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ㆍ바른정당 전대 MB 그림자…’숨은 승자’는 MB 될 수도 ?

홍준표, MB와 ‘워싱턴 오리알 3인방’ 인연…4대강 옹호

김영우, MB에 의해 정계입문…전 정권 방산비리 조사 부정적

정운천, 농업CEO에서 MB 초대 농림부장관으로

새로운 당 대표를 뽑기 위한 두 보수 야당의 전당대회 레이스가 한창이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7월 3일 당 대표를 선출하는 가운데 홍준표 후보가 원유철ㆍ신상진 후보를 앞서는 상황이다. 친박이 대표할 만한 당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홍 후보의 인지도와 브랜드에선 아직까지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것이 당내 안팎의 평가다. 이 같은 여유에서인지 홍 후보가 TV토론회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나머지 후보들은 강력 반발 중이다. 원 후보는 “홍 후보의 거부로 지난 20일 계획됐던 CMB 광주방송 TV 토론회가 무산됐고, 홍 후보는 향후 KBSㆍMBCㆍSBSㆍTV조선ㆍ채널A TV 토론회도 전면 거부하겠다고 한다”면서 “당원의 알 권리 거부는 부정선거”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후보가 토론회에도 참여하지 못한다면 후보직도 내려놔야 한다. 입장 변화가 없다면 홍 후보가 사퇴하든지 내가 사퇴하든지 사생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후보 역시 “TV토론회에 응하지 않는 건 국민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TV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홍 후보는 “일단 당에서 공식적으로 TV 토론회에 대해 얘기한 것이 없다”며 “TV토론회를 안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스케줄이 확정이 안 된 것인데 거절한 것처럼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홍 후보의 속내는 따로 있다. 그는 “이번 전대는 대선이 끝난 지 40일 남짓밖에 되지 않아 국민에게 면목이 없고 당 자체적으로도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하고 겸손하게 당 행사를 치르자는 취지”라는 밝혔다.

바른정당은 22일까지 호남권ㆍ충청권ㆍ강원권 당원 투표결과를 진행한 가운데 이혜훈 후보가 선두로 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첫 경선지인 호남권에서는 호남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운천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충청권ㆍ강원권 경선을 거치면서 책임당원과 일반당원 모두에서 누적 득표수 1위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책임당원 투표에서 1037표, 일반당원 투표에서 804표를 획득했다. 뒤 이어 하태경ㆍ정운천ㆍ김영우 의원이 2~4위를 기록 중이다. 바른정당은 당원 70%(책임당원 50%, 일반당원 20%)와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오는 26일 지도부를 선출한다.

하지만 두 보수 야당의 전당대회는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지는 분위기다. 지난 21일 광주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호남 타운홀 미팅’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지만 유튜브 조회 수가 2000회를 넘기지 못했고, 페이스북 동시 시청자 수는 150명을 넘기지 못했다.

바른정당 역시 페이스북·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으나 시청자 수가 두 자릿수에 그쳤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0% 안팎, 바른정당은 5~7% 수준에 머무는 현실이 전당대회에서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수 야당의 당 대표와 지도부가 누가 선출되든 숨은 승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MB와 각별한 관계인 홍준표 후보가 유력한 상태고, 지상욱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탈락자 없이 출마 후보 4명이 모두 지도부에 입성하는 바른정당에서는 김영우 후보와 정운천 후보가 MB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존재가 MB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MB 재임 시절 진행한 이른바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 의혹에 대해 손볼 뜻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보수야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에서 비해 5~7배 낮지만 두 정당의 의원 수는 국회의 42%를 차지한다(자유한국당 107석, 바른정당 20석). 문재인 정부의 사자방 비리 의혹 재조사 움직임이 시작되더라도 국회 차원에서 충분히 제동을 걸 수 있는 규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경우 정치권을 대표하는 ‘해비 스피커’(목소리가 큰 사람)이고 바른정당 김영우 후보는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운천 후보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간사다. 보수 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3인과 MB와의 인연을 살펴보고 향후 이들의 역할에 대해 짚어봤다.

