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사 3선이냐, 당권 도전이냐… 대권 발판 고민

19대 대선의 승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된 지 50여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차기 대선주자들은 이미 5년 후를 내다보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6ㆍ13 지방선거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향후 대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잠룡들 중 안희정 충남지사는 차기 대권과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와 함께 그의 행보가주목받고 있다.

안 지사는 충남지사에 다시 나설 것인지, 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들어가 입지를 다질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은 이른 안 지사의 대권 밑그림을 추적해봤다.

현재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방정부 재편을 통한 연방제 정부를 주장하며 도지사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지방자치 분권은 안 지사가 지난 경선에서도 줄곧 주창해온 사안이며 충남지사 3선에 성공한다면 이를 정착시킬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치분권에 대해 취임 이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 지사의 최근 발언들은 충남지사 3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17일 경선 당시 마크맨(전담 취재기자)들을 충남 홍성의 관저로 초대한 자리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겠다. 모두가 원하는, 가려고 달려드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연말연초 상황을 봐서 가장 힘든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충남지사 3선 도전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달 7일 발표한 월간 정례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조사에서 안 지사는 14개월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도정을 잘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한다면 무난히 3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안 지사의 발언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충남지사 3선’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특히 ‘가장 힘든 곳’이 ‘야권의 험지(險地)’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지는 재ㆍ보선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 출마해 정치적 입지를 넓힐 생각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남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지자체장들 역시 안 지사가 국회의원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험지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안 지사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 민주당 깃발을 꽂는다면 외연을 확장시켜야 하는 대권 후보로서는 상징성이 큰 정치적 자산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로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영남권에 지속적으로 도전했던 ‘바보 노무현’의 길을 따라간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얻어낼 수 있다. 또 하나는 당내 조직 기반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안 지사는 지난 경선을 통해 조직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안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 인사는 “충남지사를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이제 행정 경험은 충분하다. 국회로 와서 당내 지지기반을 키워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진출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꾸준히 자신을 노출시키면서 세력 확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각에서는 마땅한 재보선 출마 지역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추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할 경우 의원직은 물론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 자신의 선거를 뛰면서 당 대표로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열릴 전당대회를 통해 안 지사가 당권을 접수할 수도 있다. 원외 당 대표일지라도 당내 세력을 구축하는데 당 대표만한 자리는 없다. 물론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로 진출한 뒤 당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도 안 지사로서는 고려할 만한 선택지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