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농식품부, 과기부, 文 정부서 임명된 기관장 無

해피아 판치는 해수부 공공기관…교체 바람 일어날까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 文 정부 인선 아직 없어

과기부, 기관장 공석 9곳에 하반기 임기 만료는 7곳…KISA 새 원장 선임 중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1회 한국여성어업인 전국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 달 예정된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공기관장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통상 국감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혼쭐이 나는 기관장이다. 하지만 조기 대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도 높은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야성을 살려 철저히 감사해 문재인 정부와 함께 갈 수 있을지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공공기관장 임기 현황 및 주요 이력을 살펴보는 네 번째 시리즈로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3개 기관 산하 공공기관장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피아 판치는 해수부 공공기관…송곳 검증 피해갈 수 있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2017년 9월 기준 준시장형 공기업 4곳,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4곳, 기타공공기관 8곳 등 총 16곳의 공공기관을 거느리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해수부 출신이 수장을 맡고 있는 공공기관은 6곳으로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의 40%에 육박한다. 상임이사, 감사 등 요직까지 합치면 해수부 퇴직 공무원의 공공기관행 비율은 절반 이상이라고 관가에서는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적됐던 해피아(해수부 공무원+마피아)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수부 고위직 중 일부는 현재 공공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사 당시 해수부 차관을 지낸 손재학 씨는 2015년 4월부터 국립해양박물관장에 재직 중이고, 우예종 당시 기획조정실장은 2015년 7월 부산항만공사 사장에 올랐다.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을 맡았던 연영진 전 해양정책실장은 지난 4월 해양과학기술진흥원장에 취임했다.

이 가운데 우예종 사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부산항만공사는 최근 채용 비리가 발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는 2016년 7월 신입 및 경력직 직원 11명을 채용하면서 당초 채용계획·공고에 따르면 분야별·전형단계별 합격자 수가 정해져 있는데도 우 사장이 합격인원을 늘리거나, 분야별 합격인원을 변경하도록 지시하자 그대로 따랐다. 이로 인해 당초 계획에 따르면 탈락했어야 할 응시자 4명(신입 1명·경력직 3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모집공고 후 전형단계별 및 분야별 합격인원 등 채용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변경하고자 하는 내용을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다시 공고했어야 한다. 이에 대해 항만공사 측은 “특정인을 채용하려한 게 아니라 구직 기회를 늘리기 위한 조치였고, 채용 내용 변경 때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재공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우 사장의 비위를 해수부와 기재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인사담당자 2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관가에서는 “비위 사실이 적발된 우 사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인천항과 부산항의 경비보안을 책임지는 인천항보안공사와 부산항보안공사의 낙하산 인사도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장직은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 출신이, 요직은 해수부 출신들이 내려앉는 형태다. 현재 인천항보안공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동활 전 청와대 경호실 기획관리실장이, 부산항보안공사에는 허홍 전 청와대 경호실 경비본부장이 사장직을 수행 중이다. 부산항보안공사의 경우 낙하산 인사는 물론 임직원 자녀도 상당수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 文 정부 인선 아직 없어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은 준시장형 공기업 1곳,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5곳, 기타공공기관 4곳 둥 모두 10곳이다. 현재 이 10곳의 공공기관 중 새 정부 들어 수장을 새로 임명한 공공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윤숙자 전 한식재단 이사장만 대선 직후 사직했다. 한식재단은 현재 신임 이사장 공모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나머지 공공기관 9곳 가운데 교체를 거론되고 있는 기관은 한국농어촌공사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다. 두 곳의 수장 모두 탄핵 국면인 지난해 10월과 12월에 임명됐다.

식약처장 출신인 정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새누리당 광주시당 서구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새누리당 대선조직 국민소통본부 광주전남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정 사장은 2015년 3월 식약처장직을 사임하고 새누리당 소속으로 4월 재보궐 선거와 2016년 4월 총선에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최근 정보지에 농어촌공사 사장직에 국회의원 출신 인사가 거론되는 등 교체 가능성이 솔솔 퍼지고 있다.

오경태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은 지난해 12월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으로 원장직에 올랐다. 대구 출신의 농식품부 차관보를 역임한 오 원장은 농식품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과기부, 기관장 공석 9곳에 하반기 임기 만료는 7곳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곳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과 37곳의 기타공공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과기부의 기관장 공백 상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기관장이 공석인 기관이 9개나 되고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이 7개이기 때문이다.

아직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은 없다. 과기부는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중도 하차 이후로 새 인물 선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민 과기부 장관은 지난 달 기자간담회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공석 상태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선 대상이 좁혀졌고 곧 발표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박 전 본부장의 일 등으로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가에서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정해진 이후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부 첫 기관장 인선은 차기 한국인터넷진흥원장(KISA)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 및 청와대 출신인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지난 1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신임 인터넷진흥원장 후보로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서류심사를 거쳐 6명의 후보를 선발했고 면접이 진행됐다. 전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관리 출신과 캠프 출신 ICT 분야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KISA 신임 원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과기부 산하기관 조직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3월 수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서병조 원장)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윤종록 원장)도 조만간 공식적인 원장 공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허인회 기자, 김소현 인턴기자 @hankooki.com



허인회 기자 under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