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주자들 기상도, 與 대체로 맑음, 野 흐린 앞날 예상

안희정ㆍ이재명 화창한 가운데 박원순 살짝 흐림

홍준표, 잠시 맑다 흐릴 가능성 높아

안철수, 먹구름 가득…어두운 앞날

유승민, 마이웨이로 정면 돌파

19대 대선의 승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된 지 50여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차기 대선주자들은 이미 5년 후를 내다보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지난 대선을 통해 경험한 약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놓인 선택지는 1년 앞으로 다가온 6ㆍ13 지방선거다. 잠룡들은 현재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놓고 주사위를 굴리며 향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장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여ㆍ야로 나눠보면 상대적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잠룡들의 상황이 좋다. 문재인 대통령이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율도 50%를 넘는데다 각자의 대중적 인지도 역시 지난 경선을 통해 한껏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현재 3선 도전과 원내진출, 당 대표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안 지사에 0.3%p 차이로 3위를 기록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울시장 혹은 경기도지사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이 시장은 입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경선 직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3선 도전이나 국회 입성을 놓고 고심 중이다.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대권을 꿈꾸는 박 시장에게 국회 진출을 통해 당내 조직 기반을 쌓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연말을 전후한 시점에서 대선주자급 후보들의 교통정리를 통해 지방선거 압승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반면, 야당의 상황은 어둡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전열 재정비를 준비하고 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인물 가운데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제외하고는 지지율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눈에 띄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상황에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홍 전 지사가 대표로 선출될 확률이 높다. 홍 전 지사는 당 대표가 선출돼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울 수 있는 강한 야당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은 이혜훈 의원을 당 대표를 선출하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최측근인 이 대표가 당을 장악하게 되면서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 특별한 발언은 삼간 채 간간이 TV출연을 통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중과의 스킨십을 통해 이 의원 자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인사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다. 대선 패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권 재도전 의사를 표명한 안 전 대표는 측근의 ‘제보 조작 사건’으로 인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현재 안 전 대표는 공식 입장 없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안희정, 중앙정치무대 첫 입성 무게 실려

현재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방정부 재편을 통한 연방제 정부를 주장하며 도지사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지방자치 분권은 안 지사가 지난 경선에서도 줄곧 주창해온 사안이며 충남지사 3선에 성공한다면 이를 정착시킬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치분권에 대해 취임 이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 지사의 최근 발언들은 충남지사 3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17일 경선 당시 마크맨(전담 취재기자)들을 충남 홍성의 관저로 초대한 자리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겠다. 모두가 원하는, 가려고 달려드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연말연초 상황을 봐서 가장 힘든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충남지사 3선 도전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달 7일 발표한 월간 정례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조사에서 안 지사는 14개월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도정을 잘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한다면 무난히 3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안 지사의 발언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충남지사 3선’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특히 ‘가장 힘든 곳’이 ‘야권의 험지(險地)’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 출마해 정치적 입지를 넓힐 생각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남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지자체장들 역시 안 지사가 국회의원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험지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안 지사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 민주당 깃발을 꽂는다면 외연을 확장시켜야 하는 대권 후보로서는 상징성이 큰 정치적 자산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로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영남권에 지속적으로 도전했던 ‘바보 노무현’의 길을 따라간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얻어낼 수 있다. 또 하나는 당내 조직 기반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안 지사는 지난 경선을 통해 조직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안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 인사는 “충남지사를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이제 행정 경험은 충분하다. 국회로 와서 당내 지지기반을 키워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진출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꾸준히 자신을 노출시키면서 세력 확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각에서는 마땅한 재보선 출마 지역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추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할 경우 의원직은 물론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 자신의 선거를 뛰면서 당 대표로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열릴 전당대회를 통해 안 지사가 당권을 접수할 수도 있다. 원외 당 대표일지라도 당내 세력을 구축하는데 당 대표만한 자리는 없다. 물론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로 진출한 뒤 당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도 안 지사로서는 고려할 만한 선택지다.

