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야당 반대에도 인사 강행… 野 지도체제 개편, 정체성 확보해야

김상조ㆍ강경화 등 인사 정면돌파…야당 반대 무시, 문정부 높은 지지율 힘받아

야3당 낮은 지지율 ‘비상’…한국당ㆍ바른정당 지도체제, 국민의당 진로 관건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했고, 야3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경제민주주의의 새 기조를 만들어야 할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 김 위원장을 임명하게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야당이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한) 반대를 넘어,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면서 “대통령은 국민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급기야 청와대는 “인사 청문회는 인사권을 행사하는 데 참고하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 국정 현안, 높은 지지율에 인사 강행

문 대통령이 정국 경색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강 후보자 임명 의지를 밝힌 데는 여러 가지 정무적 판단을 한 것 같다. 우선, 외교ㆍ안보 현안의 긴급성이다. 6월 29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정상회담과 7월초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에 차질 없이 대처하려면 주무 부처 장관의 임명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높은 국정 운영 지지도와 장관 인선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도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데 한 몫 한 것 같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지난 9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강경화 후보자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62.1%)이 반대 의견(30.4%)을 압도했다. 임기 초반부터 야당에 끌려 다니는 모습이 되풀이되면 국정운영 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계산도 반영된 것 같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내각 인사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흠집 내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에서 김상조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인사청문회 과정이 자질과 능력, 정책적인 지향을 검증하기보다 흠집 내기식으로 하니까 특별한 흠결이 없어도 인사청문회 과정이 싫다고 고사한 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것 때문에 폭넓은 인사에 장애가 있다”고 언급한데서 잘 드러난다.

헌법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물론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하더라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국회가 정부의 인사 청문 요청 이후 20일 이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일정 기간(10일 이내)을 정해 청문 보고서를 재요청할 수 있고 그 기간이 지나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역대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대상자가 33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명을 뺀 30명은 대통령의 임명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에서 10명이었다.

野 “협치 없다” 반발…당 위기, 한계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청와대의 임명 강행 방침이 선전포고와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협치 포기 선언”이라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독선·독주 정권이 더 이상 협치를 입에 올리거나 야당의 협력을 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 검증한 결과 (강경화 후보자가) 부적격자라고 야3당이 공히 얘기를 하는데도 국민검증이 끝났다며 임명을 한다면 협치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청문 제도가 무슨 필요가 있나. 제도 자체를 폐기하라”며 “(임명 강행시) 협치 구도가 깨져버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의회의 작동과 기능이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 정당도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한 인사배제 5개 원칙 중 4개나 해당되는 강경화 후보자를 임명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문재인식 정부운영은 국회를 무시하고, 반의회 민주주의”라고 비판했다.

여하튼 야 3당이 뜻을 모을 경우, 헌재소장 인준과 추경, 정부조직법 개정 모두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르짖는 협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끝없이 시작되는 정국 혼란 속에서 ‘문재인표 협치’가 찾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섬기겠습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는, 문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문 후보자 강행은 통합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추경 예산 편성 국회 시정 연설에서 “저와 정부도 국회를 존중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시정 연설 다음날 김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대통령이 협치 하겠다는 의지가 약해 보인다.

여당은 설득에서 압박으로 태도를 전환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국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묻지마 반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노골적으로 새 정부 발목을 잡는 구태를 계속하면, 국민의 분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인사 청문회 정국 속에서 여야 간 강대강 대결 구도에서 과연 야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야3당은 그동안 강 후보 임명 문제를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와 추경 예산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등과 연계할 것이라고 천명해왔지만 민심의 극심한 비대칭적 구조 속에서 여의치 않다.

한국 갤럽이 실시한 6월 2주 (7∼8일) 여론조사 결과, 인사 청문회 진통 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82%였다. 보수 세력의 기반인 대구ㆍ경북(75%)과 부산울산경남(81%)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호남에서는 무려 94%의 지지를 얻었다.

이렇게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이 강 후보자의 신상문제와 자질문제를 거론하며 여론전을 펴도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호남 여론을 의식해 결국 정부에 협조하는 쪽으로 돌아 설 가능성이 커 야당의 연계 전략은 한계가 있다.

더구나 바른 정당도 국민의 당이 태도를 바꾸면 그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과의 차별화가 바른정당의 큰 목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당의 고립화 속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화가 지속될 것이다.

