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통합파, 집단탈당 움직임…보수 야권 지형 재편 ‘급물살’

김무성ㆍ김영우ㆍ황영철 등 보수대통합 불가피 주장

“명분 없을 땐 대국민 기만극 될 수도” 후폭풍 우려

보수 야당 재편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이 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누가 탈당행렬에 합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바른정당 의원 수는 20명이다. 한명만 탈당해도 교섭단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이번 탈당 움직임은 바른정당의 존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자강파가 통합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통합파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탈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단체로 탈당해 한국당에 입당하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별적으로 탈당하는 것은 ‘명분’ 갖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확실한 통합파 의원은 김무성·주호영·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정양석 의원 등 7명이다. 그러나 통합파 의원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입장이 혼재돼 있어 향후 통합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김무성·김영우·김용태·황영철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막기 위해 보수대통합은 불가피하다며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강길부·홍철호 의원은 현 단계에서 즉답을 피하고 있지만,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 통합파에 합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 통합파 의원 7명과 강길부·홍철호 의원까지 합하면 최대 9명이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과 원내수석 부대표를 맡고 있는 정양석 의원은 통합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수정당 엇갈린 표정

이종구 의원은 한국당의 인적청산을 전제로 통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근혜(친박)계 인사 제명 등의 가시적인 조치가 없으면 한국당에 합류할 수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통합에 반대하는 자강파는 대선후보를 지낸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정병국·김세연·이학재·이혜훈·오신환·유의동·박인숙·정운천·지상욱·하태경 의원 등 11명이다.

이들은 한국당에 합류하지 않고 바른정당에 계속 남아 독자생존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한 통합파 의원이 최근 자강파의 구심점인 유승민 의원을 만나 통합에 합류할 것을 설득했지만 유 의원은 한국당과는 합칠 수는 없다며 완강하게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두고 보수 야당 재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은 통합에 완강하게 반대하는 자강파가 다수 있지만 통합파 의원들이 단체로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할 경우 바른정당이 유지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흡수통합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바른정당은 탈당쇼크로 현재 내부 운영이 마비된 상태다. 바른정당은 매일 오전 개최해오던 당 회의를 지난 13일 오전에 열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이다.

이날 회의 불발에 대한 대외적 이유는 지도부의 국감 일정이다. 하지만 현재 바른정당이 보수통합 정국의 한가운데 놓였다는 시의성 때문에, 지도부가 연일 공식 회의자리를 마련치 않은데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회의 주최권한이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는 마찰을 최대한 피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 석상에서 양측이 격돌할 경우 수적으로 밀리는 통합파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연일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른다. 장외 곳곳에서는 그간 억눌렸던 자강파와 통합파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정당 내 통합파의 스케쥴은 한국당 지도부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당은 홍문표 사무총장 주도로 통추위 명단을 구성해 이날 당 지도부에 그 명단을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보고 시점을 일단 늦춘 상태다.

한국당의 명단 구성 시점이 늦춰짐에 따라 바른정당의 통추위 관련 논의도 다음 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파를 향한 자강파의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에 따르면 양당은 보수대통합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할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해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당과 통합파만이 손을 잡는 시나리오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 통합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당론이 모이지 않을 경우 통합파 의원들이 독자적으로 통추위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추위는 한국당 3명, 바른정당 3명, 외부인사 3명 등 9명으로 구성하고, 외부 인사로는 이재오 전 의원이 주도하는 늘푸른한국당 인사와 보수 진영 시민단체의 인사를 포함시킨다는 구상 하에 현재 관련 인사들과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으로는 박관용·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보수 진영의 정치 원로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합 방식은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바른정당의 자강파 의원들이 완강히 버티고 있는 만큼 통합파 의원 10여 명이 탈당한 뒤 단체로 한국당에 합류하는 '부분 통합'의 방식을 띨 것으로 보인다.

