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드는 공정위 기업 줄줄이 검찰 조사 받나

이재용-삼성물산 동반위기 …기업 ‘부당거레’적폐 뿌리 뽑느다

CJ올리브네트웍스ㆍ동일ㆍ한화에스엔씨ㆍ신성에프에이ㆍ대경건설 등 타깃

현대ㆍ대우ㆍ대림ㆍ포스코ㆍSKㆍ한화 건설사, 한양ㆍ두산중공업 등 조사중

검찰과 공정위가 기업의 적폐청산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인 가운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수사에 정치권과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검찰개혁을 앞두고 전 정권 정경유착 비리 수사를 강화하는 방침을 세우고 기업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여러 사건 수사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공정위를 통해 기업의 ‘부당거래’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공정위를 통해 1차 조사를 한 후 검찰에서 추가 수사를 통해 기업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공정위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 없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과징금 관련 제도를 강화하고 기업의 문제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과징금 부과 기준을 대폭 상향해 사안을 중대하게 키우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카르텔(담합) 행위가 적발될 경우 당하는 불이익이 매우 커지는 방향으로 과징금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공정위는 소비자보호법 관련 반복적으로 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내놓기도 했다. 허위, 과장 광고를 할 경우 기존보다 과징금 수준이 대폭 올라간다. 공정위에 따르면 시정권고(1점), 시정명령(2점)을 받은 기업은 같은 행위를 반복할 경우 과징금 부과금액이 20% 더 늘어나게 되는 방안을 잠정적으로 확정했다.

공정위는 아울러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갑질’을 할 경우에는 그 과징금 규모를 2배로 올리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정위가 카르텔 사건과 관련해 물릴 수 있는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를 넘지 못하고 평균 2% 수준이다. 이는 담합행위가 반복되는 주요 이유로 꼽혔다. 외국에서 시장경쟁을 해치는 중대한 법 위반 사유로 보고 10~20% 수준의 중한 행정제재를 하는 것에 비해 제재가 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과징금 부과 기준을 강화할 경우 기업의 부당행위 근절에 효과적일 수 있다. 기업이나 오너에 형벌을 부과하기보다는 과징금 제재를 강화할 경우 시장경쟁 촉진에도 보다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과거 MB, 박근혜 정권에서 하위 규정인 고시 기준을 낮췄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기존의 부과 기준을 원상회복시키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는 ‘대기업 과징금 깎아주기’라는 비판을 맞자 이번에 원상회복시킨 것이다.

공정위는 과징금 수준이 대폭 상향된 이후 2단계로 공정거래법, 가맹법 등 공정위 관할 소관법에 규정된 형벌 조항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관련부처 협의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배상 확대, 집단소송제 및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 등 민사적 제재를 강화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형사적, 민사적, 행정규율 등이 골고루 적용됐을 때 공정한 경쟁 시장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 공정위를 거쳐 검찰로 넘어간 사건 중 주목을 끄는 사건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담합 사건이다.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에서 3조2000억원대 담합으로 적발된 건설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여러 관측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검찰은 이 사건을 내달 중에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적극적인 방어로 사건이 확대되지 못하고 서둘러 마무리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지난해 4월 공정위는 담합을 적발해 13개 건설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총 35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지난달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공정위가 고발한 13개 건설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전ㆍ현직 임원들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이르면 내달 중에 관련자들을 기소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인사와 더불어 호식이두마리치킨 사건과 미스터피자 사건으로 검찰이 기업비리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고 부실수사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LNG 담합사건은 상당히 큰 규모의 사건인 만큼 수사를 빨리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11월까지기 때문에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공정위는 한국가스공사가 2005~2012년 발주한 12건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낙찰예정사·들러리 참여사·투찰가격 등을 사전 공모했다고 발표했다.

적발된 이들 건설사들에 부과된 과징금은 2014년 호남고속철도 담합사건의 4355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은 삼성물산ㆍ대우건설ㆍ현대건설ㆍ대림산업ㆍ포스코건설ㆍ한양ㆍ두산중공업ㆍSK건설ㆍ한화건설 등이다.

