고서 초안이 만들어졌고 2개월 만에 본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2011년 1월 발표된 첫 감사에서 “사업 계획과 절차상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감사는 계획 수립과 설계 등의 절차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감사원은 예비 타당성 조사와 관련해 “12건 모두 이행했고, 환경영향평가도 관련 규정에 따라 82건 모두 이행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천 및 수질 관리 상황에 대해선 “강바닥의 퇴적토 3억2천㎥을 준설하는 등 홍수에 더 안전하게 하천이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결과에 대해 국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4대강 감사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선 후보 당시 법률지원단장으로 BBK의혹 대책팀장을 맡았던 은 전 위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위원회 자문위원을 거쳐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감사원의 4대강 첫 감사 당시 주심위원으로 감사결과 발표를 지연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반발로 주심위원이 교체됐지만 대통령의 최측근이 대통령 최대 역점 사업의 감사를 맡은 셈이었다. 이후 은 전 위원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관련 금품수수 의혹으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복역 중이던 은 전 위원은 형기만료를 넉 달 남기고 2012년 7월 가석방됐다. 이를 두고 당시 야당은 ‘권력형 탈옥’이라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수없이 많은 잡음과 논란 속에서도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내내 옳은 방향으로서 가야할 길로 여겨졌고 이는 퇴임 후에도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연설에서 “국내 일부에서 논란도 있지만, 해외 전문가 그룹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과 대규모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시행한 4대강 사업은 그 취지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2015년 2월 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한국이 세계 금융위기를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빨리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세계 금융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우리가 신속히 4대강 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을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세 번째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은 “대운하 재추진을 고려해 사업을 설계하는 바람에 당초 계획보다 보의 크기와 준설 규모가 확대됐고 이로 인한 수심 유지관리비 증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6년 1월 퇴임 후 3년 만에 처음 가진 강연에서는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을 주도하고 경제침체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 성공한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소 논란은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경제가 위기인 시기에 4대강 사업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강 조사, 들추다 덮어버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이었고 정권 2년차까지 4대강 의혹 진상규명에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인수위 시절과 집권 1년차에 발표한 감사원 결과, 대운하 재추진을 고려해 4대강 사업을 설계하는 바람에 당초 계획보다 보(洑)의 크기와 준설 규모가 확대됐고, 이로 인해 수심 유지를 위한 유지관리비 증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2013년 9월 총리실 산하에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를 꾸려 4대강 사업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 등을 과학적·기술적으로 접근·분석하고 해답을 제시하려고 했다. 위원회는 사업계획, 설계ㆍ시공의 적절성뿐만 아니라 사업 후에 나타난 현상까지 조사·분석하기 위해 모델링·문헌·설문조사와 함께 240회에 달하는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4년 12월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충분한 공학적 검토 및 의견수렴 없이 제한된 시간에 서둘러 사업을 진행한 데다, 우리나라 하천관리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홍수예방, 수자원확보, 수환경개선, 하천문화공간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추진되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부분이 있다”고 공과 과를 모두 인정하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4대강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4대강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배후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지목했다. 지난 2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이 의원은 “(2차 감사결과 발표 후) 김기춘 씨가 비서실장으로 온 다음부터는 이게(4대강을 바로잡겠다는 청와대의 뜻이) 다 없어졌다고 본다. 그 시기가 딱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보기에 그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 때문에 굉장히 수세에 몰렸고 그런 와중에 여권의 한 축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건드린다는 것은 말하자면 집권층의 자멸을 가져올 수 있지 않겠는가, 아마 그런 고려가 있었고 김기춘씨가 아마 그런 것 때문에…그 다음부터 이것이 다 묻혀버렸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MB측에 약점을 잡혀 4대강 사업 문제를 알고도 파헤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MB쪽에서는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근혜ㆍ최순실 관계’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 MB측은 대선 후에는 훗날을 위해 이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퇴임 후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박근혜ㆍ최순실 관계’를 계속 쥐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4대강이 얼마나 허황한 계획인지 알고 있었지만 MB측에 (최순실과 관계된) 약점이 잡혀 정권을 잡은 후에도 감사하는 척하다 말았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결국 4대강 사업은 서로 범죄자들끼리 공모한 것”이라며 “각각 다른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끼리 서로 봐주기 하면서 지켜주는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숨죽이고 있는 담합 건설사들

4대강 사업은 무리한 사업진행뿐 아니라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의 입찰담합으로도 시끄러웠다. 건설사 담합은 4조 원 규모의 1차 턴키(낙찰자에게 모든 공사를 맡기는 방식)공사 입찰부터 시작됐다. 19개 건설사들은 발주가 시작되자 서울 중구 호텔에 모여 입찰 나눠먹기 회의를 했다. 그 결과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상위 6개사는 각각 2개 공구,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1개 공구씩 모두 14개 공구를 가져가기로 사전 합의했다.

