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차관 전횡 박 정권 알고도 묵인 내막

여러 체육협회장 인선에 개입, 자기사람 심기

체육회 안팎서 김 전 차관 각종 이권사업 개입 의혹도

감사원, 김 전 차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

미르재단ㆍK스포츠재단 설립부터 늘품체조ㆍ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플레이그라운드ㆍ더블루케이에 일감 몰아주기까지 최순실(61ㆍ구속기소) 및 측근들과 얽힌 총체적 비리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수사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정ㆍ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사원은 작년 12월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12건의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문체부가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미르재단ㆍK스포츠재단 설립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두 재단의 설립대표자가 재산을 출연하지 않고, 정관에 날인된 도장과 인감증명의 도장이 불일치하는 등 법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신청일 다음날 설립을 허가했다며 관련자 6명에 대해 징계, 2명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 사안뿐만 아니라 문체부ㆍ산하기관이 최근 3년간 추진한 사업을 전반적으로 감사해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전모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각종 예산을 쌈짓돈처럼 본인과 친분있는 특정 단체에 지원토록 한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 조사 전방위로 확대

감사원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소유 업체에 공익사업적립금을 부당 지원토록 한 김 전 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최씨가 설립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관련자 3명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11월 국제지구력승마연맹 교류포럼 행사 보조금으로 공익사업적립금 1억2000만원을 장시호씨 소유 업체에 지원하게 했다.

담당 공무원이 비슷한 행사에 예산을 이미 지급했다며 거부했지만 김 전 차관이 강행했고, 1억1000만원을 모두 장씨 회사에 전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이밖에 개인적 친분이 있는 협회에 공익사업적립금 4억7000만원을 지원토록 하고,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친분이 있는 특정인·단체의 2개 사업에 1억6000만원을 지원토록 했다.

또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케이토토 빙상팀 창단비 34억여원을 지원토록 해 기금손실을 가져오고, 영재센터에 공모절차도 없이 공익사업적립금과 보조금 총 6억원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혐의는 장시호 업체 지원 부분이고, 나머지는 앞서 수사가 이뤄졌다.

플레이그라운드는 2016년 대통령 해외순방 시 문화행사를 하면서 항공료 청구서 및 영수증 금액을 조작하고 행사와 무관한 비용을 포함하는 등 총 5285만원을 부당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해당금액을 반환하도록 시정요구도 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와 피해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문체부는 2014년 3월부터 대통령비서실(문화체육비서관실) 지시에 따라 산하기관의 각종 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자와 지원사업 신청자 명단을 대통령비서실로 송부하고, 특정 문화예술인·단체에 대한 선정 또는 배제 명단을 받아 그대로 이행했다.

이러한 블랙리스트에 따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체부 산하 10개 기관의 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에서 배제되거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사례는 총 444건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2014년 10월 정치편향적인 작품 지원배제 방안을 검토하라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및 김종덕 장관의 지시에 따라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을 만들고, 앞서 관련 TF까지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문체부 장관에게 관련자 징계(3명) 및 주의(6명)를 요구하고 인사자료 통보(3명)와 재발방치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4개 산하기관장에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이기우 한국그랜드코리아레저(GKL) 대표이사의 해임을 건의하도록 문체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GKL은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이다.

이 대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장애인 휠체어 펜싱팀’을 창단하면서 관련 규정을 어기고 최순실 회사로 알려진 더블루케이 소속 선수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토록 지시했다.

이 대표는 또 김 전 차관의 전화를 받고 GKL사회공헌재단이 최순실ㆍ장시호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2억원을 지원토록 해 재단업무에 부당개입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위법ㆍ부당행위 총 20건과 관련해 문체부 19명, 한국관광공사 2명, 국민체육진흥공단 2명, 한국마사회 3명, GKL 2명 등 총 28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징계요구 20건과 함께 주의요구 37건, 통보 15건, 시정요구 4건, 수사의뢰 2건, 현지조치 1건 등 총 79건의 조치를 했다.

바뀌는 진술 수사결과 주목

감사원은 이처럼 문체부와 산하기관에서 무더기로 위법·부당행위가 적발된 이유에 대해 우선 문체부의 보조사업 업무운영 시스템이 불투명하거나 체육진흥투표권 위탁사업비 등 예산통제시스템이 미비해 부당한 지시를 걸러내지 못한 점을 꼽았다.

이어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플레이그라운드 선정, 늘품체조 보급사례 등에서 보듯이 공무원들이 상급기관이나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반대의견 없이 그대로 따른 점을 두 번째로 들었다.

문화창조아카데미 사업의 경우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0.71임에도 문체부와 기획재정부가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추진해 부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올해 1월 9∼13일 예비조사 후 1월19일∼3월10일 감사인원 38명을 투입해 실지감사를 하고 6월1일 감사결과를 감사위원회 의결로 최종 확정했다.

최근에는 김 전 차관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시에 그의 재임당시 행각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체육회 내부에서는 김 전 차관의 전횡이 심각해 체육회 내부의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며 그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김 전 차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ㆍ구속기소)이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한참 전 최순실씨의 안부를 물어봤다고 증언해 주목을 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종전 주장대로 “최씨를 알지도 못한다”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지난 14일 김 전 차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 등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직권남용) 26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실장님(김기춘)이 퇴임할 즈음인 2015년 1~2월께 ‘정윤회와 처(부인)는 잘 있느냐’고 물어 ‘전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근 특검 사무실에 나가 검사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을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지나가는 얘기로 한 것이지 ‘정윤회 문건 파동’이나 어떤 사건을 가지고 심각하게 얘기한 게 아니라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최순실씨 부부와 통화나 면담 등을 한 번도 한 일이 없고 정유라의 이름도 이번에 언론 보도로 알았을 뿐”이라며 “차관을 불러서 알지도 못하는 정윤회씨 부인의 안부를 물은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도 최씨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최씨 이름이 적혀있다는 등의 근거가 제시되자 “착각했다”고 말을 바꿨다. 다만 여전히 “최씨와 서로 알거나 접촉한 사이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종 전 차관의 엽기 전횡

김 전 차관은 펜싱협회 인선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펜싱협회 내분의 핵심이며 이외 여러 체육협회 이권에도 개입됐다는 의혹이 적지 않다.

