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 간부 “MB정부 방송사 장악 진짜 이유 따로 있다” 증언

MB정권 실세들 방송사 관련 여러 이권 사업 개입 정황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문화·연예계 압박행위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연관성까지 조사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최근 국정원이 MBC 등 방송 뿐만 아니라 언론 장악을 위해 다양한 공작을 추진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명박 정부 때 작성된 KBS 내부 동향 보고서의 실체가 확인됐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두 장짜리 KBS 동향 보고서는 KBS 내부 동향을 상세히 담고 있어 주목을 끈다. 신원 공개를 거부한 제보자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국정원에서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내부 동향보고서의 실체

이 보고서에는 상단 제목란에 ‘KBS 최근 동향 보고’라고 적혀 있다. 제목 아래로 ‘총파업 무산으로 김인규 사장 취임반대 투쟁 조기 종료’라는 항목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보고내용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 KBS 내부 동향을 세세하게 적은 것은 물론 향후 방송사 장악 시나리오와 향후 전망까지 담고 있다.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올렸다는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KBS 최근 동향 보고

□ 총파업 무산으로 김인규 사장 취임반대 투쟁 조기 종료

◦ 12.2 총파업 투표가 부결되자 사원행동(PD․기자 등 주축, 약500명) 등 反노조 세력은 노조 집행부를 불신임한 결과라며 집행부 총사퇴 요구

※ 수요회(’08년 사장 선임시 김인규를 지지하기 위해 결성) 등 親김인규 세력의 활동, 공채 출신(1기)에 대한 기대감, 총파업에 부담을 느낀 노조집행부의 조직표 동원 등으로 투표가 부결되었다는 분석

◦ 12.16 노조집행부는 사퇴 거부하며 사측과 협상을 통해 ‘사장 취임 1년 중간평가’ 등 9개항 합의 후 대의원대회에서 재신임

※ 사원행동은 정연주 前사장을 지지하는 등 반정부 성향을 보이는 반면, KBS노조는 ’08.8 언론노조 탈퇴 등 사원행동과 대립하고 있으며, 現집행부도 사장 선임과정에서 이병순 前사장을 지지하였으나 김인규가 사장에 취임하자 親김인규로 선회

□ 現집행부에 반발, 605명 노조 탈퇴 후 별도 노조 설립으로 노노갈등 증폭

◦ 총파업 부결에도 집행부가 사퇴를 거부하자 현집행부는 투쟁 의지가 없다며 PD․기자 중심으로 노조를 탈퇴, 언론노조 KBS지부로 별도 노조 설립 추진

※ KBS에서는 별도 노조 설립이 합법적이라도 독자적 교섭권은 없다는 입장이며, 신설노조 집행부는 친정부적인 뉴스․프로그램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반정부투쟁 방침 견지

◦ 언론노조의 개입으로 MBC노조와의 연대 투쟁, 노조간 선명성 경쟁으로 KBS노조에 강성 집행부 등장 등 분란 심화 우려

※ 당분간 노노간 대립 및 분열로 勢가 약화될 전망이나 노노간 대립과정에 강성집행부 집권 빌미 제공 우려

□ 신속한 인사로 조직을 안정시켰으며, 내년 경영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 개편 등 개혁 작업 본격 추진 예정

◦ 이병순 前사장 시절 임원 2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호남출신 백운기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조직화합 도모

※ 김영해 부사장은 기술본부장 출신으로 노조(위원장 강동구, 기술직)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병순 前사장 세력의 협조를 이끌어냄

◦ 인사실장 박갑진(포항출신), 보도본부장 이정봉(수요회 회장), 등 측근들의 주요보직 배치로 친정체제 토대 마련

※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시절 직원(운전기사 김광식, 비서실 이수경)까지 KBS로 데려와 자기 사람을 너무 챙긴다는 지적도 있음

◦ 뉴스 포맷 변경(기자 중심→앵커 중심) 등 공영성 강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개편, KBS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한 후 수신료 현실화 등 개혁과제 추진 예정

※ 현재 방송국은 기술발전에 따른 과잉인력 상태로 구조조정을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경영진단 결과에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필요성이 담길 경우 향후 주도권은 김인규 사장에게 넘어가 KBS를 장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전망도 있음

□ 김인규 사장은 조직 통합 및 본격적인 개혁업무 추진을 위해 보다 신중하고 몸을 낮추는 자세 필요

◦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대외적으로 신중한 자세 유지

※ 12.5 봉사활동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KBS가 친정부 방송해도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소신을 너무 쉽게 발설