실제로 1차 턴키 낙찰 결과, 현대건설(한강 6공구, 낙동강 22공구), 대림산업(한강3공구, 낙동강23공구), 삼성물산(한강 4공구, 낙동강32공구), GS건설(낙동강 18공구, 금강 6공구), 대우건설(금강1공구, 낙동강 24공구), SK건설(금강7공구, 낙동강 20공구), 포스코건설(낙동강 30공구), 현대산업개발(낙동강 33공구)이 골고루 공사를 수주했다. ‘공구 나눠먹기’로 인해 낙찰가는 자연스레 올라갔다. 보통 낙찰가는 예정가의 65% 안팎에서 결정되는데 4대강 1차 공사의 경우 정부 예정가 대비 평균 낙찰가는 93%, 칠곡보의 경우 무려 99.3%를 기록했다. 담합을 통해 낙찰가를 최대한 부풀린 것이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공사비 발주 단가를 높게 책정해 공사비를 받아낸 뒤, 하청건설업자들에게는 실제 공사 지급액보다 적게 지급해 차액을 거둬들이는 수법도 썼다.

이에 2012년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에 대해 19개 대형건설사들의 '공구 배분 담합'을 적발하고 총 111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등 8개 사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8개 사는 시정명령, 3개사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8개 건설사들은 이를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8개사 모두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담합을 주도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이들 건설사에는 입찰참가 제한, 영업·업무 정지 등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들을 2015년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수질개선 등 환경사업 중심의 2차 턴키 공사와 총인(T-P)사업에서 또다시 담합이 일어난 것이다. 한진중공업, 동부건설, 계룡건설산업, 두산건설, 한라, 삼환기업, 코오롱글로벌 등 7개 건설사는 낙동강, 금강, 한강 등 4대강 사업 3개 공구 입찰에서 사전에 투찰가격과 들러리에 합의해 공사를 따냈다. 낙찰은 받은 건설사는 이후 탈락한 건설사에게 수십억 원 규모의 보상을 해줬다. 녹조현상 원인 물질인 총인의 4대강 유입을 줄이기 위해 4대강 유역 하수처리장에 총인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총인 사업에서는 포스코건설과 한솔이엠이가 담합에 적극 가담했다. 포스코건설은 한솔이엠이에 들러리를 서 달라며 설계품질이 떨어지는 소위 ‘B설계’를 만들어 한솔이엠이가 제출하도록 했고, 투찰가격도 미리 조율했다. 담합 결과 포스코건설은 공사 추정금액(648억7400만원)의 94.95%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을 써내고서도 공사를 낙찰받았다. 2014년 11월 공정위는 7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152억1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4대강 공사 비리에 건설사의 비자금 조성 가능성도 제기됐다. 2012년 당시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검찰이 4대강 공사 비리를 수사하면서 대우건설의 8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을 파악하고도 비자금 사용처 수사 등 사건을 축소해 덮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800억대의 비자금 중 일부가 이명박 정권 실세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제보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4자방 척결의지 수차례 보여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책감사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다”며 “그걸 주도했던 관료들뿐만 아니라 교수 등 전문가 집단까지 부화뇌동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적인 오류가 단순한 판단 오류가 아니라 고의가 개입된 오류라면 정책을 결정한 당국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조한 전문가와 지식인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22조원이라는 국고가 투입된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금이라도 실시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무기 비리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면서 “F35 전투기 선정 비리들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이 부분은 특검으로 규명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 가서라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4대강 사업은 물론 자원외교까지 법적 책임을 물어 진상을 역사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며 집권할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각종 국책사업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설 것임을 이미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이 전 대통령을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로 얼룩진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칭했다. 양상군자는 '대들보 위의 군자'라는 의미로 도둑을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이다.

검찰로 공 넘어오나

이번 정책감사를 시작으로 MB정권 국책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사자방’에 대한 검찰의 태도는 소극적이었다. 2013년 4대강 비리 수사는 입찰가를 담합한 11개 건설사 임원 22명을 일괄기소하며 수사가 정부기관 책임자 등 정치권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건설사 입찰 담합에 집중했다. 이에 시민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축소·은폐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4대강 조사위원회 등 시민단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 책임자들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2년여가 지난 뒤인 2015년 11월 이들을 불기소 처분하며 사건을 종결했다.

방산비리의 경우 2014년 방위사업비리 정부 합동수사단을 출범시킨 뒤 집중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장성들이 굵직한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일부 주요 인사들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원외교 부분은 검찰이 가장 의욕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MB정권 국책사업이었다. 하지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갑작스럽 죽음과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수사의 본질이 흐려졌고 결국 전직 공기업 사장 두 명을 사법 처리하는데 그쳤다. 자원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MB측근 인사 이상득·박영준·김백준 등의 연루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자방’ 관련 검찰 수사는 모두 박근혜 정부 시절에 진행됐지만 부실 축소 수사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재수사를 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박근혜 정권 실세였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사라진 상황에서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개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모두 관여돼있는 사건들이기 때문에 사안의 파급력은 대한민국을 뒤흔들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수차례 진상 규명 의지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검찰로서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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