이재명, 쾌청한 가운데 박원순 결정에 달려

이재명 성남시장의 앞으로의 정치 행보는 비교적 명확하다. 이 시장은 지난달 20일 성남시청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남시장, 경기지사, 서울시장 도전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늦어도 가을 쯤 최종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시장 도전 가능성을 밝히기는 했지만 대선주자급으로 몸값이 올라간 이 시장이 좀 더 큰 무대인 경기지사 혹은 서울시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변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이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운명이 달린 중요한 선거”라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도전 여부에 따라 내 선택도 연동될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보수 진영이 차지했던 경기지사직을 민주개혁세력이 탈환해야 한다는 절박함 또한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그는 출마지역에 대한 입장을 “늦어도 가을쯤”으로 밝힐 것으로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입장 표명 시기를 가을로 못 박은 것은 박 시장에 대한 빠른 결정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시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연말이나 연초에 밝히겠다”고 말해왔다. 이 시장 측근은 “이 시장이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흐를지, 시민이 본인을 어디에 쓸지를 판단하고 있다”며 “여론 형성을 지켜보는 단계다. 이 시장은 자기가 목표를 정해서 달려가기보다 국민이 본인을 어떤 도구로 쓸지 판단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다는 설명이다. 여론도 이 시장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호의적이다. 지난달 20일 리얼미터의 차기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19.0%)은 박 시장(25.5%)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박 시장이 불출마할 경우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는 이 시장이 40.4%로 박영선(16.4%), 추미애(9.5%), 우상호(6.9%) 의원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시장은 “박 시장이 3선을 한다고 하면 굳이 밀어낼 시도를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쟁은 피하겠다고 선언한 이 시장의 말처럼 올 가을까지 박 시장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없다면 서울시장보다 경기지사 출마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3선? 국회? 오리무중

지난 대선 민주당 예비후보 단계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거취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에 비해 안개 속이다. 박 시장은 현재 서울시장 3선 도전이나 국회 진출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 측근은 “지금은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단계”라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자체장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박 시장의 일관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시장에게 3선 도전보다 국회 입성을 조언하는 여의도의 목소리가 많은 편이다. 당내 기반이 민주당 잠룡 가운데 가장 빈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3선에 도전하더라도 당내 치열한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출마설이 도는 추미애, 박영선, 우상호, 이인영 의원 등의 조직력을 이겨낼 수 있지도 미지수다. 만약 박 시장이 경선 과정에서 무릎을 꿇을 경우 정치적 타격은 상당하다. 이런 여러 상황들로 인해 3선 도전보다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해 당내 세력을 확보하면서 대권을 차분히 준비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역구인 노원 병이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현역 의원이 시장후보로 선출되면 지방선거 30일 전에 의원직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보궐선거 출마가 가능하다.

시민사회에서는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시의 혁신정책과 인물들을 대거 수용하면서 박 시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박 시장의 정치적 위상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재보선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있다. 현재 서울의 공석인 지역구는 노원 병밖에 없고 2016년 총선 때 출마했던 지역위원장이 버티고 있다. 박 시장이 노원 병 출마를 선언할 경우 당내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를 순방 중인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기자들이 알아서 판단하시라”며 확답을 피한 채 “연말에 최종 발표는 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잠시 맑다 흐릴 가능성 높아

지난 대선에서 무너져 가던 당의 체면은 세운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당 대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치닫자 인지도 측면에서 독주하는 홍 전 지사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극심하다. 원유철 의원은 지난달 26일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정병국 바른정당 전 대표가 발간한 저서에서 홍준표 후보 측이 바른정당 입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내용을 인용하며 “충격적인 일이다. 홍준표 전 후보가 만약 바른정당에 합류할 의사를 타진했다면 정말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홍 후보를 몰아세웠다. 원 의원은 또 “당원들이 ‘새누리당(현 한국당) 균열을 막자’, ‘보수가 대통합해 정권을 재창출하자’고 호소할 때 홍 전 후보는 바른정당 가려고 다짐했던 것 아니냐”며 홍 전 지사를 거세게 비난했다. 이에 홍 전 지사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원 의원은 홍 전 지사를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바른정당 입당 타진’ 의혹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안팎에서는 홍 전 지사의 당 대표 선출이 거의 유력하다는 예상이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원 의원이 친박의 물밑 지원을 받고 있지만 정도가 옅은 친박 중 일부는 홍 전 지사 쪽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홍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당협위원장, 지방선거 공천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

