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유리한 상황, 친박 척결 선언…위기의 친박 ‘반홍’ 전략 모색

당 대표, 홍준표ㆍ원유철ㆍ신상진 3파전 양상

친박, 플랜B ‘홍준표 고립 작전’ 돌입?

전대 결과 따라 洪, 당 대표 되거나 ‘이빨 빠진 호랑이’ 될 수도

집권 9년 만에 다시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오는 7월 3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기존의 체육관 투표가 아닌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며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이다. 한국당은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고 합동연설회, 타운홀 미팅을 기획하는 등 과거와 차별화하는 전대 일정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전(全)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모바일투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오는 30일 사전투표 형태로 진행되며 중앙선관위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청년최고위원 기탁금을 없애 청년층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도 내놓았다.

홍준표ㆍ원유철ㆍ신상진 3파전 양상

현재 자유한국당 당권 경쟁 레이스는 3파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원유철 의원(경기 평택갑ㆍ5선)이다. 원 의원은 지난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강한 자유한국당을 만들겠다”며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또 “5ㆍ9 대선에서 역사적으로 퇴장당한 패권정치ㆍ계파정치에 몰두했던 낡고 병든 정당을 젊고 건강한 열린 정당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정치혁명 구상을 밝혔다. 특히 이를 위해 원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의 취약점으로 드러난 수도권ㆍ젊은층까지 정치적 외연을 넓히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버스킹 투어’로 수도권을 돌며 한국당 약세 지역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상진 의원(경기 성남 중원ㆍ4선)도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신 의원은 지난 16일 “기득권을 완장 삼아 자신들만의 태평성대를 누린 사람들로는 자유한국당을 혁신시킬 수 없다”며 당 대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국민과 보수당의 가치를 위해 13년 정치 세월, 모두 4번의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묵묵히 흔들림 없이 오직 한 길로 걸어왔다”며 “사람이 바뀌어야 당이 바뀌고, 당이 바뀌어야 국민의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어 “계파 갈등이 총선 패배, 탄핵 사태, 그리고 대선 패배의 근본 원인이 됐다. 계파 갈등은 첫 번째로 없애야 할 구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계파정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어떤 권력과 기득권에 종속되거나 휘둘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직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출마가 확실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전당대회 초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미국 체류 중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친박계와 각을 세웠던 홍 전 지사는 지난 13일에는 “주사파 정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념적 무장이 필요하다”며 “친박당이 몰락한 이유는 이념으로 뭉쳐진 집단이 아니고 이익으로 모여진 집단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전 지사는 "(이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무슨 일도 부끄럼 없이 서슴없이 했다. 한국당이 지지를 회복하려면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고 정의와 형평을 지켜야 한다“며 친박계와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홍 전 지사는 지난 15일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는 입장이 돼 버렸다”면서 “곤혹스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양해 바란다”며 당권 도전 의지를 표명했다.

홍 전 지사는 당원과의 접촉면도 늘리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부터 '홍준표의 희망동행'이라는 주제로 전국투어를 돌며 자유한국당 시ㆍ도당 당원들을 만났다. 대선기간 보여준 당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대선후보로 지지율 24%를 얻은 홍 전 지사의 경쟁력은 인지도다. ‘어대홍’(어차피 대표는 홍준표)이라는 줄임말까지 나왔다. 이에 원유철 의원은 ‘대결원’(대표는 결국 원유철)이라며 ‘홍풍’(洪風) 차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 의원은 “홍 전 지사는 우리당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면서도 “한국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권 외에는 사실 2,3등을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전당대회가 대선의 연장선상이 되어서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고 홍 전 지사에 대립각을 세웠다. 출마 선언 당시에도 원 의원은 “홍 전 지사의 대선 지지율 24%는 홍준표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라며 ”24%의 홍준표와 76% 가능성이 있는 원유철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친박, 홍준표 고립 작전에 들어가나

홍준표 대세론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친박계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이전 개소식에 참석한 홍 전 지사는 “보수 세력이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됐는데도 그 집단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반성이 없다”며 “세상이 달라진만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새롭게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당을 접수한 후 친박 청산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친박계는 현재 홍 전 지사의 연이은 원색적인 비난에 부글부글 속을 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친박계는 당 대표 권한을 축소하는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비박계 반발로 무산됐고, 연이어 홍 전 지사가 친박계를 겨냥해 비판 수위를 높이자 유기준, 홍문종 등 친박계 의원들이 당 대표 출마를 고심했다. 하지만 초ㆍ재선들의 ‘2선 후퇴’ 요구에 이마저 포기했다. 대신 홍 전 지사에 대항할 후보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설에는 친박계가 홍 전 지사 측에 당 대표로 홍 전 지사를 지원하고, 새 원내대표를 친박계로 하는 복안을 제시했으나 홍 전 지사가 거절해 ‘반홍(反 洪)’의 대안을 구상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이후 친박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내 역학구도로 봤을 때 여전히 친박계는 건재하다. 당 대표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 대표 후보 중 친박계와 가까운 인사는 원유철 의원이다. 원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중도 이미지에서 탈피해 친박계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친박 핵심 홍문종ㆍ유기준(이상 4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친박 표심이 원 의원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친박계가 특정후보를 지원할 경우 당내 70% 이상을 차지하는 초선 44명, 재선 30명 의원의 반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들은 ‘정풍운동’을 언급하며 친박 2선 후퇴를 외친 상황에서 친박의 지원을 받는 후보를 지지하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친박계가 특정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기보단 물밑에서 측면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친박계가 ‘플랜B’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 전 지사에게 당권을 내주더라도 최고위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전략이다.

현재 한국당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당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최대 5명의 친박 최고위원을 지도부에 입성시킬 수 있다. 현재까지 3선 김광림 의원과 재선 김태흠, 박맹우 의원, 초선에서는 정종섭ㆍ김정재, 전희경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외 인사로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류여해 부대변인, 이성헌 전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최고위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경우 당 대표가 전권을 휘두르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당 대표를 준비하고 있는 홍 전 지사에게 껄끄러운 대상에는 정우택 원내대표도 포함된다. 친박계와 가까운 정 원내대표와의 불협화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정 원내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론’에 따라 사퇴 여부를 고민했지만 오는 12월까지 남은 임기를 끝마치기로 결정했다. 당 대표가 되더라도 적어도 6개월 동안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친박계 최고위원 5명에 원내대표마저 친박계로 구성된다면 최고위 9명 중 6명이 당 대표와 대척점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일각에서는 이 점을 감안해 홍 전 지사가 정 원내대표의 사퇴를 내심 바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될 경우 만만치 않은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