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기업 비리 등 MB정부 여러 의혹 놓고 갈등

여권 공격카드 잘못 꺼냈다가 오히려 역풍 불 수도

청와대가 MB정부 공기업 비리 의혹, 4대강 비리 의혹,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 검찰수사와 맞물려 여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민주당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의 여러 비리 의혹을 집중 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오히려 야권에 실보다는 득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여당인 민주당은 MB정부의 공기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강하게 촉구하는 한편 야권의 책임론을 들어 압박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핵심인사들은 이를 역으로 돌려 친이계를 자연스럽게 격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야권의 친박계 내부 결속을 돕고 있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친이계를 겨냥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정원을 수술대 위에 올리는 한편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공기업 비리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공기업 비리와 관련, 정권유착 비리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현 정권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아 조심스럽다.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인사를 단행하지 못한 채 내부 인사 특혜 시비 등으로 골머리를 썩인 적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공기업 비리를 들추어내면 자연스럽게 인사문제가 정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 최근 민주당이 공기업 비리와 일부 연관이 있다는 제보가 사정기관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어 자칫 민주당이 제 발등 찍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농협중앙회를 작심하고 겨냥했다가 갑자기 이를 취소한 적도 있다. 당시 민주당은 MB맨인 최원병 회장의 사퇴를 포함해 최근 농협 내 각종 사고 등을 이유로 지도부 사퇴를 요구키로 했으나 돌연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또 청와대는 그동안 모피아를 비롯해 각종 고위공무원 중 MB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비롯된 여러 비리 문제들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청와대는 모피아를 비롯해 각종 고의공무원들의 자리 나눠 먹기를 집중 조사해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는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사와 관련해 최근 계획된 인사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4대강 대기업 조사 핵심열쇠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사정기관의 움직임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앞장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야권의 문제제기에 대해 검토 후 신중대처 모드로 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4대강 수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지만 실제로는 건질 게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 등에서 이미 4대강의 입찰담합 등에 대해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검찰수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에서는 “검찰수사에 김을 빼기 위해 공정위와 감사원이 솜방망이 처벌로 선수를 친 게 아니냐”고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정위와 감사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여러 문제들을 조사해 천문학적인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정작 검찰에 고발조치는 취하지 않아 이 같은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다른 부분으로 파고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공정위와 감사원이 조사할 수 없었던 부분 즉,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기업들 간의 커넥션을 조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4대강 사업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건설사를 상대로 4대강 수사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지만 지향점은 정권과의 유착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담합과 관련, 1차 턴키수사는 별 소득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1차 턴키에서 참여한 것과 관련해 이는 업체들 의지에 의한 것보다는 대기업이나 관가 등 윗선의 참여지시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는 이 경우 통치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4대강 사업초기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렸던 게 사실”이라며 “실제로 건설사들이 돈 안 된다고 사업초기부터 MB정부와 갈등을 빚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차 공사에 참여한 다수의 하청사들이 결국 다수가 부도나거나 법정관리 등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는 매우 적은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했음을 보여준다. 현대건설 6공구의 경우 사업에 참여한 거의 모든 하청사들이 줄줄이 부도나거나 폐업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차 턴키 조사는 검찰 수사가 한층 순조롭게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2차 턴키에서는 초기 보상차원에서 예산을 다소 넉넉하게 발주했기 때문에 여러 비리가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당장 수사를 본격화하지 않고 일단 다른 기관 수사와 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미 2차 턴키를 조사한 감사원 공정위 등은 재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결과가 나오면 그걸 참고로 보강수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