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통한 해외사업 수주 빅딜 놓고 거액 뒷돈 정황

MB정부 핵심 관계자 겨냥한 사정의 칼 깊이 들이대어질 전망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검찰 안팎에선 새해 초부터 이명박 정부의 해외사업에 대한 수사가 본격 진행될 것이란 말이 돌고 있다.

일부에선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해외사업비리 수사를 위해 당시 추진됐던 해외 사업을 다시 사정기관이 분석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수상한 해외자금 추적

정부는 지난 11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81개 해외 자원개발사업 실태조사에 전격 착수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정부 비리의혹과 관련,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비리 핵심으로 꼽힌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이었던 만큼 이번 실태조사가 MB정권 적폐청산을 위한 기초작업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원개발 3개 공기업이 보유한 81개 사업의 실태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각 사업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해 그동안 논란이 돼온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게 목적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지난 11월 13일 ‘해외 자원개발사업 실태조사’ 외부용역을 발주 공고했다. 이번 용역은 자원개발 3개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한 뒤 타당성 재평가 대상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자원개발의 거버넌스도 새로 정립하는 등 자원개발 정책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는 게 산업부의 방침이다. 용역은 내년 6월까지 수행된다.

전격적인 실태조사 착수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산자부의 조사 내용이 결국 검찰의 수사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외적으로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실을 걷어내는 구조조정이지만 애초 추가 비리가 적발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어서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조사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MB정권 핵심층과의 비리연루 가능성이 확인되면 이에 대한 사정기관 수사가 전 정권 핵심인사들을 겨냥해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해외 자원개발은 ‘적폐 청산’의 하나로 천명하고 관련 테스크포스팀(TF) 조직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사업 등 지난 정권 국정운영의 문제점 73건을 적시한 적폐 리스트를 작성한 바 있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부실 여부를 검증하는 민관합동 TF를 만드는 등 관련 대책을 세우기 위해 당정협의 추진방안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첫 번째 목표는 주먹구구 방식으로 진행된 ‘부실’ 투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2015년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자문사로부터 G 사업의 채굴활동 금지 가능성에 대한 자문을 받고도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도 2010년 B 사업 인수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 등 재무 영향에 대한 검토도 없이 사업을 추진해 604억원의 이자를 물어야 했다. 3조1000억원으로 예상됐던 2008년에서 2014년까지 해외 자원개발 예상적자도 12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자원개발 공기업이 짊어진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유공사의 이자 부담액은 2015년 결산 기준 자기자본인 4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3조2300억원이다. 무분별한 해외 자원개발 투자로 2008년 이후 자원 3사가 부담해온 이자만 5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2007년 103%였던 광물공사의 부채비율은 2015년 6,905%로 치솟았고, 급기야 지난해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07년 64%에 불과했던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16년 529%까지 올랐다. 가스공사도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228%에서 325%로 상승했다.

자원개발 공기업 3사(社)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얻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가진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의 지분생산량 중 20%에 불과한 6만b/d(1일당 배럴)만이 비상시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산업부는 79%인 23만6,000b/d를 들여올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원개발 공기업 3사의 기대 현금수입도 당초 예상보다 14조5000억원이나 밑돌았다.

MB의 해외사업 실체추적

이처럼 우왕좌왕하기를 반복한 탓에 해외 자원개발은 발전이 아니라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09년 포스코와 손을 잡고 볼리비아에서 리튬 추출 사업권을 따낸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의 성공 사례라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비리’라는 낙인이 찍혔고 볼리비아 정부의 계약조건 변경 요구 등이 겹치면서 광물공사는 결국 2013년 사업을 포기한다. 바로 그해 볼리비아는 중국과 리튬 배터리 공장 건설 계약을 맺는다. 그 이후 전기차 급증 등의 이유로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포스코 등 우리 기업은 리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원 개발률은 바닥일 수밖에 없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유·가스자원 개발률은 15.5%로 2010년(10.8%) 대비 4.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프랑스(105.0%, 이하 2010년 기준)와 중국(30%), 일본(24.7%)을 비교해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는 여러 해외사업을 추진했는데 그 중 사업비 200억 달러(원화 24조원)에 달하는 터키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공사 수주 등을 놓고 관련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터키 원전 공사는 당초 일본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우리나라 쪽으로 다시 협상 카드가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이 전 대통령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터키 시노프(Sinop)지역의 원전 건설 사업 재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각에서는 “제 2의 UAE 원전 사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동시에 현 정부의 해외 사업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며 의혹의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는 여론도 많았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된 ‘자원외교’와 관련해 핵심 측근인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 등이 개입한 해외 사업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상득 전 의원은 볼리비아 대통령을 만나 리튬 개발 사업 진출을 모색했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 불투명한 돈의 흐름이 있었다는 게 당시 정보 관계자들의 견해이다.

박영준 전 차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나, 콩고 등에 자원외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를 거둔 사업은 없었다. 당시 박 전 차관과 STX 커넥션 의혹이 사정 기관 주변에 회자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때는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캄차카 유전개발 참여와 관련해MB정권과의 비리 의혹이 검찰 주변에서 나돌기도 했다. MB정권이 위기에 처한 경남기업을 봐주는 조건으로 자원 개발과는 무관한 경남기업이 유전개발에 참여하는 과정에 MB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검은돈'을 챙겼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처럼 MB정부의 화려한 해외사업 이면에 감춰진 의혹이 문재인 정부 들어 속속 드러날 조짐을 보이면서 사정 정국의 회오리와 함께 MB정부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사정의 칼이 깊이 들이대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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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