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등 피고인 9명 전원 유죄선고 미묘한 파장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특혜 논란인 이른바 ‘정유라 이대 비리’에 대해 재판부가 유죄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검찰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61)씨와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 등 피고인 9명에게 전원 유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의 추가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 등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에게 내려진 첫 유죄 판결이다. 법원은 최씨와 딸 정씨의 공모 관계도 인정해 향후 정씨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지난 23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 전 총장에게는 징역 2년, 남궁곤(56) 전 입학처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최씨의 청담고 관련 공무집행방해 등 모든 혐의와 이대 입시 및 학사 관련 업무방해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최 전 총장과 남궁 전 처장이 최씨와 공모해 정씨에게 혜택을 준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대 교수들도 무더기 유죄가 인정됐다.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은 징역 2년, 류철균(51)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와 이인성(54)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류 교수와 이 교수는 구속 상태였으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이원준(46) 체육과학과 교수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경옥(60) 체육과학과 교수에게는 벌금 800만원,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최씨는 정씨의 이대 입학 및 학사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정씨 청담고 시절 교사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최 전 총장과 남궁 전 처장은 지난 2014년 이대의 201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체육특기자 전형에 정씨가 지원한 것을 알자 면접위원 등에게 정씨를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전 학장은 이들과 공모해 2015학년도 이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전형에 정씨를 특례 입학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씨의 이대 특혜 사건을 마무리하며 “권력과 재력을 바탕으로 국정을 농단한 속칭 비선 실세와 그의 영향력에 부응해 영달을 꾀하려 한 그릇된 지식인들의 교육 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최씨에게 징역 7년, 최 전 학장에게 징역 5년, 남궁 전 처장에게 징역 4년 등을 구형했다.

두 차례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이후 고심 중인 검찰은 이번 법원의 판단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와 최 전 총장에게 징역 3년과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하면서 범죄사실 중 최씨 딸 정씨의 공모관계를 일부 인정한 것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이 재판에서 드러난 범죄사실과 관련, 검찰은 정씨의 1·2차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모두 포함시켰다. 하지만 실제 구속영장 발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날 선고에서 정씨의 청담고 비리 및 이대 학사비리 관련 공모관계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만큼 앞으로 진행될 정씨에 대한 수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점쳐진다.

두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돼 기세가 움츠러든 검찰 입장에서는 세 번째 영장 청구를 검토해볼 여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날 법원 판결로 정씨의 유죄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씨의 세 번째 구속영장 카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또 기각될 경우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3차 영장 청구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법원의 공모관계 인정이 수사의 큰 흐름을 바꿀 정도인지는 확신하기 어려워서다.

법원은 이날 선고를 하면서 정씨의 범죄행위 가담 정도에 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나아가 정씨가 이대에 입학하는 과정과 관련된 입시비리에 대해서는 법원이 정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점이 검찰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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