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시달리는 국민의당, 민주당·보수진영 놓고 복잡한 계산

바른정당, 자유한국당과 ‘통합’ 추진설과 회의론 분분

홍준표 안철수 김무성 말 못할 복잡한 속내 신의 한 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숨가쁘게 진행된 중도통합 논의가 열흘 만에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를 둘러싸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당의 통합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민주당이 발 빠르게 대응해 통합논의가 무산된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동시에 향후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른바 ‘빅딜’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책연대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내달 실시될 바른정당의 전당대회를 감안할 때 내홍 등으로 중도통합 논의는 더 이상 진전이 힘들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합을 놓고 시끄러웠던 정치권 상황이 정리되는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향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용두사미로 끝난 통합

국민의당은 지난 25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문제와 관련해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정책연대를 우선 논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통합론에 대해 언론에서 과하게 다뤄진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공유됐다”며 “국정감사가 끝나고 정책연대·선거연대 등과 관련해 당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자는 데 뜻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논의 철회를 공식화했다.

그는 지난 15일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의 회동 이후 불거진 통합 논란에 대해선 “언론이 앞서나가서 생긴 일”이라며 통합논의를 확대해석으로 규정했다.

이어 “바른정당과는 정책연대를 시작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대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대화의 틀을 바꿀 것”이라고 밝히며 ‘통합’에서 ‘연대’로 방향을 옆으로 틀었다.

‘연대안’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통합’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 당의 통합에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통합포럼은 이날 세미나를 열고 공동정책협의체를 구성해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결정, 통합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선 향후 양 당의 중도통합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국민의당의 철회 결정이 안 대표의 정국 구상에 호남계가 정면 반발하면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차후 다시 ‘통합’이 논의된다 해도 당내 분열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바른정당은 11월 내로 깨지게 돼있고, 노적에 불질러놓고 싸라기 몇 개 주워서 통합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제발 지도부가 좀 상황을 현실적으로 봐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통합을 모색한 바른정당도 내부 사정이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바른정당 내 자강파와 보수통합파는 각각 8명이고 관망은 3명, 중도통합파는 1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달 13일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면 당내 현역 의원 중 절반 정도가 자유한국당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통합론이 무산되고 ‘연대구상’으로 새 양상을 보이자 이른바 보수대통합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던 바른정당 내 자강파와 통합파의 역학 구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자강파는 국민의당과의 통합논의를 추진하면서 당내 보수 통합파를 몰아붙였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 이후 본격화할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논의 국면에서는 견제 동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대론’ 安의 그림 맞나

당 안팎에선 '연대론‘이 안 대표의 그림인지 아니면 통합을 둘러싼 내홍을 진화하기 위한 처방인지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밝힌 ‘연대론’을 두고 “안 대표의 구상이 아니라 내홍과 사퇴요구를 진화하기 위한 후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이었던 호남권 중진의원들이 통합론의 급부상에 격한 반발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정책 및 선거연대의 진행 등은 국감이 끝난 후 당내 의원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 등의 과정을 거쳐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통합론 논란 이후에도 박지원 전 대표, 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동영 의원 등은 안 대표를 거세게 비판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통합’이 무산된 이상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추진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연대를 둘러싼 당내 반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 25일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선 김동철 원내대표가 ‘정책연대→선거연대→통합’의 이른바 3단계 통합론 추진으로 당내 의견을 모아가려 했지만 논의 과정 등에 대한 불만 등이 속출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호남권 의원들 사이에선 바른정당 자강파와의 연대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은 바른정당과의 정책 및 선거연대를 일단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민의당 지도부는 통합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던 호남권 의원들 상당수가 연대에는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정감사를 마친 11월 초부터 바른정당 자강파와의 정책선거연대를 놓고 당내 공론화 작업에 돌입한다.

