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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 내부 보고서, MB정권 비자금 수사 임박

수백억원 기금 증발 자금 용처 아무도 몰라

김재철 전 사장의 입, 이명박 정부 비리 핵심 단서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당시 MBC의 주요 경영진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본격화하자 여기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 2차장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백종문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나타난 백 부사장은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하며 조사실로 향했다.

백 부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이 재임하던 2010∼2013년 MBC 편성국장ㆍ편성제작본부장 등을 맡았고 김 전 사장이 퇴임한 후에는 미래전략본부장을 지냈다. 지난해에는 백 부사장이 일부 기자와 PD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우용 전 MBC 라디오본부장도 오전 10시 53분쯤 중앙지검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국정원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느냐’, ‘PD들 명단을 국정원에 제출했느냐’는 등의 질문에 일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전 본부장은 2011년 2∼11월 라디오본부장을 맡았다. 이 시기 MBC에서는 김미화씨, 윤도현씨 등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해 논란이 있었다. 적폐청산TF는 당시 MBC 경영진의 결정을 국정원의 개입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김미화씨와 윤도현씨는 일명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연예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장악 음모

TF 조사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은 방송사 간부와 프로그램 제작 일선 PD 등의 성향을 파악하고 정부 비판 성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교체하는 등 구체적인 인사 개입 방향을 담은 다수의 문건을 생산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MBC에서는 간판 시사 프로그램의 폐지, 기자ㆍPD의 해고 등 사건이 발생했다. 2012년 파업 이후에는 참여 직원들이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되며 인사권 남용 논란이 있었다.

검찰은 백 부사장과 이 전 본부장을 상대로 각종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특정 출연자·제작진을 교체하는 과정에 국정원 관계자나 김재철 전 사장 등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 초부터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과 관련해 김재철 전 MBC 사장 등 공영방송사 전 경영진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여왔다.

최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김 사장을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해 본격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사장에 대해 피의자 전환 조사를 벌일 경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10년 2월 MBC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의 취임 후 MBC는 ‘PD수첩’을 비롯한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박성제ㆍ이용마 기자, 최승호 PD 등을 해고했다. 해고 등에 반발해 파업에 참여한 기자와 PD 등 직원들도 대거 스케이트장 등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보되면서 인사권 남용 논란이 일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28일 김 전 사장 등 MBC 전·현직 경영진의 부당 노동 행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이들을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부당 노동 행위 자체보다는 김 전 사장이 이 같은 행동에 나서는 데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가정보원과 긴밀한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 전 원장 지시로 국정원은 2010년 3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여기에는 김 전 사장이 MBC 사장에 취임한 것을 계기로 공영방송 잔재 청산, 고강도 인적 쇄신, 편파 프로그램 퇴출 등에 초점을 맞춰 MBC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MBC 관계자들은 김 사장이 국정원의 방침에 따라 행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최승호 전 MBC PD는 지난달 26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그동안 김재철 전 사장과 간부가 MBC 파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국정원 문서를 보니 거기 나온 대로 실행했음을 알게 됐다”며 “김 전 사장은 국정원의 ‘아바타’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김 전 사장은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인 방송인 김미화씨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하는 등 국정원이 만든 ‘연예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의 출연을 봉쇄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맡았던 MBC PD들과 라디오본부장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해 '윗선'의 지시에 따라 김씨가 하차하게 됐다는 취지의 진술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사장 외에도 MBC의 다른 고위 경영진과 당시 KBS 핵심 경영진도 여러 명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어 조만간 결정적 진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국정원TF는 2010년 5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만든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등 문건에서도 특정 기자·PD들을 ‘블랙리스트’ 올려놓고 지방 발령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게 한 내용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각종 불이익을 당한 기자, PD, 연예인 등에 대한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앞으로는 당시 방송국 고위 관계자들을 본격적으로 부르는 단계를 지나 구속수사 대상자를 선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방위 압박하는 검찰

검찰은 지난달 30일 방문진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당시 MBC 경영진의 교체 경위 등과 연관된 각종 문서와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최근에는 해당 업무와 관련한 방문진 이사들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을 상대로 MBC의 인사에 관여한 일이 있는지, 이 과정에서 국정원과 공모했는지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최근 방송장악과 관련, 주목을 끄는 부분이 있다. 바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해임이다.

MBC 관리 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 2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했다.

또 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에 고 이사장에 대한 이사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고 이사장은 이날 이사장에서 물러나게 된 것뿐 아니라 방통위가 이사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면 이사에서도 해임된다.

이로써 지난 9월 8일 유의선 전 이사가 MBC노조와 주변 압력에 못 이겨 사퇴한 지 56일 만에 여권 중심의 방문진 재편 작업이 완료됐다. 방문진은 이르면 오는 8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는 야권 추천 유의선·김원배 전 이사 사퇴 이후 여권이 새로 추천한 김경환·이진순 신임 이사 참여로 여권이 전체 이사 9명 중 5명의 수적 우위를 차지한 상태에서 다수결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고 이사장은 회의에 불참했으며, 야권 추천 권혁철·이인철 이사는 고 이사장 불신임의 부당함을 주장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김광동 이사는 표결 직전까지 남아 고 이사장에게 해명 기회를 줄 것과 이사 해임 건의는 처리하지 말 것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문진 이사회는 이날 여권 추천인 이완기 이사를 후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달 사퇴한 김경민 전 KBS 이사의 후임으로 여권 추천을 받은 조용환 변호사를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조 변호사는 한국인권재단 사무총장과 방송위원회 비상임 위원을 지냈으며 민변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민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 후보가 됐다가 당시 새누리당 반대로 임명이 부결됐다. 조 변호사가 가세함에 따라 KBS 이사회는 야권 추천 이사 6명, 여권 추천 이사 5명으로 재편된다.