2014년 경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으로 대한펜싱협회에 지원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등 압박한 적 있다. 당시 이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펜싱감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 체육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이와 관련, 문체부와 펜싱협회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파문이 확대됐다. 펜싱협회는 문체부의 근거 없는 무리한 조사가 화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문체부는 합당한 이유에서 비롯된 조사이며 펜싱협회의 주장은 억지라는 입장이다.

문체부의 펜싱협회 조사를 놓고 펜싱협회 안팎에서는 여러 추측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 “김종 문체부 차관의 펜싱협회 특정 세력 편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또 김 차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펜싱협회 압박을 지시했으며, 특히 김 차관이 스포츠 4대악 척결을 내세워 펜싱협회 인사문제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사실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팀의 서모(53) 감독은 사건 당시 선수단 숙소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사망 원인을 조사했다. 일단 경찰은 서 감독이 문체부 조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의 팀은 지난해까지 7년간 전국체전에 전북 대표로 출전했는데, 전북체육회로부터 받은 관리지원비 2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문체부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서 감독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펜싱협회는 즉각 문체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동시에 펜싱협회는 “김 차관이 비극의 핵심”이라고 주장해 그 내막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구체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강동옥 전 전북펜싱협회 전무이사, 이정복 호원대 교수, 김영호 로러스 펜싱팀 감독 등 펜싱인 50여명은 서 감독의 비극적 선택 이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 앞에 모여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역도경기장 안에 있는 문체부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을 겨냥해 “서 감독은 잘못이 없음에도 합동수사반의 무리한 수사에 시달려 심적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감독은 경기지방경찰청으로부터 ‘혐의를 발견할 수 없어 내사를 종결한다’는 공문을 받았지만, 합동수사반이 재차 같은 내용으로 다시 수사를 이어가자 심적 부담과 자괴감을 느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체부는 2014년 중순 경 스포츠계에 널리 퍼진 입시비리, 편파판정 및 승부조작, 폭력과 성폭력, 조직 사유화 등을 뿌리 뽑기 위해 상시 제보접수기관인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체육계 비리 척결을 위해 관련 수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합동 수사반은 문체부 직원 6명 등과 함께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사건 당시 우상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경찰이 내사했다는 사실은 몰랐고, 독자적인 제보를 받아 조사한 것이며 경찰의 내사와는 내용도 달랐다”며 “지난 9일 서 감독을 처음 불러 제보 내용에 대해 질문했을 뿐 그전에 접촉하거나 압력을 가한 적은 없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우 국장은 또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감독을 통해 지급된 훈련비와 지원비 2억여 원에 대한 영수증과 정산 내역이 전북체육회에 없다는 점을 확인했고 전북체육회도 혐의를 인정했다”며 “전북체육회의 관리감독 의무 태만에 대한 부분은 따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체육회는 즉각 “문체부의 이 같은 설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동희 전북체육회 운영과장은 “전북도펜싱협회를 통해 예산을 지원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관련 서류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관련 서류는 모두 4대악 합동수사반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펜싱협회 압박 의혹에 대해 문체부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펜싱협회에 대해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김 차관 측도 침묵으로 일관할 뿐 아직까지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펜싱협회 관계자들은 “문체부가 펜싱협회에 대해 정기감사, 체육회 특별감사, 문체부 합동감사 등을 잇달아 벌이는 등 협회 구성원들을 솎아내려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서 감독이 희생됐다”며 김 차관을 비난하고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서 감독 사망 직후 기자회견을 연 ‘대한민국 펜싱을 사랑하는 펜싱인 일동’은 배포한 호소문에서 서 감독이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 4월 경찰 조사 이후에도 4대악 센터에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합동수사본부에서 내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이 투서가 그 실체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투서 내용도 이미 수사가 종결된 사안이어서 문체부의 재조사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펜싱인’들은 또 7월12일 오전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이 전라북도 펜싱협회를 방문, 서 감독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현 집행부 및 서 감독을 비난하는 펜싱 인사 두 사람의 안내와 조력을 받았다며 문체부가 무리한 수사의 배후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문체부가 펜싱협회에 부당 개입을 했다는 주장이다. ‘펜싱인’에 따르면 문체부가 아무런 명분 없이 런던 올림픽의 기적(금메달 2, 은메달 1, 동메달 3개)을 만든 현 집행부의 교체를 요구했다.

또 펜싱협회 운영에 지나칠 정도로 개입했으며 특정 세력에 힘을 실어 내부 파벌싸움을 조장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한 핵심 인물이 바로 김 차관이라는 것이다.

펜싱협회의 한 관계자는 “김 차관이 펜싱협회 내부 호남인맥과 가깝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김 차관은 이들이 형성한 특정 세력에 노골적으로 편들기를 했다. 펜싱협회 특정 인사들을 내몰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교체할 것을 협회에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펜싱협회 지원예산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