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ㆍ통합신당ㆍ개헌’ 3대 화두… ‘정치 정상화’ 원년 돼야 현안 해결

남북관계 해빙 분위기…북핵 문제 여전, 문 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유동적

국민의당ㆍ바른정당 통합 가시화…양당 내부 문제 심각, 통합신당 ‘가시밭길’

문 대통령 개헌 단호…한국당 반대, ‘야당의 산’ 넘지 못하면 개헌 물 건너가

2018년 새해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남북대화, 통합신당, 그리고 개헌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당국자 만남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9일 2년여 만에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됐다.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회담 개최, 군사 당국회담과 다양한 분야의 교류 활성화, 남북 고위급 회담 및 각 분야 회담 개최라는 3개 항에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열린 신년 회견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국제사회와 공조하며 남북 대화의 속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과 대화가 시작됐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제재는 맞춰 나가겠다”면서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제재를 완화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며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연합뉴스)
北, 평창 올림픽 참가…남북관계 청신호, 걸림돌 제거해야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저는 당장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며 “임기 중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도 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신중한 접근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확인됐다. 두 정상은 10일 통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지속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고위급 회담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 미국의 역할에 감사를 표시했다. 한미 공조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실리적 접근을 취한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의 (강경한 대북) 태도가 아니었다면 그것(남북대화)은 없었을 것이다”고 했다.

여하튼 새해 벽두부터 부상한 남북 대화는 두 개의 관전 포인트를 제시한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문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 속에서 주도권을 갖고 한반도 여정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조짐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큰 성과다. 일단 평창 겨울올림픽(2월 9~25일)과 패럴림픽(3월 9~18일)이 끝나는 3월 하순까지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문 대통령은 작년 7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인위적인 통일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6.2%)이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이 참석하는 평창 올림픽을 통해 이런 한반도 구상이 실현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 낸다면 일단 운전자론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과연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연결될 수 있느냐 여부이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 간 통화 발표 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와 상황에서 북미가 대화하는데 열린 자세를 보였다”고 확인했다. 여하튼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이 그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비핵화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11일 전화 통화에서 남북대화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넘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평화 정착으로 이어지도록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시 주석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가 같이 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난관은 여전히 상존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발언은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전략적 목적 달성에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함축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 직접 협상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남북대화는 항상 그랬듯 이산가족 상봉이나 인도주의적 문제 같은 비핵화 외의 문제를 다뤄왔다”며 “핵 문제가 남북대화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남북 간 대화의 전제조건이 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했던 북한의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회담 말미에 “비핵화 대화 재개”를 꺼내자 “얼토당토않다”고 반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올림픽 참석과 핵 무장 완성은 별개라는 인식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 복원의 첫발을 뗐지만 남북 대화를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한반도 운전자론’은 탄력을 잃고 미국이 대북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코리아 패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것처럼, 안보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야당에게 제공하면서 담대한 안보 협치를 구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가 순항하고, 박근혜 정부가 세수를 충분히 확보해줌으로써 복지 확대로 연결되는 소득주도 성장의 시동을 걸 수 있었고, 보수는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호적인 통치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과 같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평창 올림픽 이후 북한이 핵 실험 등 도발을 강행하면 민심은 요동칠 수 있다. 더욱이 안보가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협치와 통합을 무시한 채 극단과 배제의 정치에 함몰되면 지방선거에서 의외로 고전할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가 무술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오른쪽)가 1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분야 정책간담회에서 김세연 의원에게 악수를 청하는 모습.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 유 대표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연합뉴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급물살…내부 문제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안철수 대표가 11일 김동철 원내대표, 박주선 국회 부의장 중심의 통합 중립파가 제시한 중재안을 거부하고 전당대회를 위한 당무위를 소집하는 등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강행하는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통합 중립파는 ‘안철수 대표 2선 후퇴, 공정한 전대 개최’라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정당은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도리 아니냐. 반대하는 이유는 납득이 안된다”며 “전당대회 등 통합 절차나 시기를 늦추기 힘든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 대표의 이런 강행에는 통합 상대인 바른 정당 유승민 대표의 요구가 한몫했다. 유 대표는 안 대표가 대표직을 계속 고수하기를 희망했다. 통합 찬성파의 ‘정면 돌파’ 움직임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통합 반대파 역시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안 대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유 대표의 아바타구나 라는 생각은 한다”고 비판했다. 장병완 의원은 “안 대표를 추종하는 세력이 모여 개최하는 전대를 우리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을 반드시 만들어내자”고 말했다.