오히려 홍 전 지사의 앞날은 당 대표 선출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일단 홍 전 지사는 현재 ‘성완종 리스트’ 관련 대법원 법률 심의를 앞두고 있다. 당 대표가 된 상태에서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당이 또 한번 소용돌이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원 의원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혹시 정치자금법 (재판) 때문에 야당 대표가 되면 법에 일종의 정치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차원에서 출마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많다. 그렇다면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당 대표도 했고 대통령 후보도 했던 분이 당이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시점에서 굳이 당 대표에 나와서 당원과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야 하는지”라고 비난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큰 과제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새 당 대표는 남은 1년 동안 보수 세력의 신뢰를 얻어 당을 재건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홍 전 지사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거듭된 막말로 정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래 갖고 외연 확장을 할 수 있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라며 우려하고 있다. 홍 전 지사가 당의 얼굴로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지방선거 패배를 정해진 수순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은 자유한국당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친박과의 관계 설정도 만만치 않다. 홍 전 지사는 지난달 26일 친박계를 겨냥해 “박근혜 치마폭 붙잡고 국회의원이 됐으면서 탄핵 때 나는 탄핵 반대한다고 하는 국회의원 한 명도 못 봤다. 비겁하게 침묵 지키고 이렇게 하니 당이 몰락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 전 지사는 수 차례 친박세력과의 결별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 대표가 되더라도 자유한국당의 주류는 친박이다. 새로 구성될 지도부 역시 친박이 다수가 될 확률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지사가 당 대표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먹구름 가득…어두운 앞날

대선 패배 이후 잠행을 이어가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상황이 좋지 않다.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한 제보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유미 씨는 안 전 대표와 카이스트 사제지간으로 안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부터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작된 제보를 당에 알린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 전 대표의 영입 인사 1호다.

희대의 정치 공작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안 전 대표가 이 같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크다. 이유미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안철수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도 안 전 대표의 빠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지난 2003년도 한나라당의 천막 당사 이전보다 안이한 모습이다. 안 전 대표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 이유미 당원과 특별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후보가 최종적 책임을 지는 선거 과정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측면에서 안 전 대표가 빨리 사과하고 정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오전 당으로부터 조작사실을 보고받은 뒤 사실관계를 계속 확인하며 공식입장 표명 등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첫 보고 당시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측근들과 방안을 논의하며 당시 대선후보였던 자신이 총체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 조작’ 사건으로 인해 안 전 대표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약 1년 전인 작년 6월 29일 안 전 대표는 박선숙, 김수민 의원의 총선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기소된 두 의원은 1심에 이어 지난달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에 이어 1년 만에 측근들이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안 전 대표의 정치적 타격은 상당하다. ‘새정치’를 외쳤던 안 전 대표이기에 후폭풍은 가늠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정계 은퇴’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안 전 대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조용한 행보 통해 대중과의 거리감 좁혀

지난 대선 당시 토론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최측근인 이혜훈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당내 입지는 탄탄해졌다는 분석이다. 당내 의원은 20명뿐이지만 그 중 김무성계로 분류되던 인물들이 대선 직전 대거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당내 최대 계파는 유승민계였다. 만약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지 못했다면 적지 않은 타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위인 하태경 의원의 추격도 대단했다. 하 의원은 최종 합산 결과 3.8%p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현재 유 의원은 TV출연을 하면서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중이다. 대선 후보로 인지도를 끌어올렸지만 그만큼 지지율은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방송에서 화제를 모았던 딸 유담 씨 에피소드를 꺼내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기존의 딱딱하고 근엄한 보수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이다.

동시에 유 의원은 대학 강연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 의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보냈던 젊은 세대의 지지세 확대를 겨냥한 움직임이다. 아울러 당 외곽에서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제시하며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경쟁’을 지원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유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보수 성향 인사들을 만나 바른정당 참여를 설득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인재영입위원장 역할도 맡고 있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이혜훈 대표 선출로 인해 ‘유승민’ 색깔이 짙게 반영된 바른정당이 탄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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