통합 둘러싼 국민정서 향방

보수 야당 재편작업은 이르면 이달 말까지 마무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박계 인적 청산 작업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통합이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윤리위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미루거나, 친박계가 결사 항전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건없는 통합을 주장하는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 등이 1차 탈당을 하고,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 2차 탈당을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통합 시점도 다소 지연돼 바른정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일정 기간 무소속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전에는 통합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다음 달 초반에는 통합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 통합파를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나름대로 통합파 의원들을 설득하고 비판하며 동분서주했던 자강파 의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앞서 자강파 수장인 유승민 의원은 다음달 13일 열릴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추석연휴를 이용해 통합파들과 접촉하면서 이들을 다독이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통합 분수령이 임박한 시점까지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9일에는 유 의원이 통합파 수장인 김무성 고문과 1시간30분가량 만찬 회동을 갖고 설득에 나섰으나 김 고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와 보수진영의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통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자강파 의원들도 여러 채널을 통해 자강을 중심으로 한 통합을 제시하면서 통합파 의원들의 발길을 돌리려 안간힘을 썼다.

자강파인 박인숙 의원은 지난 10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통합파에) 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고, 남경필 경기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유승민 의원에게 당을 살릴 기회를 준 뒤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자강파 하태경 의원이 같은 날 라디오 방송에서 “통합파는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 직전인 2월 정도에 나가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의원도 같은 날 국민통합포럼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당과 가치가 맞다면 협력할 준비가 언제든 돼 있다”며 국민의당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를 우회 압박하기도 했다.

한국당 발 빠른 대응이 관건

김 고문을 중심으로 한 통합파 의원들이 분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강파는 현재 거의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당은 바른정당 통합파가 이른 시일 내에 탈당을 결심할 것으로 확신하고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2일 “곧 (바른정당과) 보수대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공감전략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순실 사태로 보수가 무너진 상황을 재건할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 대표는 “연말이 되면 (보수붕괴 상황에서) 일정 정도 벗어날 것”이라며 “현 정부는 선거로 됐는데 혁명군처럼 행사하는 데 대해 국민들이 ‘잘못돼 간다’고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조만간 민심이 달라질 것”이라며 “우리 당이 보수대통합과 맞물려 구체제와의 단절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른정당 통합파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친박(親박근혜) 청산이란 통합 추진 명분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바른정당 ‘흡수통합’을 주장해왔던 홍 대표는 지난 11일 회의에서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가겠다”며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도 나온다. 양당 통합의 실행 방식 중 하나인 통합 전당대회의 합의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 ‘당 대 당 통합’ 수준의 정계개편은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바른정당의 2차 탈당 사태는 11월 13일 전당대회를 전후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김 고문과 홍 대표가 적극 논의하면서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홍 대표와 김 고문이 바른정당 전대를 중요한 계기로 삼는 이유는 유승민 의원이 당권을 잡을 공산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후부턴 통합 논의의 명분과 실효성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탈당 사태에선 최종 결행 인원이 관건이다. 당초 김 고문 측에선 동반 탈당 인원을 ‘최소 10명’이라고 집계했지만, 내부 상황은 인원을 채우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친박 청산 등의 조건 없이 통합에 찬성하는 의원은 1~2명 수준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인원이 중요한 이유는 탈당 이후의 계파 분포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숫자가 한국당으로 이동해야 주류를 이룰 수 있지만, 3~4명 수준으로 탈당 인원이 정해진다면 막상 복당을 해도 도모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처음 바른정당으로 33명이 탈당할 당시에도 채우질 못했다.

비박계가 최경환·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핵심을 제명하려면 ‘제적의원 3분의 2’를 채워야 한다. “당 대 당 통합으로 바른정당 전원이 고스란히 통합 보수당의 비박계가 된다고 해도 여전히 수적으론 친박계에 열세일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통합’이 추진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연정·정책연대 논의를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당측에 연정은 아니지만 정책연대 내지는 협치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국민의당과의 연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와 관련 보수진영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국민의당과 연정은 아니더라도 연대·협치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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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