이번 수사결과는 한국가스공사와 건설사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과징금 처분 이의신청·불복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계일각에서는 과거 건설사들의 담합사건에서 공공공사 입찰제한 등 행정제재를 받은 곳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해당 건설사로부터 자료를 받은 검찰은 최근 전ㆍ현직 임원들을 소환해 조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내달 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련자를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참여자, 투찰 가격을 미리 정해 경쟁을 피하고 ‘나눠 먹기’ 식으로 물량을 골고루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주요 건설사가 대부분 연루된 사건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선 건설업계에 다시 한 번 파문을 줄 가능성이 있다.

쉬지 않는 공정위-검찰 조사

이 수사가 특히 주목을 끄는 이유는 삼성물산에 대한 검찰수사 때문이다.

재계 일부에서는 검찰이 이 수사를 통해 삼성물산에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할 경우 역풍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번 검찰수사에 대해 여유 있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조사를 미루어 볼 때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내부의 잠정 결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있다. 검찰이 이번에 삼성물산에 대해 중대한 문제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삼성물산에 대한 추가수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 등 사정기관이 아예 삼성물산이 아니라 이 부회장을 정면 겨냥하는 것은 물론, 삼성물산 내부 자금과 탈세문제를 들여다 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 부회장은 횡령혐의와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황이어서 이러한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21일 이 부회장을 계열사 불법합병 등 불공정행위로 모두 9조원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며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담합수사와 더불어 이 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이재용-삼성물산 커넥션 수사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고발한 이 부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 관련 이 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했다.

이 부회장을 포함해 삼성그룹 및 계열사 관계자 48명, 삼성전자와 안진회계법인 등 법인 10곳도 고발대상에 포함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13년 말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합병해 이듬해 증시에 상장한 과정, 2014년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한 과정에서 삼성이 큰 차익을 얻거나 삼성SDI 주주가 큰 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뒤 주가를 임의로 낮춰 삼성물산과 합병해 삼성이 큰 이익을 얻은 반면 국민연금이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0억 대 뇌물을 준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인수하고 그 이듬해엔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꿔 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제일모직은 1년도 채 안 돼 삼성 SDI에 흡수 합병되고, 다시 삼성물산과 합쳐진다.

삼성 측은 계열사 사업 재편이라는 입장이지만 여러 차례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크게 늘어나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96년 48억 원으로 에버랜드 지분 25%를 사들였다. 세 번의 합병을 거치면서 지분 가치는 5조 원대가 된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 합병 과정에 개입한 삼성 관계자 48명을 고발했고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전담하는 핵심 수사 부서인데다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는 지난 2005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의혹 사건 담당 검사였다.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007년 이원석 부장검사와 함께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수사부에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을 수사했다.

공정위는 또 CJ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를 포착하고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서울 중구 CJ올리브네트웍스 본사 등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납품대금 부당 감액이나 부당 반품이 있는지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주식회사가 지분 55%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씨가 지분 17.97%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올라 있으며 국내 최대 헬스앤뷰티 브랜드인 올리브영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가전ㆍ건강ㆍ미용 등 특정 상품군 판매에만 주력하는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라 불리는 전문점에서 각종 불공정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카테고리 킬러 전문점은 올리브영을 비롯해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와 같은 가전양판점 등이 해당된다.

공정위는 TV홈쇼핑, 대형마트, 백화점, 소셜커머스, 온라인쇼핑몰 등의 불공정 행위를 적발해 제재했지만 카테고리 킬러 전문점들은 아직까지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또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하도급거래 상습 법 위반 사업자 11개사를 확정해 공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상습법 위반 사업자는 한화에스앤씨, 동일, 에스피피조선, 현대비에스앤씨, 신성에프에이, 대경건설, 군장종합건설, 한일중공업, 넥스콘테크놀러지, 세영종합건설, 아이엠티 등 11개사다.

공정위는 명단공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상습 법 위반 사업자 명단을 확정했다.

하도급법에서는 직전 연도부터 과거 3년간 공정위의 경고 등 조치를 3회 이상 받은 사업자 중에 누산벌점을 4점 초과하는 사업자를 상습 법 위반 사업자로 정하고 있다.

이번 상습 법 위반 사업자를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1개사, 중견기업 4개사, 중소기업 6개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종 5개사, 건설업종 4개사, 용역업종 2개사다.

동일과 에스피피조선, 현대비에스앤씨 3개사는 2년 연속, 대경건설은 3년 연속 상습 법 위반 사업자에 선정됐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