홍준표, MB와 ‘워싱턴 오리알 3인방’ 인연…4대강 옹호

홍 후보와 MB와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홍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후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다. 워싱턴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MB가 공부 중이었다. MB 내외는 워싱턴 댈러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홍 후보 부부를 직접 마중 나왔고, 이들이 집을 구할 때까지 한 아파트에서 한동안 함께 기거했다. 이들은 당시 1998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패해 워싱턴에 있던 손학규 전 국민의당 선대위원장과 자주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이른바 ‘워싱턴 오리알 3인방’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홍 후보는 2001년 서울 동대문을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에 복귀했고, 이듬해 MB는 서울시장에 당선된다. 홍 후보는 당시 MB 캠프 유세본부장을 맡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끈끈했던 둘의 인연은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잠시 틀어진다. MB가 오세훈 당시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 홍 후보는 앙금을 뒤로 한 채 MB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다. 대선후보 시절 MB의 골칫거리였던 ‘BBK 주가조작 사건’ 의혹을 온 몸으로 막아섰다. 본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대통합민주신당의 맹공에 맞섰다. 이후 2008년 MB 정부 출범 후 제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홍 후보는 곧바로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추대되면서 이명박 정부 초기 입법을 주도했다. 특히 원내대표로 ‘4대강 사업 예산’을 통과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당시 야당은 “한나라당은 오로지 형님 예산(이상득 전 의원 관련 예산), 대운하 예산(4대강 사업 예산)을 수호하려고 군사작전 펴듯 날치기를 강행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2011년에는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서 대표로 선출됐다. 뚜렷한 조직세가 없었던 홍 후보가 당 대표로 뽑힌 것을 두고 MB의 후방 지원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후문이었다. 홍 후보는 당 대표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는 못했다. 디도스(DDoSㆍ분산거부서비스)를 활용한 선관위 공격 의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투표 문제로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자 대표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사퇴한 최고위원 중 한 명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다. 이후 홍 후보는 2012년 총선에서 낙선 후 18대 대선과 함께 실시된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정치인생을 이어갔다. 중앙정치무대에서 멀어져있던 홍 후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렇다 할 인물이 없었던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며 2위를 기록했지만 복귀해 당 대표를 노리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자유한국당 대표가 될 경우 MB에게는 든든한 방패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4대강 때문에 녹조가 많이 늘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은 잘한 사업이다”라고 주장하며 4대강 사업 옹호에 적극적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정책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잠자코 지켜만 볼 홍 후보가 아니라는 데는 여의도 정가 모두가 동의한다. 어떤 식으로든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지난 22일 김경준 씨가 자신의 SNS에 BBK 사건에 대해 다시 언급하며 이명박 정권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계속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 후보가 대응할 사안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MB와 홍 후보의 각별한 관계는 홍 후보를 수행하고 있는 인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김대식 동서대 교수가 현재 홍 후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는 선대위 수행단장으로 홍 후보를 보좌했으며 이달 초 미국에서 입국한 홍 후보의 곁을 지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MB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그는 2007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함께 ‘선진국민연대’를 결성해 당시 전국 200여개 각종 단체를 하나로 묶어 등록 회원만 50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을 통해 MB 선거를 지원했다. 당시 2위와의 득표 차가 530여만 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단체의 공헌은 지대했다고 볼 수 있다. MB 대통령 당선 후 김 교수는 대통령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분과위원으로 활동했고 2008년에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2012년 총선에 출마해 낙선한 김 교수는 지난 4월 홍 후보와의 대담집 '변방에서 중심으로-홍준표가 답하다'를 내기도 했다.