이처럼 통합 찬반 대립이 격해지면서 전당대회 개최가 가능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당대회 의장을 통합 반대파인 이상돈 의원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통합 반대파에서는 통합 찬성 측에서 전당대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대표 당원 명단을 재조정하거나, 전대가 아닌 전당원투표로 합당을 의결할 수 있도록 당헌ㆍ당규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합의 걸림돌은 국민의 당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바른정당도 통합 내홍을 겪고 있다. 유승민 대표의 복심이라고 불리었던 김세연 의원이 탈당해서 한국당으로 복당했고, 남경필 경기도 지시도 통합에 반대하면서 탈당했다. 안보관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터져 나오면서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기는커녕 잇따라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유승민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가 통합 전망을 어둡게 할 뿐만 아니라 통합 시너지를 차단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유 대표는 새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통합 결심이 서지 않았다”며 통합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대표가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양당의 안보정책 차이는 향후 통합논의에서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안보 위기가 심각한 이런 상황에서 안보 위기 해법에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과 정당을 같이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한마디로, “국가 안보에 대한 정체성은 비슷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미 양당의 통합논의 공식기구인 ‘통합추진협의체’까지 구성된 마당에 통합논의의 한 축인 유 대표의 이런 모호하고 전략적인 언급은 사실상 통합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합 신당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 리얼미터의 1월2주차 주중집계(8~10일)에 따르면, 국민·바른 통합정당을 가정한 잠재적 정당지지도 조사결과, 더불어 민주당이 49.1%, 한국당은 15.3%였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당은 11.2%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5.2%,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반대당은 3.8%에 불과했다. 주목할 것은 현 국민의당 지지층의 통합당 이동 규모가 지난주에 62.6%에서 51.1%로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통합 찬반을 둘러싼 국민의당 내부의 이전투구가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국민의 당이 통합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995년 9월 김대중(DJ) 총재가 택한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통합 반대파와 정치적 빅딜을 하는 것이다. 1992년 대선에서 낙선하고 정계를 은퇴하였던 DJ는 1995년 6월 27일에 실시된 제1회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들을 적극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조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광역자치단체장 4명, 기초단체장 84명, 광역의원 352명을 당선시키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DJ는 그 해 7월 17일에 정계 복귀와 신당(새정치국민회의)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1995년 9월 11일에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95명 중 65명이 탈당해 신당에 참여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는 공식 창당됐다. 당시 DJ는 당사를 포함해 모든 것을 민주당에게 양보했다.

이런 전례에 따른다면 안철수 대표는 통합에 찬성하는 비례 대표 의원을 제명 또는 출당한 다음 모든 것을 국민의당에 양보하고 바른정당과 함께 신당을 만드는 것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전당대회를 치르지 않고 통합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한계는 10명 정도로 예상되는 통합 중립파 의원들이 과연 안 대표와 동참할지가 확실하지 않다. 이들의 지역구 대부분은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당을 떠나기는 쉽지 않다.

또 다른 방식은 안 대표가 이상돈, 박주현, 장정숙 의원 등 통합을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해주면서 이들이 박ㆍ정ㆍ천(박지원, 정동영, 천정배)이 주도하는 개혁신당에 합류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 대가로 자신들이 원하는 전당대회를 열수 있도록 정치적 거래를 하는 것이다.

통합을 둘러싼 내분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안 대표와 유 대표 모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통합을 추진 중인 안 대표와 유 대표를 향해 “안철수는 아이 같고, 유승민은 고집이 세다”고 지적했다. 두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통렬하게 지적한 것이다. 정치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라는 것을 두 대표가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개특위ㆍ사법개혁특위’ 회의에서 여권의 개천 추진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개헌 적극적…한국당 반발로 현실화 불투명

문 대통령은 신년 기지회견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합의를 기다리는 시한을 2월말로 제시했고, 만약 국회가 의지를 가지고 정부와 협의가 된다면 최대한 넓은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함께 합의가 되지 않고 만약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게 된다면 국회의 의견도 받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단계적 개헌론에 대한 구상을 밝힌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이렇게 단호한 입장을 밝힌 이유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70%가 개헌을 찬성하고, 80% 이상이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산을 넘지 못하면 개헌은 물 건너간다. 개헌을 정부가 발의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국회의원 3분의 2(66.7%)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개헌안에 반대하는 한국당의 의석이 117석(39.0%)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개헌과 관련해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좌파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고 반대한다. “정부가 국가 50년, 100년을 좌우할 투표를 지방선거에 함께 ‘곁다리 투표’로 진행하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지방선거에 개헌투표를 진행하려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끝나고 연말까지 여야 합의로 개헌할 것”을 약속했다.

홍 대표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개헌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서는 여야가 개헌의 시점과 내용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지방선거와 개헌을 동시에 할 경우 선거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홍 대표는 17개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 6개 지역을 지켜내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히 도지사, 시도의원, 기초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고 자유대한민국?지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선거”라며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좌파(종북) 대 우파(자유)’의 대결 구도로 만들어 보수의 결집을 통해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여당=개헌지지 세력’ ‘야당= 개혁 반대 세력’으로 프레임이 만들어져 지방선거와 개헌이 동시에 치러지면 한국당이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홍 대표는 동시 투표를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정부 여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야당은 국민이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을 뽑고, 내치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담당하는 이원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여야가 접점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여하튼 대통령이 개헌 포문을 열었기 때문에 당분간 개헌 정국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남북 대화가 탄력을 받고, 보수는 분열되어 인재 기근에 허덕이고 소수 정당간의 통합 논의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개헌 욕구가 분출되면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도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는데 더 기울어지면 야권은 회복 불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운동장이 심하게 기울어지면 오히려 갈등과 대립의 정치가 일상화되면서 정치 불안정이 가속화된다. 이렇게 정치 불안정이 고착화되면 현 정부가 내세우는 국정 운영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가 망가지면 경제는 위축되고 안보는 불안하며 사회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표류할 수 있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보다 정치가 정상화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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