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인사들 줄타기한 보훈처 인사들 주목

재향군인회(이하 향군회)의 선거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연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의 박승춘 보훈처장 경질 이후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향군회 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며 보훈처와 향군회 내부의 일부 인사들을 비판하고 있다.

향군회는 선거 과정에서 흔히 불거지는 부정선거 논란, 후보 자격 논란 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무난한 선거를 치르는데 주력했으나 박 전 보훈처장의 미온적인 대처로 선거가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또 특정 후보들과 관련해 향군회 주변에서 “청와대의 힘이 실리고 있다”거나 “핵심 실세와 선거 관련 논의를 거쳤다” 등등 여러 루머가 돌고 있다.

회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일부 후보들 사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네거티브 유언비어도 조금씩 돌고 있어 향군회 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임 보훈처장 역할 기대

선거와 함께 조남풍 전 회장 구속사태 후폭풍 수습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향군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검찰은 향군회의 보궐 선거가 끝나더라도 향군회의 추가 비리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군회는 이를 지혜롭게 극복할 차기 회장 선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향군 간부들의 산하기업체, 하청업체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향군인회 직원들은 국가보훈처에 비리 의혹을 진정했고 보훈처는 특별감사를 진행한 결과 각종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노조 등으로 구성된 ‘재향군인회 정상화 모임’은 조 전 회장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조 전 회장은 결국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일단 향군회는 선거를 치르기 전에 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시켜 주목을 끌었다. 큰 혼란을 겪었던 향군회는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 지난 1월 28일 비대위를 정식으로 구성하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향군 비대위는 향군이 처한 지금의 상황을 감독기관이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정상화될 수 없다는 향군 안팎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보훈처는 당시 밝혔다. 비대위는 보훈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법률ㆍ회계ㆍ경영 및 향군 내외부 전문가 등 10명의 위원과 5명 내외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향군의 각종 수익사업과 인사관리, 선거제도, 감독권 등 근본적 개혁방안을 마련해 향군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침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비대위는 그동안 제구실을 못해 비난을 샀다. 일부에서는 박 전 처장의 꼭두각시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임 보훈처장에 대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피우진 신임 국가보훈처장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회에 국가보훈처 업무보고를 위해 부처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해 “기존 국가 보훈정책을 개선 보완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국가보훈처가 직면한 여러 현안을 해결해 보훈가족이 중심되는 따듯한 보훈 정책을 통해 대통령 국정방침에 부응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피 처장은 “이념 편향 논란이 있었던 나라사랑 교육을 전면 개편하겠다”며 “보상금 수당 지원확대, 의료 복지 안전시설 확충, 독립 유공자 예우 강화, 2019년 삼일운동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향군인회 회장선출과 관련해 “2015년 회장 구속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직 새로운 회장이 선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수익 사업에서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 뼈를 깎는 자세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단체에 대해서도 “그동안 제기된 수익사업 문제와 정치적 편향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관리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장 선출 둘러싼 복마전

향군회는 해임된 조 전 회장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를 오는 4월15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이미 두 번 더 연기된 상태다.

향군 관계자는 최근 “향군은 원래 2월달 중 차기 회장 선거 공고를 내고 후보등록 절차를 거쳐 3월 중순경 선거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사정에 따라 물리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어 연기됐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4월15일 정도에 선거를 치를 계획이었으나 이도 연기돼 현재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지금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향군회장 선거에는 총회 구성원 약 380명이 참가한다.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전 회장은 지난 1월 13일 향군 임시총회 의결로 해임됐고 박용옥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조 전 회장의 해임을 주도한 ‘향군 정상화 모임’은 “금권 타락 선거를 막고 공명선거를 할 수 있도록 새 회장의 선출 기준을 제시하고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 등도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향군회 소식통들에 따르면 향군회는 선거 준비를 서두르려 하고 있으나 보훈처 등에서는 아직 대략적인 날짜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파와 구파간의 내부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향군 정상화 모임 안팎에서 “손창선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직위자들은 사실상 ‘조남풍 사조직이므로 개혁을 위해 사퇴해야 할 인물들’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향군회의 한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추진했던 향군 자산매각사업 등을 살펴보면 문제가 많다. 이런 사업들을 전면 중단하고 조직의 기본적인 운영자금을 제외한 모든 자금 집행도 동결해야 한다”며 ‘조남풍 사조직’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향군회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인사에 따르면 향군회장 차기 후보로는 합참의장 출신인 이진삼, 서울향군회장인 신상태, 군단장 출신 이선민, 예비역 육군대장인 김진호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들과 관련해 정치권 등 일부에서 특정 후보와 관련된 소문이 보훈처와 향군회 내부에 조심스럽게 돌기도 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향군회 선거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향군회장 선거의 귀추가 주목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