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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창올림픽 ‘남북경협 밑그림’ 실체

北 평창행 ‘남북 경협’ 최우선…文정부 긍정적, 북미 대결 ‘걸림돌’

북한 경제통 전종수 ‘모종의 역할설 ’… 남북경협, 경제특구 현실화 주목

현송월 등 경의선 육로, 강원-금강산-원산 루트 ‘물류’ 기반 전망

남북 교역 위해 5ㆍ24조치 해제 요구돼…북미 대결 땐 남북 해빙 ‘물거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후 27개월 만에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선수단ㆍ예술단 관계자들이 남북을 오가는 등 해빙 무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회담 관계자들과 쳬육ㆍ예술계 인사들의 행보 이면에 담긴 메시지다.

<주간한국>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주된 이유가 수소폭탄 실험에 따른 전 세계 압박을 모면하기 위해 남한을 돌파구로 택했고, 특히 경제난 해결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 과정에서 경제 협력(경협)을 우리 측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의 평창올림픽 관계자들의 동선 또한 이와 관련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중단 상태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대체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후 남북관계는 경협을 매개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물론 북핵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힘겨루기가 최대 변수이지만 남북관계는 ‘대결’보다는 ‘대화’ 쪽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평창올림픽이 가져온 남북관계 변화와 향후 추이를 집중 분석했다.

北 경제통 전종수의 ‘숨은 역할’ 주목

“예상한대로 전종수가 중요한 역할을 한 모양입니다. 남한 정부에 ‘숙제’를 잔뜩 주고 온 걸로 알고 있어요.”

지난 17일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논의할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이 끝난 뒤 며칠 지나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이 전한 말이다.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은 9일 남북고위급회담에 북한의 5명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했고, 17일 차관급 실무회담 때는 북측 대표로 나섰다.

베이징 소식통은 27개월 만에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전종수 부위원장을 주목하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남북고위급회담의 핵심이 수석대표를 맡은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아니라 전종수 부위원장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전종수 부위원장은 북한의 내외 금융을 총괄하며 ‘김정일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일춘 39호실장 아래서 금융일을 하던 인물로 알려졌다”며 “전 부위원장은 북한 금융에 정통한 경제통으로 현재 북한 경제 위기를 헤쳐가야 할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남북고위급회담에 북한 경제통인 전종수를 대표단에 포함시킨 것은 그들의 경제난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남북 회담에 계속 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부위원장이 우리 정부에 주었다는 ‘숙제’와 관련해 소식통은 “남북 경협에 관한 걸로 알고 있다”며 “현송월 등이 경의선 육로로 남한에 들어간 것이나 남측이 동해선 육로로 금강산과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한 것도 관련있다”고 전해왔다.

그에 따르면 전 부위원장은 우리 정부에 6ㆍ15 선언(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과 10ㆍ4 선언(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을 이행하라는 요구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앞으로 열릴 남북군사회담에서도 물밑에선 ‘경제’ ‘경협’ 얘기가 주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전 부위원장의 역할이 계속될 것이고 전망했다. 그만큼 전 부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하라는 얘기였다.

현송월 남행 루트의 비밀

27개월만에 열린 남북고위급회담과 이후 실무회담, 체육계 인사의 남북 상호 방문 등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단연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다.

현송월 단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연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널리 알려졌고, 2015년엔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베이징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모종의 사정으로 중단하고 귀국해 눈길을 끌었다.

현 단장은 한때 숙청설 등이 돌았으나 2014년 5월에 평양에서 열린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에 모란봉악단 단장 직함으로 대좌 군복을 입고 나와 연설을 해 건재함을 알렸다. 2017년 10월에는 평양에서 열린 당중앙 위원회 제7차 제2기 전체회의에서 당 중앙위원에 후보에 올라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현 단장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회담 중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 일원으로 등장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현 단장은 15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실무회담에서 권혁봉 북측 단장을 비롯해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했다.

이어 현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은 21일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해 1박 2일간 서울과 강릉의 공연장을 부지런히 돌았다.

현 단장 일행의 방남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북측 인사가 남측 땅을 밟은 첫 사례였다. 주목되는 것은 현 단장 일행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내려온 점이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막혀있던 경의선 육로가 이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일시적으로나마 회복된 셈이다.

이는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북한의 황병서, 김양건, 최룡해 등 최고위급 3인방이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로 알려진 IL-62 항공기를 타고 방남한 것과 대조된다.

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518.5km의 복선철도로 1906년 4월 3일 용산∼신의주 간 철도가 완전 개통됐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 후 경의선 복원사업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후, 2003년 6월 14일 연결식이 군사분계선(MDL)에서 열렸다. 2009년 서울역에서 문산까지 광역전철이 개통됐다.

