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법원 무죄판결에 미소짓는 홍준표 대표(왼쪽)-이완구 전 국무총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洪 날개 달고 李 정치 재기 발판 마련…친홍·복당파-이완구·친박 양립 전망도

洪 중심 지도부 체제 개편 통해 공천권으로 당 장악 가속화할 듯

이완구, 정치적 부활 가능해져…지방선거 이후 화려한 복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2년8개월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 22일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홍 대표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 항소심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추상적이고, 일부 내용이 바뀌었다며 진술 신빙성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해 홍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는 당시 1억원을 홍 대표에게 전달하려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갔다고 진술하면서도 당시 회관이 공사 중이라는 구체적 사실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를 판결한 2심 선고를 확정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꼬리표를 떼고 자유한국당을 이끌어 갈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 향후 친박 인적 청산 등 당 장악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 역시 국무총리직 사퇴 이후 길고 길었던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나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날개 단 洪, 공천권 쥐고 친박 청산·당 쇄신 가속화

홍준표 대표는 무죄 판결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 2년 8개월 동안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휘말려 폐목강심(閉目降心.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힌다)의 세월을 보냈다”며 “저를 둘러싼 음해와 질곡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제 한국 보수우파를 중심으로 이 나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요즘 검사들은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만들고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 공판 과정에서 확정된 검사의 증거조작 혐의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이끌었던 특별수사팀장은 현 문무일 검찰총장이다.

자유의 몸이 된 홍 대표는 당내 친박 청산에 더욱 가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 핵심인 서청원·유기준 의원을 비롯해 엄용수·배덕광 등 현역의원 4명을 포함한 전국 당협위원장 62명 교체를 단행했다. 22일 열린 당무감사 재심에서도 “오류가 없다”며 기각 처리했다.

홍 대표가 당 대표직을 유지하게 됨으로써 당내 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략 공천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달 17일에는 “인천시장은 (한국당 소속 현 유정복 시장) 여론이 좋다. 거기서는 경선도 안할 것”이라며 공천을 확정지은 듯한 발언까지 내뱉었다. 공천 과정에서 자신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낸 것이다. 최근에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홍 대표를 만나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들을 소개하는 등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줄세우기’ 논란이 일자 홍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하고 아무리 가까운 이라도 예선이나 본선의 기본요건이 안 되면 컷오프될 수밖에 없다”며 “친소관계를 떠나 대의멸친의 자세로 당 혁신과 이기는 공천으로 지방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의 설명에도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로의 권력 쏠림 현상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친박의 반발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모습도 보였다.

대법원 판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 대표는 같은 날 오전 김태흠 최고위원의 ‘홍준표 사당화’ 발언에 “자기 생각하고 다르다고 걸핏하면 삿대질하고 고함지른다”며 “앞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같은 날 “지방선거에 나갈 뜻이 있는 이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재만, 이철우 최고위원은 모두 연말까지 사퇴해야 한다”며 친박 이재만 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내년 초 최고위원 물갈이를 통해 친홍(親洪) 지도부 체제 구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완구, 암흑기 지나 재기 발판 마련…洪 “돕겠다”

이완구 전 총리의 무죄판결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일단 환영의 뜻을 비쳤다. 홍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총리도 명예회복을 원할 것”이라며 “우리 당에서 돕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전 총리가 자유의 몸이 되면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총리 측근은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면서 정치 재기 가능성을 남겨뒀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선택지는 내년 재보궐 출마다. 현재 충청지역에는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충남 천안갑)이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 아산갑 이명수 의원(3선), 공주 부여 청양 정진석 의원(4선), 홍성 예산 홍문표 의원도 보수 진영 충남 지사 후보로 꼽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의원직을 던지고 지방선거를 출마할 경우 이들 지역구도 지방선거와 함께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나 이 전 총리 측근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에 나갈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3선에 국무총리까지 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금배지를 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정중동 행보를 보일 뜻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내년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은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보수 진영의 적임자를 자처하며 이 전 총리가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때 충청을 대표했던 그의 등장은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보수 진영에서 반가워할 만한 카드다. 이 전 총리가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에서 세력이 축소된 친박에서 이 전 총리를 후방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충남 청양 출신인 이 전 총리는 1974년 행정고시(1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경찰제복으로 갈아입고, 홍성경찰서장과 충북지방청장, 충남지방청장을 지냈다. 1995년 정치권에 뛰어든 이 전 총리는 15대, 16대 국회의원을 거쳐 2006년 충남지사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일 당시 이에 반발해 지사직을 던졌고 2013년 재보궐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이어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까지 임명됐으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70일만에 총리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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