◦ KBS 통합을 위해 측근들의 언행 조심 필요

※ 이병순 前사장과 강동순 前감사의 지지세력이 여전히 존재하여 이들의 협조가 조직 안정 및 통솔에 필요하며, 수요회를 이끌고 있는 고대영 보도총괄팀장 등 측근들도 김인규를 닮아 자신감이 지나쳐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함

이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내부 관계자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상세히 취합해 놓은 부분이 주목을 끈다. 이는 특정 한 사람의 활동으로 취합된 정보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으로부터 취합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장악에 대한 진실

이와 함께 국정원 개혁위 산하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장악과 관련한 국정원 내부 문건이 다수 작성된 것으로 보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은 이 보고서가 작성된 이후인 2010년 KBS의 조직개편 이후 이른바 ‘좌편향’ 인사를 색출을 위한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2010년 6월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좌편향’ 인사 색출 방안을 담고 있으며 국정원이 세운 KBS 장악 계획이라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가 총파업 15일째를 맞은 지난 18일 공개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첫머리에는 ‘KBS는 (2010년) 6월 4일 조직개편 단행하고 후속인사에 착수할 예정으로, 이에 대한 면밀한 인사검증 통해 부적격자 퇴출해야’라고 적혀 있다.

이 보고서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내용 가운데 2010년 5월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동관 전 수석)의 지시로 만들어진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문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KBS새노조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김인규 사장 이후의 복무를 엄정하게 평가해 <좌편향, 무능 무소신, 비리 연루> 여부를 감안, 인사대상자 색출’을 핵심으로 다루고 있다.

KBS새노조는 “당시 KBS 김인규 사장은 구성원들의 반발을 억누르고 ‘추적 60분’ 등 PD의 시사프로그램을 보도본부로 강제 이관해 제작 자율성을 크게 침해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대 총장을 지내고 있는 김 전 사장은 2009년 11월~2012년 11월 KBS 사장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국정원이 이른바 ‘좌편향’으로 낙인찍은 기자·프로듀서(PD)의 이름과 이들의 성향을 분석한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용태영 취재파일 4321 부장은 정연주 전 사장 추종하는 인물로 새노조를 비호하고 반정부 왜곡보도에 혈안. ‘한명숙 무죄’, ‘4대강에 무슨 일이?’, ‘봉하마을’ 등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보고서는 또 이명박 정부에 동조하지 않는 KBS 간부를 ‘무소신’ 간부로 지칭하며 ‘보직 변경’을 언급하는가 하면, 당시 김 사장의 최측근 간부로 분류된 5명에 대해서는 ‘특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이고 있다.

KBS새노조는 보고서 내용의 구체성을 감안할 때 KBS 내부의 협조자가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면서 배후에 현 고대영 사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KBS새노조는 “고 사장은 김인규 사장의 옹립을 위해 만들어진 사조직 ‘수요회’의 실질적인 리더였으며, 보도국 실세 중의 실세였던 고 사장이 청와대·국정원의 방송장악 공작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거나 협조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면서 “2011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에서도 미국 대사관 측에 한국 정세 분석을 전달한 사람으로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MBC의 전 고위 간부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사 장악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자신의 신원공개를 거부한 이 인사는 “이명박 정부는 유독 방송사에 자신의 심복을 심기위해 노력했다”며 “방송을 통해 여론을 통제하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다른 진짜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은 정권을 잡은 뒤 방송사와 관련된 여러 이권사업에 개입했다”며 “방송통신 사업 내용을 보면 화질개선 사업부터 수신기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당시 각 방송사가 일괄적으로 수백억원어치의 방송장비를 일괄적으로 교체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권실세가 깊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전방위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 수사가 원세훈 전 원장을 넘어 'MB정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21일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한 수사의뢰가 있어 이를 진행하다보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냐"며 이 전 대통령 등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음을 암시해 주목을 끌었다.

이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을 총 책임자라고 밝혔던 당시는 인터넷상 댓글공작과 관련한 수사의뢰를 기준으로 말했던 것”이라며 “다만, 이른감이 있어 지금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정원의 전방위 압박 행위에 대해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등을 무더기로 고소·고발한 것과 관련, 피해자 측 조사 일정을 검토 중이다.

앞서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구속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이종명 전 3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수감된 원 전 원장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외곽팀 활동을 관리했던 심리전단은 3차장 산하 조직으로 이 전 차장은 댓글공작을 주도한 실무 책임자다.

검찰은 그동안 외곽팀장과 민 전 단장 등의 조사를 통해 외곽팀 활동에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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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