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민 중,‘대화’ 나올 수도… 남북관계 ‘물꼬’ 트일 듯

문재인 정부 북한 체제 보장, 협력 제안… 북핵ㆍ남북교류 별개 추진도

북한 ‘대화파’ 힘 얻어…군사회담, 이산가족상봉 등 가능성 보여

미국 과도한 남북 밀착에 불편한 시선… 문재인 정부 대북 행보 제동걸 수도

北 미사일 발사 할 수도, 일희일비 안해야… 남북관계 원만하게 풀어갈 ‘특사’ 필요

꽉 막힌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최근 제안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상봉 행사에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남북 간 대화가 상당 기간 답보상태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군사ㆍ적십자회담 제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남북 대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이 전향적으로 우리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담한 대북 제의에 북한 핵심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8월 15일 이전 우리 정부를 향해 어떤 형태로든 대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한다.

‘남북 대화’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대립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의 남북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현명한 해법이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문 대통령 대담한 대북 제의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선 전부터 남북 정상회담 구상을 밝히는 등 과감한 대북 행보를 해온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6월 30일(현지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 현안들에서 동의하거나 양보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대북 정책에서만큼은 ‘My Way’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문 대통령의 ‘신(新) 베를린선언’ 은 대북 정책의 한 정점을 이뤘다. 문 대통령은 독일을 방문중이던 6일 신베를린선언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고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북한 붕괴 불원, 흡수통일 불추진, 인위적인 통일 불추구, 대북적대시정책 불추구’ 등의 이른바 ‘대북 4노(No) 원칙’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의 악순환이 한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욱더 대화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며 대화를 통한 평화 추구의 원칙적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북한에 제안한 것은 문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 대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그 성과 여부는 북한에 달린 셈이 됐다.

북한, 우리 정부 제의 일체 거절

문재인 정부는 17일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상봉행사 개최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화답하지 않았다.

특히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끝내 불발됐다. 이에따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 접촉도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사실 북한은 이번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인 남북대화 제의를 일체 거절했다.

문재인 정부는 6ㆍ15 남북공동행사를 위해 5월 26일 민간단체로는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접촉 승인했다. 이후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은 봇물을 이뤘고, 현재 대북접촉이 승인된 단체는 5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6ㆍ15 공동행사는 결국 무산됐고,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도 북한의 거부로 중지된 상태다.

반면 북한은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정상회담 때의 공동선언인 6ㆍ15선언과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때의 10.4 선언을 이행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6ㆍ15선언과 10ㆍ4선언을 이행하지 못했고, 문 대통령 또한 두 선언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재인 정부와 북한은 ‘대화’에 관한 한 긴장된 상태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21일 북한이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응하지 않아 불발됐지만 대화 제의에 호응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남북 대화의 ‘물꼬’ 트이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의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 온 북한이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황에 따라 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현재 북한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 ‘대화파’가 힘을 얻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이 남북 대화ㆍ교류에 적극성을 띠며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에 변화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고 알려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그동안 문 대통령의 대북 행보에 ‘믿음’을 갖지 못햇다고 한다. 한쪽에선 ‘대화’를 하자면서 다른 한쪽에선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비핵화’주창하는 것에 큰 반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겠다고 밝히면서도 북핵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함께했다. G20 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ㆍ미ㆍ일 3국 공동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재확인했다.

북한 입장에선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 정부가 ‘비핵화’를 주창하거나 동조하는데 단단히‘뿔 났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북핵에 대해 매우 변화된 메시지를 북측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신베를린선언에서 밝힌 한반도평화를 위한 대북 정책을 유지하면서 북핵에 대해 이전과 다른 유연한 입장을 전했다는 것이다. 즉, ‘북한 붕괴 불원, 흡수통일 불추진, 인위적인 통일 불추구, 대북적대시정책 불추구’ 등 대북 4원칙을 고수하면서 핵과 남북 대화ㆍ경제협력 등을 분리해 접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달라진 대북 메시지에 북한은 이전과 다른 대남 태도를 보였다고 소식통은 전해왔다. 북한 내부에서 대남 정책과 관련해 ‘대화파’와 ‘강경파’가 첨예하게 대립했으나 결국 대화파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노동당 원로ㆍ중견 그룹이 ‘대화’를 주장한데 대해 핵ㆍ미사일 성과에 고무된 소장파는 ‘강경’ 태도로 맞섰는데 결국 대화파가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8월 15일 전 남북 간에 ‘대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북한이 21일까지 군사회담에 답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사일 실험과 관련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즉, 남북이 일단 대화 국면에 들어가면 더 이상 미사일 발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21일까지 답을 하지 못했고, 어쩌면 미사일 발사 실험 후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귀국하는 날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무색하게 했지만, 오히려 대화 국면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미사일 발사와 같은 걸림돌을 제거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를 한다면 문 대통령 입장에선 ‘남북 대화’를 추진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군사회담ㆍ이산가족상봉 제의에 못마땅한 입장을 보인 것도 문 대통령의 대북 행보를 무겁게 한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소식통은 “설령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더라도 멀리 보고‘대화’ 원칙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이면에 대화를 위한 사전 조치라는 성격이 있는 만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등 또다른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남북 대화에 미국이 ‘방해’를 할 수도 있다고 경계를 나타냈다. 남북이 미국을 제치고 빠른 속도로 한반도 문제를 진행시켜 갈 경우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보고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남북이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특사’나 ‘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위 눈치를 보지않고 남북이 공동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게 특사(밀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막힌 남북 대화문의 비로소 열리려고 하는 시점에 문재인 정부가 모든 난관을 헤치고 목표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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