경의선 육로는 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경제활동에 사용됐고, 2015년에만 12만9804명의 인원과 9만9518대의 차량이 이용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상황에서 경의선 육로는 남북 간 경협을 매개로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중요한 이유는 수소폭탄 실험으로 전 세계의 압박을 받자 남한을 통해 위기를 해소하려는 측면이 크다”며 “남북 간 대화도 올림픽보다 ‘경제’ 얘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수폭 실험 이후 유엔을 비롯해 전 세계가 북한을 제재에 동참했는데 실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북한 경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시장경제를 지탱하던 장마당마저 흔들리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민들 원성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베이징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올해 초에 열 예정이던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를 작년 12월에 개최한 것은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를 개최한 것은 심각한 경제난을 반영한 것으로 심상치 않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 면이 상당하다”고 전해왔다.

이들 소식통을 포함한 대북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경협을 활성화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고, 경의선 육로를 매우 중시한다. 즉, 개성공단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재가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의선 육로 지역을 남북 경협의 요충지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남북의 ‘경협’ 은 북한에 필요한 생활필수품 중심으로 진행하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럴 경우 경의선 육로는 ‘물류’의 중심이 된다.

‘강원도-원산’ 남북 경협의 새로운 축 되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남북교류의 상징이 돼왔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의 폐쇄 조치 이후 굳게 문이 닫혔고, 금강산관광은 2008년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됐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 간 경협을 모색하면서 개성공단을 대체할 방안으로 경의선 육로를 활용하는 한편, 금강산관광을 ‘강원 동북부-금강산-원산’으로 이어지는 경제지대로 변화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가 어려운 만큼 남한의 강원도와 북한의 금강산, 원산 지역을 연결해 ‘경협’ 지역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남측이 동해선 육로를 통해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하는 것도 그와 관련있다”고 전해왔다. 북한에 돈이 건네지는 금강산관광이 국제사회 제재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대신해 강원 북부와 금강산, 북한의 원산을 잇는 지역을 남북 겨협의 물류 기지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23일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한 선발대 12명을 북한에 파견해 남북이 문화행사를 할 금강산 지역과 선수들이 공동훈련을 할 마식령 스키장을 돌아보게 했다.

우리 측 대표단은 동해선 육로를 통해 금강산과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까지 들어갔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사실상 끊긴 동해선 육로가 열린 건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금강산에서의 문화행사나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북한이 진짜 원하는 건 ‘경협’”이라며 “남북이 물밑에선 경협과 관련해 많은 대화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백산 해외동포재단 이사장은 “현재 중단된 경원선을 복원해 철로를 활용하면 북한 주민을 위한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더 많이 줄 수 있다”며 “남한의 생활필수품과 북한의 임산물ㆍ수산물을 교환하는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는 국제사회 제재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과 강릉 등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금강산 지역과 원산 등으로 이어지는 남북 경협의 새 지대를 형성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영춘 장관 서해 ‘해상 파시’ 제시, 가능성은?

문재인 정부는 경원선 육로와 강원도-원산 루트처럼 내륙을 통한 남북 경협과 함께 바다를 통한 방안도 제시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9일 아침 인천에서 열린 375회 새얼아침대화에 초청돼 문재인 정부의 해양수산정책을 설명하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강조하고, 남북관계 개선 시 서해평화수역 조성의 구체적 방안으로 남북 공동어로와 해상파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이 언급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ㆍ4남북정상공동선언 때 합의한 내용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김 장관은 “수산업 분야 남북경협은 개성공단과 달리 전기ㆍ도로ㆍ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 투자가 필요 없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바로 바다에 배를 띄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해상파시는 바지선 띄어놓고 교역하면 된다. 남북이 공동으로 어장을 관리하고, 남측이 북측 어획물을 사오면 된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해 해수부에 실무팀을 구성해 수산업 경협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선박을 활용해 30년 가까이 북한과 교역을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장관의 구상은 경청할만 하지만 서해의 상황, 그리고 한미연합사의 군사적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이 마주한 서해는 한미연합사가 관여하는 지역으로 NLL(북방한계선) 문제가 있고, 6ㆍ25 때 설치한 기뢰의 위험성도 있다는 것이다.

대북 전문가는 “서해에서 남북 교역은 내륙에 비해 위험성과 장애 요인이 많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ㆍ24 조치 해제와 북미 갈등의 걸림돌

북한의 파격적인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주간한국>은 2711호(2018년 1월 16일 자) ‘북한 평창행…문재인 정부 딜레마?’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을 남한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것과 평창올림픽이라는 국제대회에서 북핵 보유의 정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우리 정부와는 ‘경제’에 관한 대화와 추진을 원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또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남북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통 분모는 ‘경제’ ‘경협’이다. 하지만 ‘5ㆍ24 조치’가 걸림돌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발표한 5ㆍ24 대북 제재 조치가 해제돼야 남북 경협(대화)이 활성화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시절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5ㆍ24 조치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창올립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문 대통령이 공약한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어 5ㆍ24 조치 해제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최대 걸림돌이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라고 진단한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강력한 압박과 경계를 하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것을 우려한다.

최근 남북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결 가까워지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한반도 전쟁’ ‘한반도 위기’ 등을 거론하는 것은 대표적인 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 시간) 보도에서 미군 부대 등이 소리소문 없이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선 평창올림픽 후 미국과 북한이 크게 충돌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돌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 북한을 위협해 북미 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북한과 미국이 극한 대립을 할 경우 어렵게 진전된 남북관계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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