전 정권의 국정원 방송장악은 검찰이 입수한 내부 감사문건에서 드러나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문건이 고 이사장이 작성한 문건이라는 점이다.

2015년 8월 17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10기 이사회가 출범했다. 당시 고영주 신임 이사장은 MBC의 관리감독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해왔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2년 방문진에 합류한 이후 3년 만에 이사장직에 올랐다. 방문진 합류 이후 3년 동안 방문진 감사로 활동한 그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해왔다. 그가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방문진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살펴보면 검찰 수사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수상한 자금 운용

고 이사장은 지난 2012년 8월 방문진 감사로 선임될 당시 “좌편향된 MBC의 공정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012년 당시 MBC는 내부적으로 혼란한 시기였다. 노조에서는 김 전 사장에 대해 ‘청와대 낙하산’ 논란이 일며 퇴진 운동까지 일어났다. 이때 MBC 노조는 170일이라는 창사 이래 최장기 파업을 벌였다. 이후 감사원은 MBC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하며 김 전 사장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를 포착하기도 했다.

이때 방문진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인물이 바로 고 이사장(당시 감사)이다. 최근 검찰이 조사중인 감사보고서는 고 이사장이 2013년 4월에 작성한 ‘2012년도 감사보고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사장이 2012년 8월에 선임된 이후 방문진 감사로서 첫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법 제7조 3항에 근거해 연 1회 이상 정기 감사를 실시한다. 방문진 감사가 작성한 ‘방문진 감사보고서’는 대외비로 분류돼 있다.

‘2012년도 감사보고서’에는 김 전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통과시키기까지 과정과 MBC 노조의 최장기 파업, 그밖에 MBC 구성원들의 크고 작은 배임 사건이 담겨 있다.

또 보고서는 “지난 한 해에 MBC에서는 크고 작은 회계부정 사건들이 줄지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MBC 대주주 방문진은 그 내용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서류를 보고서야 아는 수준”이라고 적혀 있다.

또 “감사과정에서 살펴본 결과 MBC는 대주주인 방문진의 존재를 전혀 개의치 않고 있으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보고를 하고 있다”며 “따라서 방문진은 MBC가 원칙에 따라 보고를 하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처벌을 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방문진의 부실한 내부 상황도 적시돼 있는데 “방문진은 이사장을 톱으로 이사 9명, 감사 1명과 사무처장 및 사원 8명(2015년 현재 사원은 15명 정도)으로 이뤄져 있다. 4000명이 넘는 사원을 거느린 대주주로서의 방문진의 실상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라며 “방문진 구성원 보직을 보면 한 군데에 10여 년 동안 한자리에서 붙박이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무,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다는 것은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트린다”고 보고서에 나와있다.

무엇보다 방문진 내부 상황에 대한 분석은 ‘방문진 운영 기금’이 허술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MBC 이익잉여금 등으로 조성되는 방문진 운영 기금은 2012년 12월 말 기준으로 810억여 원가량으로 파악된다.

보고서에는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기금관리상의 리스크는 상상을 초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더욱이 한 사원이 10년 넘도록 근무하면서 800억 원이 넘는 기금을 관리하게 한 것은 일반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방문진은 당시 경영관리팀 담당자 1명이 통장, 도장, 법인 인감 등을 관리하며 8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기금에 대해 회계처리, 세무처리, 자금운영, 자금관리, 지출업무 등을 도맡고 있었다.

또 회계업무도 담당직원과 사무처장 결재 라인이 끝으로, 막상 방문진의 수장인 이사장은 기금 처리에 대해 어떠한 결재도 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2012년 12월 말 기준으로 방문진은 810억여 원의 기금을 일반 예금상품에 633억 원, 국공채에 120억 원, 파생상품에 57억 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이 같은 예금이나 투자는 모두 사무처장 단독 전결로 처리한 정황이 나타난다.

2012년 11월 29일 ‘경영관리담당-12-00178’에 따르면 방문진은 토지주택채권 및 국고채 등 184억여 원을 매도했는데 사무처장 단독으로 처리했다.

또 2012년 12월 28일에는 정기예금과 MMF에 110억여 원의 기금을 예치했는데 이 역시 사무처장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독단적 결정으로 수백억 원을 운용하게 방치하면 현 조직 체계상 상호 견제·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회계 부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라고 감사보고서에 언급돼 있다.

이처럼 기금이 허술하게 운용되고 있는 가운데, 방문진이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도 한 증권사가 ‘독점’한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문진은 수년여 전부터 A 증권사 한 곳에만 독점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방문진은 A 증권사 ELS에 57억여 원, 물가연동국채에 39억여 원, MMF 154억여 원 등 250억여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방문진과 A 증권사가 남다른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방문진의 운용 기금은 당시 감사 때보다 훨씬 규모가 커져 1000억 원대를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문진 운용 기금은 공영방송인 MBC에서 나오는 만큼 ‘공적 기금’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같은 기금을 확실한 시스템 없이 부실하게 운용해온 것은 그와 관련된 여러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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