김영우, MB에 의해 정계입문

바른정당의 3선 김영우 후보는 MB의 싱크탱크 그룹이었던 국제정책연구원(GSI·구 동아시아연구원) 출신이다. YTN 기자였던 김 후보는 IMF 여파로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공부하다 중도 귀국해 2004년 당시 동아시아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MB와 인연을 맺게 된다. MB를 처음 만난 건 2004년 2월, 동아시아연구원장으로 있던 김백준 청와대 전 총무비서관과 고려대 선배인 강승규 전 의원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김 후보는 당시 연구원에서 작은 일을 도맡아 했고 MB는 그를 ‘김군’으로 부르는 정도였다. 그러다 2006년 10월 동아시아연구원이 국제정책연구원(GSI)으로 이름을 바꾸고 ‘이명박 대권’ 플랜의 정책 산실로 본격 가동되면서 김 후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당시 원장으로 있던 류우익 대통령 전 비서실장이 김 당선자를 정책국장으로 기용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구상·기획했던 류 원장을 곁에서 도우며 대운하 공약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위그룹 역할을 한 ‘안국포럼‘에서 활동한 김 후보는 MB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 부팀장을 맡았다. 그는 이명박 정권 초기 ‘개국 공신’으로 친이 직계 그룹으로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하면서 제1사무부총장으로 임명돼 4ㆍ11 총선과 당 쇄신 작업을 도왔다. 원만한 성격과 성실성에 친박 지도부가 좋은 평가를 했다고 한다.

친이계 출신으로 친박계와 매끄러운 관계를 맺고 있었던 김 후보는 작년 9월 국정감사를 통해 사실상 친박계와 멀어졌다. 국감 당시 친박계가 주류인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 당론에 맞서 국감 출석 의사를 밝혔다가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국방위원장실에서 감금당했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반대와 방해에도 김 후보는 “저는 그동안 국방에 여야가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고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국방은 1분 1초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국감을 진행했다.

바른정당 지도부로 부상할 김 후보의 정치적 활동은 MB에게는 가뭄 속 단비 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산 비리를 전담할 TF를 꾸리겠다고 밝혔던 만큼 역시 청와대 주도로 고강도 쇄신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방산 비리 재조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달 초 사드 보고 누락 관련 청와대 발표에 대해 기자회견을 연 김 후보는 국방 현안을 열거하면서 “군납비리, 방산비리는 매국행위”라고 비판했지만 “전 정권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에 대한 정치권의 청문회 추진 역시 국익과 국제관계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들과 협상하고 협력했던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겠나”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방산비리 의혹 재조사에 대한 김 후보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운천, 농업CEO에서 MB 초대 농림부장관으로

고려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후보는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키위를 재배하며 성공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1989년 정부의 키위 수입결정에 따라 생계를 위협받게 되자 전국키위협회를 설립해 키위를 국산 브랜드 '참다래'로 특화시켜 위기에서 벗어난다.

‘참다래 아저씨’란 별명으로 성공한 농업 CEO였던 정 후보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과 만난다. 이 전 대통령이 농업정책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안국포럼'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곧이어 한나라당 경제살리기 위원으로 MB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정 후보는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취임한지 채 100일도 되기 전에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됐고,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둘러싼 ‘광우병 파동’에 대한 여론 반발이 거세지자 6개월 만에 사퇴했다.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정 후보는 2010년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안가로 불러 지방선거 출마를 요청했고 지연ㆍ학연ㆍ혈연이 없던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패배했다. 2012년 총선에서도 떨어졌지만 보수 후보로서 35%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현재 정 후보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아직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자방 비리 의혹 중 하나인 자원외교가 산자위 소관이다. 간사 간 협의를 통해 법안 처리나 청문회 일정을 잡아야 하는 상임위 특성상 정 후보는 자원외교 관련 여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위치다.

이 밖에 바른정당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친이계 출신들이다. 정병국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전략 그룹인 안국포럼 핵심 멤버 중 하나고, MB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MB정부 특임장관 출신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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