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MB정부 비리 전방위 사정…MB, 특단의 반격 카드 통할까

文 “MB정부 비리 적폐청산 대상”…국정원 댓글사건, 사자방 수사 등 압박

MB “때가 되면 나설 것”…노무현 서거 비밀 언급하며 文정부 흔들어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앞세워 박근혜 이명박 전 정부의 비리를 파헤치는데 전력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탄핵 후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사정 칼날은 이 전 대통령(MB)을 향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MB정부 핵심인사를 구속한데 이어 수사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적폐청산위원회를 발족해 본격 활동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는 MB정부 비리 의혹이 봇물처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MB정부 사람들과 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 등 야권 일각에선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 사건을 거론해 맞불을 놓고 있다.

검찰 수사와 여야 정치권 공방의 중심에 있는 이 전 대통령은 줄곧 침묵을 유지하다 최근 “이대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나아가 “때가 되면 말을 하겠다”며 엄포성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 전 정부가 맞선 상황에서 MB 측에서 작심하고 꺼낸 반격 카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등 MB 측의 맞대응에 따라 정국은 또 다시 요동치거나 적폐 청산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文 정부, MB쪽에 압박 수위 높여

문재인 대통령은 당내 경선에서부터 줄곧 적폐청산을 외쳐왔고, 그의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선 적폐청산을 1호 공약으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적폐청산은 현실화되고 힘을 받으며, 제1 청산 대상으로 박근혜 이명박 전 정부 비리가 꼽혔다. 박근혜 정부 문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등에서 다뤄지면서 ‘적폐청산’은 주로 이명박 전 정부 때의 비리에 집중되고 있다. MB정부 국가정보원 및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과 이른바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산비리)’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국정원의 댓글 여론조작과 관련해 MB 최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된데 이어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구속기소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가 초점이 되고 있다.

MB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 탄압,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사찰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MB에 대한 고소ㆍ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월 19일 MB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자신을 ‘종북 인물’로 규정하고 대응 문건을 만들어 실행에 나섰다는 국정원 내부조사 결과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직권남용,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최성 고양시장은 지난 12일 MB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 사찰과 탄압으로 시정 운영에 피해를 당했다며 이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다.

배우 문성근 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인과 방송인 김미화 씨 등은 국정원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보았다며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민ㆍ형사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MB 정부 당시 청와대가 수시로 ‘좌편향’ 문화예술계 인사의 실태 파악을 국정원에 지시했고, 국정원은 이에 ‘VIP(대통령) 일일보고’, ‘BH(청와대) 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진행 상황을 보고한 사실을 찾아낸데 따른 것이다.

‘사자방 수사’는 이 전 대통령을 가장 크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는 야당 시절 4대강 문제와 방산비리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했고, 자원외교 문제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적폐 대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적폐청산위원회를 발족하고 사자방 비리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위원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정책 감사에 불과했고, 자원외교는 자료가 제한돼 한계가 있었으며, 방산비리는 제대로 파헤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기소되는 마당에 성역은 없다”고 밝혔다.

MB의 반격 카드는 무엇?

MB정부에 대한 전방위 사정과 이 전 대통령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압박에 MB 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 정부의 사정이 ‘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라며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적폐청산은 명분이고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는 정치보복이다”고 주장한다. 홍준표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MB한테 있다고 보고 이걸 집요하게 보복하는 것이다”고 했다. 한국당은 11일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맞서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각종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 또는 측근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압박에 정면 대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9월 28일 페이스북에 “요즈음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데 저도 그중의 한 사람”이라고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은 글에서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B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동관 전 수석은 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이 “정권은 한때 지나가는 세력이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발전해나가야 한다. 적폐청산을 앞세운 이런 행태가 과연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내가 지금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때가 되면 나설 것이다. 나설 때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비판하면서 ‘말할 때가 있다’ ‘때가 되면 나설 것이다’ 등 우회적으로 반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언급한 ‘때’와 ‘말’이 무엇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의 반격 카드가 통할지도 미지수다.

MB의 승부수 통할까?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앞세워 자신을 포함한 MB정부 사람들에 대해 전방위 사정을 하는 것을 ‘국익을 해치는 퇴행적 시도’라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무리한 적폐청산을 막기 위해 ‘때가 되면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에서 ‘때’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압박(또는 사정)이 닥친 시기로 추정된다.

관건은 이 전 대통령이 그러한 때에 대비해 ‘할 말’ ‘나서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주변 인물과 정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그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만한 내용으로 전해진다. 즉, 적페청산을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을 향해 겨눈 칼을 거둘 수 있게 할 만한 강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의 실체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후 그의 반격 카드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돌고 있다. 그중 가장 신빙성 있게 전해지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된 얘기다.

이와 관련해 MB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9월 20일 자신의 SNS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불 금품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밤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 책임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정 의원이 자신의 SNS에서 밝힌 것이지만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의 말을 대신 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의 사인(死因 )에 대해 노무현 문재인 사람들이나 일반 국민들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견디기 어려워한 노 전 대통령이 극단의 선택(자살)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일가족,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지인들까지 어려움을 겪게되자 그해 5월 23일 자택의 컴퓨터에 유서를 미리 작성해두고 사저 뒷산(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다른 이유)이 알려지면 문재인 정부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내용을 때가 되면 말할 것(나설 것)이라는 게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위기를 맞자 ‘허언(虛言)’을 한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측근들은 “분명 할 말이 있다”고 반박한다.

이 전 대통령 사람들과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대통령이면 누구나 관여하게 되는 ‘통치자금’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각에선 노무현 정부의 임기말 남북 정상회담(2007년 10월)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것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이 ‘통치자금’ 문제를 거론한다면 본인도 자유로울 수 없어 과연 행동에 나설지에 대해선 회의론도 상당하다. 더욱이 이 전 대통령은 비리 의혹이 있는 자원외교 등으로 국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데 책임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때가 되면 나선다’는 엄포는 일종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승부수’인 셈이다. 즉, 이 전 대통령이 ‘혼자 죽을 수는 없다’는 결의를 내비친 것으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문 대통령 또한 이 전 대통령의 맞대응에 끝장 승부를 벌일지, 아니면 뒤로 물러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승부는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대한민국호의 앞날과도 관련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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