이에 국민의당은 다음주부터 바른정당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당내 논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른정당 통합파의 행보 및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연대론 및 통합론에 대한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또 국민의당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시도당·지역위원장 일괄사퇴를 추진한 안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나오는 등 후폭풍 조짐도 감지된다.

천정배 전 공동대표는 이튿 날인 26일 한 라디오에서 국정감사가 끝난 뒤 바른정당과의 연대 추진 수준을 정하기로 했다면서 “안 대표가 말하는 가치와 정체성이 뭔지가 모호하다”고 언급하는 등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은 명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동영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일괄사퇴안에 대해 “독재적 발상”이라며 “정말 터무니 없는 발상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일정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애초부터 안 대표의 출마가 무리한 등판이었다”며 안 대표의 리더십 탓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일부 중진 의원들의 반응을 고려할 때 바른정당과의 정책·선거 연대 추진으로 중도통합 논란에 따른 일괄사퇴 촉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안 대표에 대한 반발이 호남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만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정감사가 끝난 뒤 예산국회가 시작되면 반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통합’을 대하는 자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설과 연대설로 정치권이 어수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상대로 추진해 온 협치 논의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치 논의는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추진설로 사실상 올스톱 됐으나 최근 “논의가 다시 가동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게 돌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 주변에서는 "민주당이 이번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통로를 이용해 이를 저지하는 작업을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통합설’이 점점 힘을 받자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야당과의 구체적 협치안 마련과 더불어 호남계 의원들을 통해 통합을 저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통합’ 논의에 구경만 하는 자세를 취하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협치의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당 내 대책반의 부재를 비판하는 소리도 들렸다.

이를 의식한 듯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을 향해 “촛불혁명의 완수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의무”라며 “1년 전 국민이 광장에 모은 힘을 이제 국회에서 협치의 문을 활짝 열어 힘을 모아 사회 대개혁을 완수해가자”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약속한 안보 관련 여야정 국정상설 협의체에 안 대표의 의견이 상당수 반영된 만큼 여당은 국민의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해 왔다.

각 당 대표들은 조속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지난 9일 한국당을 제외한 원내대표단이 식사 자리를 한 차례 가진 것 외에 더 이상 진행된 것은 없다.

협의체 구성이 지지부진하자 우 원내대표가 제안한 ‘개혁입법연대’ 협치 요구에도 국민의당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내부가 ‘협치제안’보다 ‘통합논의’라는 사안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동시에 국민의당이 구체적인 협치안 없이 막연하게 협력관계만 이야기하는 여당과 특별히 논의할 게 없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사안마다 협치는 뒷전으로 하고 야권과 신경전만 벌여왔기 때문에 민주당의 협치 노력은 진실성이 부족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23일에도 두 당은 특별 감찰관과 방송통신심의위원 임명을 놓고 이견차를 보였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4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최초로 임명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해임된 이후 1년 가까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며 여당에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별감찰관은 원내수석들 합의로 여당이 추천하고 야당이 비토권을 갖기로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당초 여야 4당은 추석 전 원내수석부대표간 회동을 통해 특별감찰관을 여당에서 추천하되 야당에서 해당 인사에 대한 무제한 비토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3명을 선정하기로 했다. 최종 3인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야권은 여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별감찰관이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족과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직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만큼 여당이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협조를 약속했던 사안마다 이견 차이로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세월호 2기 특별조사 위원회 구성에 초당적 협력을 각 정당에 제안, 연석 회의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회동은 열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5·18 진상규명 특별법 등 개별 법안에서 국민의당과 공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민주당과의 연정보다는 바른정당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면서 여당의 협치안은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아 그야말로 ‘무늬만 협치’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여권과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민주당도 점점 조급해지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투트랙 여야정 협의체’와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간 개혁 입법 연대로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의 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 또한 정의당이 반발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지도부는 11월 입법·예산 국회를 앞두고 국민의당과의 협치 문제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협력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협치 테이블로 끌어내지 못한 상황에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연대관계를 본격화할 경우 민주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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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