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권 싸움 ‘친박 vs 홍준표’

친박 홍문종ㆍ정진석ㆍ나경원 거론…전면 부담 중립 이주영도

홍준표vs친박vs비박 ‘3파전’ 가능성도 제기돼

외부 인사 수혈 목소리…김황식·황교안·김병준 물망

오는 7월 3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을 놓고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당장 오는 4일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미국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당권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로는 친박인 홍문종, 원유철, 유기준 의원과 함께 정진석, 나경원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홍 전 지사의 독주 분위기다. 한때 출마설이 돌았던 정우택 대표권한대행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언급된 인물 외에도 이주영 의원이나 원외의 김태호 전 최고위원도 당 대표 출마 후보군으로 꼽힌다. 외부인사로는 김황식·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 선출될 당대표는 전례 없이 막중한 책임감을 띠고 있다. 무너져가는 당을 재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5월 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2.0%다. 특히 지지기반인 대구ㆍ경북에서조차 민주당(46.4%) 지지율에 반도 못 미치는 19.1%에 그쳤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지난 한국당 혁신토론회에서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보수층 기반은 와해됐고 국민들 이념성향이 진보성이 짙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당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는 개헌 국민 투표도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당 대표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분권 개헌과 선거가 맞물리면 지방 선거를 넘어 '개헌 선거'가 될 수도 있다”며 “문재인 정부 1년 평가는 물론 개헌 이슈에 지역의 고유한 정책 이슈가 묻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개헌 이슈를 선거 승리로 이끌 당 대표의 역량이 중요한 셈이다.

당 안팎의 상황은 좋지 않다. 인사 문제로 주춤하기는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도는 80%대를 유지하고 있고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 투표 불참으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도 당으로서는 부담이다. 당 내부를 보면 이렇다 할 쇄신 방안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자유한국당을 이끌어갈 수장을 맡기 위한 물밑작업이 시작됐다.

친홍 대 친박 구도 가능성 농후

홍 전 지사의 당 대표 출마는 그의 미국 출국 후 기정사실화됐다. 그가 끊임없이 페이스북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친박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전 지사는 지난달 17일 친박 의원들을 향해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다”면서 “더 이상 이런 사람 정치권에서 행세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직접적으로 거론하는가 하면 지난 21일에는 “이제 몇 안 되는 친박이 자유한국당의 물을 다시 흐리게 한다면 당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이어 “한국 보수세력을 이렇게 망가지게 한 세력들은 이제 반성하고 역사에 사죄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탄핵된 세력들이 또 다시 준동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친박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28일에는 또 “계파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집단지도체제는 책임정치에 반하고 국민들의 위한 정치를 하기가 어렵다”면서 “중차대한 형국에 한국당은 제1야당으로 강력한 단일대오를 이뤄야 (문재인 정부와 바른정당 등의) 책동을 분쇄할 수 있다”며 친박계 의원들이 추진하는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친박인 홍문종 의원은 29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달 전당대회를 “친홍(친홍준표)대 반홍의 대결”이라며 “이번 전당대회가 ‘친박 대 홍준표’로 보도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다수 의원이 친박이고, 전대와 대선을 거치면서 친박이라는 표현도 사문화됐다”고 홍 전 지사를 몰아세웠다. 홍 의원은 앞서 홍 전 지사의 ‘바퀴벌레’ 표현에 대해서는 “낮술 드셨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홍 의원은 현재 당 대표 출마를 고민 중이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중진의원들이나 또 이른바 친박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지금 제가 국민들 눈에 좋게 비춰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억울한 면도 있고 섭섭한 면도 있지만 국민들의 책임과 질책을 가볍게만 넘길 수 없어서 (당대표 출마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박계에서는 홍 의원 외에 원유철 의원과 유기준 의원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향후 친박 단일후보로 전대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친박이 다시 정치 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차기 당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세력을 구축하는 데에 공천만큼 손쉬운 수단은 없다.

친박이 전면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초ㆍ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정풍운동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선 의원들은 지난달 16일 “계파 패권주의와 선수(選數) 우선주의를 배격하자”고 성명서를 냈고, 재선 의원들은 지난달 28~29일 워크숍을 갖고 계파주의 청산과 혁신을 위한 정풍운동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국당 107명 현역의원 가운데 초선 의원은 44명, 재선 의원도 30명으로 당내 70%를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친박계가 홍 전 지사를 대항할 카드로 중립인사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거론되는 인물은 이주영 의원이다. 이 의원은 친박과 가까운 편이지만 지난 연말 당시 30여 명에 이르는 중도의원 모임을 이끌면서 친박ㆍ비박 모임 동시 해산, 원내대표 합의 추대,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선임 등을 당 통합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온건하고 중도적인 이 의원을 지지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카드인 셈이다. 이 의원은 현재 내년 경남도지사 후보로도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가 특정 인물을 지지할 경우 초ㆍ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비박계 인물인 정진석, 나경원 의원을 후보로 낼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홍 전 지사, 친박 후보, 비박 후보의 3파전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외부 인사 수혈 가능성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거론되고 있지만 원외라는 점에서 한계점이 분명하다. 당 일각에서는 외부인사를 영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철우 사무총장은 “외부 명망있는 인사를 당대표로 추천해 홍 전 지사와 경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부인사로 이미지 쇄신과 혁신에 나서자는 의미다. 물망에 오른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거부 의사를 표명했고, 황교안 전 총리와 김병준 교수는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젊은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 아래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한 영입시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