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 정권 핵심부 겨냥에 떨고 있는 친박ㆍ야권

최경환 의원 조사 친박 향한 검찰 수사 신호탄 해석

국정농단 관련 재판 선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모 혹은 개입을 인정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의 측근들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유죄판결을 잇따라 받음에 따라 향후 박 전 대통령이 재판과 검찰수사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 15일 최순실(61)씨에게 청와대 기밀문건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의 범죄행위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를 통해 이뤄졌음을 분명히 했다. 그간 정 전 비서관은 재판 과정에서 문건 유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건건마다 지시하지 않았다며 공모 관계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공모관계는 상호 간 암묵적 동의만 있으면 되고, 행위 및 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만으로도 성립한다”며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의 암묵적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공모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힌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드레스덴 연설문’, ‘해외순방 일정표’ 등 비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도중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 사건은 사실상 5월 초 증거조사가 마무리됐지만, 공무상 비밀누설의 공범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 재판 때문에 5개월 넘게 심리 종결을 미뤄왔다.

그러다 지난달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에 반발해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하자 재판부가 분리 선고를 결정했다.

측근들의 외면 위기의 박근혜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영)은 지난 14일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2015년 6월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는 지시가 있음을 인지하고’라는 내용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문 전 장관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만 인정했고 청와대 개입 여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검찰의 박 전 대통령 공소사실에 문 전 장관이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은 청와대 경제수석 및 고용복지수석비서관실 지시를 따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선고(12월6일)를 기다리고 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역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은 박 전 대통령에 의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지난 8일 결심공판에서 “삼성의 센터 후원은 (김 전 차관 주도가 아니라) 최씨 요청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부탁해 이뤄졌다는 게 이 부회장 판결에서 이미 반영됐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무죄를 호소했다.

이 역시 박 전 대통령 공소사실에 기재된 부분이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소위 ‘안가’에서 이 부회장에게 승계작업을 도와주겠다면서 “영재센터에 돈을 지원하라.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에게 지원하게 하라”고 말했다.

따라서 다음달 6일 나오는 선고에서 재판부가 김 전 차관 측 주장을 반영한다면 박 전 대통령에게는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씨 등 국정농단 공범들의 판결에서 유사한 사례가 나온다면 박 전 대통령은 벼랑 끝에 설 수밖에 없다.

최측근 최경환 검찰조사 임박

박 전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면서 그 측근들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여러 혐의가 법원 재판에서 인정될 경우 측근들에 대한 추가 검찰 조사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곧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최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측근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국정원 특활비 1억여원을 건네받은 의혹과 관련해 조만간 최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 의원에게도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승인을 얻어 최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고, 이를 입증할 증빙 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기 전 원장도 2014년 10월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던 최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하겠다는 이 전 실장의 보고를 승인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검찰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원장은 당시 예산안 심사 등의 과정에서 야권 국회의원들이 국정원 특활비를 문제삼으며 축소를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을 도울 적임자로 최 의원을 선택했다고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이 예산 편성권을 쥔 정부 책임자일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 핵심실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동료 의원들에게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정원이 예산 편의를 바라며 일종의 로비 개념으로 최 의원에게 특활비를 건넨 만큼, 이는 대가성을 지닌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최 의원에게 특활비를 전달했다는 내용이 기재된 국정원 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도 확보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 중이다.

조사 결과 이렇게 전달된 돈이 국정원 의도대로 다른 국회의원들에 대한 로비에 사용된 정황이 포착된다면 다수의 정치권 인사가 연루되는 뇌물ㆍ알선수재 의혹 사건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말이 사정기관 주변에 파다하다.

한편 박근혜정부가 대기업을 압박해 보수단체를 지원토록 했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대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될 조짐이다.

검찰은 최근 KT 임원들을 전격 소환하며 KT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데 이어 다른 기업에 대한 조사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현대자동차·SK·CJ그룹에 이어 다른 대기업으로까지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고 있어 어디까지 수사가 미칠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날 KT의 대외지원담당 상무 이모씨와 검사 출신 변호사인 법무담당 상무 장모씨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KT의 최근 수년간 사회공헌기금 사용내역을 제시하며 박근혜정부 시절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해준 경위를 확인했다. 또 이 같은 지원의 배경에 정부 차원의 대가가 있었는지, 보수단체 지원 당시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도 캐물었다.

검찰은 이들 대기업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정부의 요구에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것을 두고 그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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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