지난 2013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도는 44%였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41%였고,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지지도는 21%였다. 2012년 대선에서 비록 야당의 문재인 후보는 패배했지만 48%의 득표를 했고, 양강구도 속에서 야당은 분열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반 이상 득표로 출범한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그런대로 대여 투쟁을 할 수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는 한국당과 바른 정당으로 분열되었고, 제1야당은 24%를 얻는데 그쳤다. 현재 야당 지지도는 참담하다. 한국갤럽 조사결과, 집권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도는 48%였다. 이에 반해 한국당 10%, 국민의당 8%, 바른정당 7% 등 야3당의 지지도 합은 25%에 불과했다.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의 지지도(31% )가 한국당(20%)과 바른정당(10%) 지지도를 합친 것보다 높았다.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도(61%)가 국민의당(11%)보다 무려 6배 정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야권이 분열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

야3당 위기 해법 제각각…여권 벽 높아 앞날 불안

현재 야당 모두 비상대책위 체제이기 때문에 구심점을 갖기가 어렵다. 돌파구는 지도체제 개편이 될 것이다. 한국당은 7월 3일 새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예정돼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원유철 의원간의 양강구도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홍 전 지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는 입장이 돼 버렸다”면서 “곤혹스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면서 사실상 당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15일에는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 무너지고 썩은 정당을 내가 지금 맡아 악역을 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라며 당권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당권을 맡을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서겠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여하튼 홍 전 지사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초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을 보고 “이것도 정당인가 싶었다”라는 말속에 잘 드러나 있다. 그러면서도 “철저한 과거와의 단절, 혁신으로 출발을 하지 않고는 이 당의 미래 없다”고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홍 전 지사에게 당 개혁이란 친박 체제의 종결을 의미한다.

원유철 의원은 15일 “정치혁명을 통해 강한 자유 한국당을 만들겠다"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원 의원은 “제1야당답게 정부의 실정을 강력히 견제하겠다”면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며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질서의 근본을 해치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맞서 투쟁하겠다”고 했다. 또한 “당 대표로 선출되면 4가지 정치혁명을 통해 당을 혁신해 나가겠다”면서 젊고 강한 야당, 생활정치 중심의 민생정당, 유능한 인재 영입, 중앙당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대표 경선 후보로 유력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향해 “홍 전 지사는 한국당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갖고 계신 분이다”라면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전당대회가 대선의 연장선상이 되어서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민심의 나침판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낡은 이념으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소통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과거와의 타협이냐’ 아니면 ‘미래로의 전진이냐’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전 지사의 최대 약점은 세대 확장성의 한계다. 지난 대선에서 2030층은 물론 40대에서도 낮은 득표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대홍’(이대로 가면 대표는 홍준표다)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홍 전 지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비록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지지율 선방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쟁 선언만으론 좌(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보수 통합 이외엔 백약이 무효다. 보수끼리 서로 칼을 겨누며 싸우면 ‘보족보’(보수의 적은 보수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6월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바른정당은 일찌감치 젊은 리더들의 출마가 주목을 받고 있다. 3선의 김영우, 이혜훈 의원과 재선 하태경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힌 가운데, 초선의 정운천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예고했다.

문제는 김무성ㆍ유승민 의원 등 당의 간판급 의원들이 출마를 고사하면서 다소 무게감이 떨어져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선출마를 선언한 후보들도 개인적 소신을 담은 발언보다는 ‘당 화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여 투쟁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

국민의당은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른바 ‘민주당 2중대’라는 정체성 논란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지만 국민의당이 야성(野性)을 발휘하는 쪽으로 돌아서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는 “앞으로 국민의당은 당당하고 떳떳한 야당, 정부에 협조할 것은 거리낌 없이 인색함 없이 협조하는 ‘준(準)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함께하는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선도자 역할을 하겠다”는 박주선 비대위원장의 발언 속에 잘 녹아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준여당 발언에 대해 “국민의당이 사사건건 발목 잡는 야당과 달리 통 큰 협치를 보여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자유 한국당은 국민의당을 ‘사쿠라 정당’, ‘오락가락 정당’, ‘갈팡질팡하는 정당’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태일 영남대 교수의 말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국민의당은 중재자가 아니다. 중재자가 돼서도 안 된다. 여당과 가까우면 민주당 2중대, 한국당과 가까우면 적폐세력으로 몰린다. 정확히 가운데면 기회주의자라고 한다. 여야간 일직선이 아닌 다른 지점에 꼭지점을 찍고 삼각형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하지 못하는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캐스팅보터ㆍ중재자서 벗어나 국민의당 ‘가치’ 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민의당 전국 지지율은 8%, 호남 지지율은 11%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달 간 1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야당 존재감’과 ‘호남 여론’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사이 지도체제 개편이 이뤄져도 문 대통령의 독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만약 국민의당 현역 중진 의원들이 기득권 양당 정치의 무책임, 무능, 오만의 정치를 비판하는 제3정당의 역할을 포기하고 민주당에 흡수 통합되기만 학수고대할 경우 미래는 없다.

국민의당은 왜 자신의 텃밭인 호남에서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 차이로 패배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호남의 젊은 세대는 국민의당 중진 의원들을 오히려 호남의 기득권 세력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의 개혁과 변화 구호는 뜬 구름 잡는 말로 들리게 된 것이다. 이제 국민의당이 선택할 때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할지 아니면 진정한 야당인 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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