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대화’ 원칙 고수… 北 ‘대화파-강경파’ 논쟁 결과 영향

‘문 대통령 믿을 수 있나’ 놓고 북한 내부 격론 중

北 ‘비핵화’ 주장엔 반감… ‘대북 4노(No) 원칙’ 긍정 평가

북한이 27일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을 맞아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빗나간지 하룻만에 ‘결행’에 나섰다. 북한은 28일 밤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MRBM),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새벽 1시에 NSC(국가안보회의)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남북대화’의 가능성이 또다시 멀어졌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체의 정부 간 대화를 외면하고 민간교류도 불허하고 있다. 최근엔 현대아산의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식을 위한 금강산 방문까지도 거부했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며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보려는 문재인 대통령은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북한에도 있다. 한국과의 대화ㆍ교류를 놓고 북한내 대화파와 강경파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으며, 그 결론에 따라 남북관계가 직접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과연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어떤 해법으로 남북 문제를 풀어갈지 그 맥을 짚어봤다.

북한 ‘대화’ 대신 잇따른 무력 시위

북한이 정전협정일인 27일을 지나 하룻만에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핵ㆍ경제 병진’ 정책을 지속해나갈 것임을 재차 천명했다.

북한은 2013년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선포한 이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해오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계속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이후에도 6차례나 미사일 발사를 했다. 5월 14일 미국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목표로 한 신형 중장거리미사일 ‘화성-12’를 시험발사한 것을 비롯해 같은 달 21일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KN-15), 27일 신형지대공 요격유도 무기체계(KN-06 추정), 29일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각각 발사했다.

6월 8일에는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수발 발사했고, 7월 4일에는 ICBM급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데 이어 28일 밤, ICBM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했다.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앞으로 ICBM을 미국 본토까지 안정적으로 요격하는 수준까지 고도화하고, SLBM을 완벽하게 갖추며, 마지막으로 수소폭탄을 보유하려 한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27일 발사하려던 것은 ICBM 미사일로,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미뤘다”며 “비가 오면 탄두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때 반드시 발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겐 ICBM보다 SLBM이 더 위력적이어서 북한은 계속 연구중”이라며 “수소폭탄 핵실험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도 방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 ‘남북 대화’ 딜레마

문재인 정부가 끊임없이 ‘대화’ 를 제의했음에도 북한은 일체 외면하고 무력 도발을 잇따라 감행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전부터 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하고 취임 이후에도 같은 입장을 수차례 밝힌 문 대통령에겐 난감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일관되게 ‘대결’보다는 ‘대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일정한 조건하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한반도 운전자’로 남북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7월 초 G20 정상회의차 독일을 방문중이던 문 대통령은 ‘신(新) 베를린선언’을 통해 대북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고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북한 붕괴 불원, 흡수통일 불추진, 인위적인 통일 불추구, 대북적대시정책 불추구’ 등의 이른바 ‘대북 4노(No) 원칙’의 기조를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17일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상봉행사 개최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 정부는 신베를린선언에서 밝힌 ‘대북 4노(No) 원칙’을 재확인했고, 북한에 강공 입장을 추진하던 미국 측과 충돌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의 과단성 있는 대북 대화 제의에도 북한은 냉담했다.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모두 외면했다. 정부는 정전협정일인 27일까지 북한의 회신을 기다렸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북한도 변화 조짐, ‘대화파’ 힘 얻나?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일체 거절하면서 남북관계는 이전 정부 때의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 정부와 함께 대북 강경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직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도 외부적으론 문재인 정부에 냉담한 태도이지만 내부에서는 ‘남북 대화’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문 대통령이 일관되게 대화 제의를 해오고 베를린에서 밝힌 대북 입장(대북 4노(No) 원칙)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원로를 중심으로 한 ‘대화파’와 핵ㆍ미사일을 앞세우는 소장층 ‘강경파’가 격돌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때 한ㆍ미ㆍ일 공동성명에서 밝힌 ‘비핵화’와 ‘대북 압박’ 주장을 ‘반민족적 언동’이라고 비난한 반면, ‘대북 4노(No)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알려왔다. 다시말해 ‘문 대통령을 믿을 수 있는가’를 놓고 북한 내부에서 논쟁이 한창이라는 것이다. 논쟁 결과에 따라 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오거나 계속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 언론에서 ‘한미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가 은신할 지하 15∼20m 벙커와 지하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도록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현재 최대 500㎏에서 1t으로 늘릴 필요성을 설명했다’는 내용이 보도된 것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핵ㆍ미사일을 중시하는 소장 강경파에 힘을 실어줘 남북 대화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와 ‘대화’를 하는 시점은 미사일 발사 이후가 될 것이고, 이 또한 북한 내부 논쟁이 대화파 쪽으로 결론 나야 가능하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남북대화의 문이 꼭 막혀 있고, 문재인 정부와 미국의 대북 정책이 엇박자가 나는 상황에선 현 정부의 ‘진의’를 전할 대북 특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남북 간 대화의 통로를 열 수 있고, 미국의 압박과 오해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도 대북 특사나 밀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런 뜻을 전했다는 말도 들린다.

관건은 ‘실행’이다. 과연 문 대통령이 대북 특사를 통해 도무지 열릴 것 같지 않은 남북 대화의 문에 변화를 가져올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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